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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현_a round architects

박창현은 경기대건축전문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와 박사를 수료하였으며 현재 (주)에이라운드건축의 대표이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경기대, 홍익대, 고려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한국, 일본, 포르투갈 건축가 60여 명과의 인터뷰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주택에서의 사회적 관점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웃과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형성에서 건축가의 역할과 물리적 제안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획 및 건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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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감각: 박창현–서재원의 (건축)대화

서 : 소장님의 작업에 대해서 연관되는 단어를 떠올릴 때 많은 사람들이 ‘공예’를 떠올릴 것 같아요. 학부 때 미술을 전공하셨는데, 그 또한 분명 소장님의 작업에 영향을 주었을 것 같고요. 결정적으로, 미술을 하다가 어떤 연유로 건축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 그 계기가 우선 궁금합니다.

박 : 미술, 가구를 하다가 건축으로 넘어온 계기는 다소 일반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전 건축가들은 집도 지으면서 가구며, 조명을 만들기도 하고, 소위 마스터의 개념으로서 접근하는 건축가들의 상이 있었잖아요. 실제로도 그러했고. 그런 부분들을 보다 보니 그 결과물들 중 하나가 가구였습니다. 가구 디자이너로서 수업을 받거나 직업으로서의 가구 디자이너가 생긴지가 사실 얼마 되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가구를 배우면서 여러 좋은 레퍼런스들을 보게 되었고 결국은 디자인한 사람들은 건축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거죠. 그런 건축가들의 가구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가구가 놓여진 건물과 공간들을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죠. 물론 당시에는 건축과 연관 지어 생각하진 않았지만, 가구를 하다 보면 형태와 디자인을 넘어 개념에 대한 부분들, 컨셉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었고요. 가구를 만들다 보면 당연히 스케일과 디테일들을 고민할 수 밖에 없는데 재료들간에 만나는 방식, 어떤 하드웨어를 선택해야 할지 등, 당시에는 디테일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에는 건축공부를 하기 이전에도 봐왔고 만들어왔던 것들이 건축과 연관이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었죠. 그 와중에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이 생겨서 기회가 된거죠.

서 : 그럼 그 때 대학원이 생기지 않았거나 타 전공이 건축의 정규교육을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더라면 건축을 하지 않았을까요?

박 : 못 했거나 인테리어를 했을 것 같아요.

서 : 약간 운명적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웃음)

감성에서 협업까지

서: 그러면 지금 돌이켜볼 때 가구를 공부했던 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나요? 저는 소장님의 작업을 보면 감성, 감각이라는 단어가 많이 떠올라요. 단순히 감각이 있다, 없다 이런 의미가 아니라 ‘이성’보단 ‘감성’이 먼저 떠오르고, 실제로도 감성 부분이 많이 앞서고 있고 소장님도 이를 의식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가구 중 의자 같은 경우는 사람과의 관계, 자체의 구조, 물성과 촉감 이 모든 것이 건축의 집약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소장님이 가구를 한 것이 장점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약점이기도 한 것 같기도 해요.

박 : 감각이라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의 경험이 이어지는 것 같아요. 하나는 대학 학부 때 우리는 가구를 공장에 맡기는 게 아니라 모두 직접 만들었어요. 대패질은 물론 톱도 쓰고 하드웨어를 만들기도 하고, 모든 걸 직접 손으로 모두 만들었어요. 이렇게 손이 기억하고 몸에 습득된 경험들이 지금 감각으로 남아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가지는 대학원에서의 경험인데,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토마스 한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던 것 이예요. 이성보다는 감성을 가지고 혹은 감각을 가지고 풀어나간 결과물들이 훨씬 더 풍요롭다는 이야기와 그 스튜디오에서의 경험들이 저에게 적극적으로 남아있어요. 물론 이론적이거나 논리적으로 무언가를 접근하는 것에 약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접근한 결과물은 한계가 있다고 봐요. 이러한 경험들이 지금까지 약간씩으로라도 이어져오고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저는 개인의 성향과 감각들이 결과물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걸 선호하고, 체내에 녹아져 있는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끄집어낼까에 대한 고민들을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서 : 한편으로 건축은 가구나 도자기를 만드는 것과는 다르게 자본의 규모가 훨씬 커지고 많은 사람들이 개입되다 보니 건축가의 감각만의 발현이 힘들고, 감각만을 가지고 소통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잖아요. 감성은 누구나 있지만 다 다르고. 저는 감성이 어느 순간 ‘감각’이라고 명명될 때는 어떤 이성적인 공통분모가 작동한다고 보거든요. 오히려 감성을 바탕에 두면 자신의 한계에 다가오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박 : 하지만 저는 반대로 생각을 해요. 많은 사람들이 개입된다고 해서 성격이 없거나 감성이 녹아져 있지 않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것이 가능한 프로젝트의 영역들을 찾아서 하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상대적으로 성격과 개성을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한 영역을 보고 그 일을 하는 거죠. 물론 규모에 대한 한계가 있을 수 있죠. 작은 규모 혹은 개인 클라이언트 이런 쪽으로. 어떤 조건이나 상황들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파악하고 접근해서 결과물을 전개하는 프로젝트보다는 결국 우리의 정체성을 잘 녹아들 수 있게 하는 결과물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구하고 있어요.

