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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변화

박 : 처음 홍대 쪽에서 그런 어떤 활동을 하다가 이제 응암에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여기를 이렇게 자리 잡은 이유가 있는지요?

임 : 대지를 찾기 위해 망원부터 시작해서 계속 훑었어요. 서교동, 연남동, 연희동, 성산동까지. 처음에는 응암동이라고 생각 안 했고 불광천 쪽을 훑어보는 와중에 여기가 꽤 마음에 들었어요. 왜냐하면 전체를 쭉 걸어보면 천을 따라서 반대쪽과는 분위기가 너무 달라요. 블록 내부로 들어가면 대부분 다세대 밖에 없는데, 천변으로 조금 다른 환경이에요. 다세대가 있긴 하지만 여러 가지 커머셜도 있고, 천변의 스케일이나 이런 것도 좋고, 그래서 오자마자 마음에 들었어요. 또 하나는 홍대가 막 확장되는 과정에서 루트를 보면 몇 개의 허들이 있어요. 더 이상 확장되지 못하는 걸림돌이 실제로 보여요. 홍대가 망원으로 넘어가느냐에 대해, 저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표면적으로 망원까지만 확장이 됐다고 생각하고, 망원에서 더 위로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해요. 월드컵경기장도 있고 비축기지도 있고 그 위에 수색도 있고 해서, 물리적이거나 자연 환경으로 엄청나게 딱 막혀 있어요. 그럼 이게 밀리고 밀리면 월드컵 경기장 지나서 불광천을 따라 쭉 올라오는 길이 연결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홍대 같이 되지는 않겠다는 것이 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박 : 홍제천과는 달리 불광천의 느낌이 천의 스케일이라든지 동네의 스케일이라든지 그런 부분들이 살짝 다른데, 이곳이 좀 더 괜찮은 분위기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어쨌든 두 집이 연결 되어 있는 상태에서 진행을 하고 있는데, 총 여섯 집들은 잘 아는 사이인가요?

임 :’풍년빌라’는 서로 아주 잘 알고 있는 관계, ‘여인숙’은 서로 느슨하게 아는 사이예요. ‘풍년빌라’는 10년 동안 확정거주고요. ‘여인숙’은 계약단위가 어떻게 바뀔지 잘 몰라요. 완전히 모르는 사람들로 채워지지는 않지만 ‘풍년빌라’처럼 오랜 기간 동안 사는 그런 커뮤니티는 아니어서, 공간 구성도 ‘풍년빌라’처럼 신발을 신고 공유하고 그런 영역은 별로 없어요. 대신 1층의 커머셜과 2층의 스테이가 그런 역할을 합니다. 현관이라는 것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내부와 외부가 바뀌는 곳이고, 프라이빗 퍼블릭, 신발을 신고 벗고에 따라 공기도 달라지고 온도도 달라지고 냄새도 달라지고 상당히 미묘한 전환 공간인데, 사실 아파트에서는 관습적으로 평수에 따라 크기가 결정 되잖아요. ‘여인숙’은 그래서 세 집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 현관이 2층에 있고 그 곳에서 무조건 신발을 다 벗어요. 신발을 벗는 순간 집은 달라도 내 식구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박 : 그 부분이 고민되기도 하고 미묘한 차이가 생기게 되는데 건물의 입구인 외부 대문을 거쳐 신을 벗는 현관과 각자의 실의 문으로 세 개의 문을 통과하면서 영역성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세 개의 문으로 분리된 각각의 영역들이 재료와 두께 그리고 외부냐 내부냐 그리고 문의 위치에 따라 아주 많이 달라지겠군요.

임 : 네 맞아요. 서로 간에 인사하는 정도의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라 굳이 그 안에서 일부러 묶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심리적으로 이게 우리 식구의 영역이라고 느낄만한 공동의 공간이 필요할 것 같고, 그게 신발을 벗는 공동의 현관이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요. 그 사람들은 스테이를 동(同)시간 대에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 공간을 같이 쓴다는 정도의 네트워크를 보면 여섯 개의 집이 다 묶여 있는 상황이니까, 그 부분에 관한 유대감 같은 것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 : 어쩌면 그렇게 공유해서 사용할 수 있는 영역들이, 살고 있는 사람들 서로간의 관계형성에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거주기간 인 거 같아요. 두 집의 거주기간 달라지면서 계획할 때의 방향성이 분명히 달랐을 거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풍년빌라 참조)


임 : ‘풍년빌라’는 사실 입주자들에 맞춰진 집이에요. 그러니까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보편적이지 않아요. 반대로 ‘여인숙’은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 집을 만들려고 했어요. 물론 구조나 평면이나 스케일감은 평범한 집들과는 분명히 다르죠. 일반적인 빌라하고는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보편적인 기능과 구성이라서 이런 것들은 누가 들어와서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는 집을 만들려고 했던 게 다른 점입니다.

박 : 거주기간에 따라 계획적으로 바뀐 부분이 없나요? 어쨌든 장기로 사용하는 사람이 사는 집으로 생각하는 계획과 짧은 기간에 바뀔 거라고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임 : 조금은 있죠. 예를 들면 수납공간인데, 집이 작거나 단기로 사는 사람들은 짐들이 작은 집을 점유하게 되면 아주 불편한 상황이 돼요. 그래서 가급적 그걸 공동 현관에서 해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현관의 한 쪽 벽면에는 신발장을 크게 해서 세 가구에게 확보해 주고, 계단 밑은 큰 짐들을 놓을 수 있는 수납장을 만들 거예요. 큰 짐들 혹은 계절 옷은 상시로 쓰지 않는 것들이니, 수납장에 넣어 놓으면 집의 볼륨이 적어도 해결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조금 고민을 했던 부분이지요. ‘풍년빌라’는 사실 집집마다 별도로 각각의 수납공간이 있는 거죠. 그런 점에서는 좀 차이가 있죠.