서 : 제가 이야기하는 뉘앙스는 의뢰인의 요구사항에 맞춰주면서 자기 색깔은 쭉 빼는,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요. 완전한 내적 상황에서 모든 걸 자기 안쪽에서 끌어낼 것인가, 혹은 조건들 여러 상황들을 역이용하거나 해서 필연적으로 만들어 낼 것인가? 그 감각이라고 하는 것이 완전히 몸의 감각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감각이 있을 수 있다고 보거든요. 예를 들면, 지하 골방에 우연히 떨어진 빛과 같이 때론 건축가가 의도하지도 않았지만 어느 순간 그 빛은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죠. 한 작가가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발현시킬 때도 물론 좋지만 한계가 있을 것 같고, 너무 그렇게 됐을 때는 오히려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박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받아들일 부분들은 받아들였어요. 알다시피 건축은 혼자 할 수 없는 것이고, 가구는 혼자 예술 작품처럼 만들고 이를 아름답다고 느낀 누군가가 구매하겠지만, 건축은 엄연히 클라이언트가 있고 여러 명이 협업을 해야 하는 조건에서 나 스스로 완벽하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대신에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고 조율을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코어를 가지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서 : 저는 약간 이해가 어려운데, 일반적으로 예술은 다른 산업에 비해서 타자와 교류하면서 무언가를 만들기보다 내적 자아에 몰입하는 부분이 많고, 그에 반해 건축은 가장 교류가 많은 산업 중 하나인데, 혼자서 가구를 만들다 건축 실무에 나와서 갑자기 쉽게 교류를 하고 마음을 열 수 있는가 하는 측면에서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소장님을 보면 전체적으로 사고가 굉장히 열려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건축가들을 꾸준히 인터뷰 하는 것도 그렇고, 마스터로서의 모습보다 직원들과 평행한 관계를 추구한다는 점이나, 보통은 나이가 들어가면 남의 이야기를 잘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박 : 그 또한 여러 경험이 있는데, 제가 실무를 시작한 첫 사무실이 그런 분위기였어요. 건축가가 있고 담당이 있으면 그 관계가 온전히 수평은 아니더라도 1:1의 관계였어요. 딱딱한 조직 구조에서 일을 하지 않다 보니까 처음부터 그런 수평적인 구조가 스며들었던 것 같아요. 처음 사무실을 열면서도 혼자 시작하지 않았고요. 에이라운드 건축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대문자 A를 쓰지 말자, 어라운드에서 에이를 띄고 에이를 소문자로 한 것도 우리의 기본적인 철학이나 자세가 담겨있어요. 마스터로서 모든 것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닌, 같이 무언가를 하고 그 구조에서 각각의 영역들, 스텝과 시공사, 건축주, 협력업체들 모두와 어느 정도 동등한 밸런스를 맞춰가면서 하자고 했어요. 혼자 하는 것은 건축의 구조에서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한명이 하면 한계가 있다고 봐요. 반대로 조금 더 열면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들이 개입할 여지들이 훨씬 더 많아진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면 각각의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다른 성격들, 이슈들, 결과물들이 나오면서 그것들을 뭉쳤을 때의 다양함을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러한 구조를 잡고 시작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프로젝트마다 관심사가 조금씩 달라도 전체를 묶을 수 있는 주제나 방향들을 가지고 있고, 그것 또한 시기에 따라 조금씩 바뀌죠.

공예에서 공유로

서 : 2014년 소장님을 처음 만났던 때는 주로 공예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2-3년전부터는 공예보다는 ‘공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물론 공예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닐 테지만, 공유에 대한 관심은 어떤 계기로 시작된 건가요?

박 : 그 전에 진행해오던 프로젝트들은 주로 개인 주택이나 성격이 조금 다른 용도의 건물들이었다면, 2010년대 초반부터 다가구, 다세대주택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면서 장점과 단점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다가구, 다세대주택을 놓고 이런 저런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공용 공간 부분에 개선의 여지가 많아 보였어요. 퀄리티가 있는 쾌적한 공간들을 공용공간에 계획하기 시작했는데, 그로 인해 집 전체가 좋아지는 상황을 봤고요. 의도치 않았던 잉여의 공간들을 사람들이 다양하게 썼는데, 예를 들면 집과 집 사이를 살짝 벌려 창이 있는 알코브 공간을 만들었는데 공간이 참 애매했어요. 없앨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떤 기능을 넣을 수도 없다 보니, 완전히 기능 없는 공간이 만들어진 거죠. 그런데 얼마 지나고 보니, 각 층마다 그 영역들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 영역은 기능을 생각해서 만든 것도 아니고, 의도치 않게 나온 잉여의 공간인데, 그 잉여의 공간을 사람들이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건축가가 모든걸 계획해서 만든 게 아닌 잉여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무척이나 잘 사용하고 있구나, 안에 있는 사람들이 바깥으로, 공용공간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됐죠.

이런 영역들이 일본에서는 ‘아후레다시’(溢れ出し안에 있는 삶이 넘쳐 밖으로 보인다)라 불리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후레다시가 뭐냐 하면, 일본의 집이 워낙에 좁다 보니 자기네 짐들이 안에서 넘쳐나 바깥 공용부로 하나 둘씩 나오게 되는 거에요. 마찬가지로 우리가 만들었던 잉여의 공간들을 이와 비슷한 개념이라 보았고, 그 후로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거기서부터는 행동유도성affordance, 예를 들면 맥주가 있고 옆에 놓인 숟가락으로 맥주를 따게 되면, 옆의 숟가락이 맥주에 의해서 전혀 상관이 없는 기능을 가지게 된다는 점, 즉 어떤 행동에 대한 방향이 생기면 전혀 상관없는 무엇을 연결시킬 수 있는 힘, 이것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거죠. 그 순간부터 어떤 기물이나 오브제들이 개입되기 시작했어요.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무엇. 그것은 우리가 특정한 사용성을 의도해서 만들어 놓은 게 아닌, 사용자가 어느 순간 필요에 의해서 사용하게 되고 그로 인해 기능이 규정되는 것들을 공용공간에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으로 나아간 것이에요. 어느 사람에겐 그저 신경 쓰지 않는 오브제나 형태로 끝날 수도 있지만, 어떤 순간에 접점이 생기면 그 사람에 의해서 특별한 기능으로 순간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서 그것들을 사용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사람들간에 서로 접점이 생기고 더 나아가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관심사가 생겼습니다. 그게 요즘의 우리 주된 관심사입니다. 단순히 공용부에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고 그 공간의 질을 높인다기보다 그 단계에서 한 발짝 더 넘어 어떤 가능성이나 여지를 줄 수 있을까 하는. 하지만 기능을 특정해 두지 않기 때문에 동시에 어렵긴 합니다.

서 : 그러니까 이게 이게 좋게 말하면 행동유도성이고, 안 좋게 말하면 공용공간에 조금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보면서 상황을 지켜본다?

박 : 상황을 지켜본다!

서 : 과연 이것이 사람과 사람을 매개하는 것이 주 목적인가 혹은 미학적 목적이 우선인가 하는 생각은 들어요. 궁극적으로 사회를 따뜻하게 하고자 한다거나 그런 건가요?

박 : 어떤 것이 먼저다라고 얘기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사회를 매개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요.

서 : 제가 이것을 집요하게 물어보는 이유는 지금 나누고 있는 공유, 행동유도성이라는 화두의 시작점이 다분히 작위적으로 보이기 때문이에요. 어떤 잉여공간, 사물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더 나아가서 그것이 사회와 매개하고자 함이, 만약 후자가 궁극적인 목적이라면 전자의 이유는 약간 이율배반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전자의 방법은 마치 유투버가 길거리에 의외의 것을 던져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유희적인 실험으로 보이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박 : 늘 두가지 모두를 충족하는 게 목표입니다. 물론 우리의 개입이 얼마나 더 적극적 이었냐에 따른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더 사회적인 이야기를, 어떤 경우에는 더 미학적인 접근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죠. 결국 어는 순간에는 결정을 하긴 해야 되요. 무엇을 두기 위해선 어느 정도 규정이 필요해요. 고리를 좀 더 크게 만들 것이냐. 결국에는 보다 구체적인 생각을 하는가 혹은 좀 더 추상적인 상태로 두는 것인가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서 : 공용공간 혹은 공예의 퀄리티가 충분히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가요? 사람들을 더 매개하는 것과 공유공간의 공예적 퀄리티가 필수불가분의 관계는 아닌 것 같은데.

박 : 완벽한 퀄리티나 기대하는 수준의 질이 나오길 집착하진 않아요. 동시에 그간 누적되어온 경험들과 지식들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뭐든 간에 직접 만들어낼 수 있다는 그 자신감을 점점 가지면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어요.

서 : 소장님이 공용공간에 만들어 나가는 것들이 사실 되게 공예적이고 예술적인 장치이다 보니 공유라는 사회적인 책임감 등과 같이 맞물려있는 상태에서 약간 모순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직관적으로 보았을 때 좋지만, 조금 더 생각을 하다 보면 과연 이것이 작가가 자기 작업을 하기 위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인가, 혹은 정말 그것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거든요.

박 : 두 가지 관심을 다 가지고 있어요.

서 : 유일주택에서 난간에 T자로 칠한 주황색은 어떤 의도인가요?

박 : 그건 집안에도, 공용부에도 있어요. 어느 층에는 한쪽에 쏠려있기도 어느 층에는 가운데 있기도 하고, 개인의 영역에서는 또 그 위치와 상관없이 있습니다. 이건 기능과는 상관이 거의 없죠. 근데 실제로 두 집의 사람들이 나왔을 때 변화 없는 영역에서의 변화가 되게 궁금해요. 아직 확인은 못했어요.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무척 크다고 봐요. 사용자한테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에요. 실제로 시용하면서 어떤 영향을 준거야? 하는 질문과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유일주택 참조)

서 : 예전에 김헌 선생님께서 비슷한 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 ‘살면서 건축가가 숨겨놓은 것들을 하나씩 발견할 수 있는 집을 지어야 한다’라고 하셨던 것 같아요.

박 : 그래요? 저도 그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해요(웃음). 저는 이걸 경험으로 알게 됐는데, 양평에 지은 주말주택에 우리가 창을 뚫고 빛이 어느 위치에 언제 어떻게 떨어지게 하고, 어느 순간 우리가 놓은 기물과 딱 맞아떨어지게 만든 것이 있습니다. 건축 전체의 이야기와는 연결되진 않는 우리의 재미였기도 하고 굳이 건축주에게 설명은 하지 않았어요. 근데 몇 년 후에 건축주께서 우리가 의도했던 그 장면을 보고 연락을 주신 거에요. 그리고 그게 의도된 것인지 물어보셨죠. 그 순간 제가 낚시꾼이 된 기분이 들었죠.(웃음)

서 : (웃음)미끼를 딱 물은 셈이네요.

박 : 네. 이게 시간의 폭 안에서 건축주와 우리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부분들이 그 사람이 건물을 사용하는 기억과 중첩되는 것이겠구나, 건물과 사용자의 연결고리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긴결해질 수 있는 장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 : 이해가 되면서도 그 방법이 누군가는 기호와 상징으로, 누군가는 모양을 숨겨놓기도 하고, 누구는 빛이 떨어지는 장면을 생각하기도 하고. 이러한 여러 가지의 방법들에서 소장님의 선택은 빛과 실제로 만지는 촉감들인데, 저와는 많이 다른 방향인 듯해요. 저는 감각에 호소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예요. 저는 제가 숨겨놓은 기호와 상징을 건축주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거든요.

박 : 방식이 다르지 우리도 마찬가지에요. 물론 조금 더 직접적인게 사물로서, 물체로서의 건물, 사용자로서 사람과 건물과의 접점은 결국 감각에 대한 부분이라 생각이 들어요.

서 : 근본적으로 박소장님은 따뜻한 사람 같습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