박 : 저희도 소규모 공동주택을 계획하면서 이전에는 퍼블릭과 프라이빗 한 공간을 딱 이분법 적으로 벽 하나로 구획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훨씬 더 다양한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 사이의 내용들을 여러 개 층위에서 만들어내려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저희는 공용부분에 대한 부분들을 더 만들어주려고 하는 거고, 반대로 임소장님은 프라이빗 한 공간에 공유공간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을 보려고 하는 거잖아요. 두 방향 모두 장단점이 있겠죠. 저는 공용이 확장될 경우의 문제는 관리자가 없다면 향후 어떻게 될 지 장담 못한다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반면 프라이빗 한 영역을 좀 더 확장해서 공용으로 쓸 수 있게 만들어 주면, 운영이나 관리의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겠지만 만약에 ‘나는 그냥 프라이빗 하게만 쓸래’ 하면 공용의 기능이 사실 거의 확보가 불가능한 단점이 있죠. 하지만 프라이빗 한 공간으로만 사용되더라도 어쨌든 그 공간은 기능을 하니까 버려진 공용보다는 유용하다는 입장입니다.

임 : ‘풍년빌라’ 2층, 3층은 건축적으로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어서, 이사 와서 두 달 정도는 신발을 신는 공간을 어떻게 써야 될지 몰라서 너무 불편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두 달이 지난 이후부터는 이 공간의 쓰임새를 본인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다른 집으로 이사를 못 가겠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다른 집은 이렇게 생긴 구조가 아니잖아요. 적절한 용도와 쓰임새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터득하면서, 이게 아주 효율적인 구조라는 걸 스스로 알겠다는 얘기를 했어요. 이런 부분을 불편이라고 생각하면 불편인데, 한편으로는 장점이라면 장점이죠. 그러니까 예전에 살던 집은 동일한 평면의 거실 바로 옆에 방이 붙어 있잖아요. 내가 정말 아프고 힘들어서 좀 쉬고 싶은데 거실에서 막 TV를 틀어놓으면 문을 아무리 차단해도 쉴 수가 없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다른 층에 올라가서 있으면 이곳은 아예 다른 세상이 되는 거예요. 그게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 불편한 점이 될지 편리한 점일지, 그것은 쓰는 사람들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가족과 식구

박 : 지금 여기 사는 사람들의 세 집 간의 관계가 구조랑 같이 엮여 그 관계가 새롭게 정의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허락을 하면 공간을 들어와 쓴다든지, 같이 쓸 수 있는 공유의 공간들이 집집마다 하나씩 크든 작든 있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실험적이고 그 부분이 신발을 신느냐 벗느냐로 영역들로 살짝 구분하는 방식으로도 서로간의 관계가 일반적인 관계와는 다르게 느껴질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몇 달 살아보면서, 물론 아주 오랫동안 알고 있던 사이기는 하지만, 가족이라는 개념을 여기서는 조금 다르게 정의할 수도 있겠어요.

임 : 저는 가족이라는 개념을 별로 안 좋아해요. 저는 식구(食口)를 더 좋아합니다. 가족(家族)은 혈연관계잖아요? 부모님은 일 년에 몇 번 못 보는데 여기 이 사람들은 매일 보잖아요. 밥도 같이 먹는 이 관계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게 제 지론이에요. 그래서 가족과 식구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식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식구라는 측면에서는 가족하고는 다른 끈끈한 것이 있죠.

박 : 지금 두 집에서 이야기 한 공유공간처럼 앞으로 공유 부분들이 더 다양하게 생길 것 같습니다. 이미 자동차나 어려 제품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는데, 당연하게 사는 곳도 실질적으로 공유하게 되면서 앞으로 주거에 대한 변화들이 생길 것 같습니다.

임 : 그 부분에서 저는 조금 더 다양해질 것 같다는 생각 정도에요. 그러니까 지금처럼 주거가 무거운 개념이 아니라 집이 훨씬 더 가벼워질 것 같아요. ‘소유냐 렌트냐’처럼 이분법적으로 나누긴 조금 어렵지만, 지금 제가 하는 것도 그 사이에 비어있는 지점들을 계속해서 찾는 것 일 수도 있어요. 그 두 가지로 나눠진 사이 중간 지점들에 무언가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더 많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박 : 그래서 주거의 가벼움이라는 단어를 써 가면서 그 주거에 대해 예전에 우리가 갖고 있던 재산가치, 그러니까 재산증식으로서가 아니라, 이제는 다른 관점에서 다양한 주거형식이 나오고 있다고 봅니다. 주거가 조금 더 가벼워지면 젊은 친구들에게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겠지요.

임 : 그래서 공급하는 측면과 수요의 측면에서 균형은 조금 맞아야 되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일을 하다 보면 실제로 주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하거나 현실화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원하는 젊은 층에서는 불가능해요. 아주 필요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돈이 없어요. 그런 변화가 가능한 사람들은 지금 딱 베이비부머 세대인 50대 후반에서 60대 중반인데, 이 분들 대부분이 너무 열심히 돈만 벌어서 그런지, 삶에 대한 개인 취향이 없거든요. 그런데 그 중에 취향이 있는 몇몇 분들이 있고, 결국 이 사람들이 주거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고민해요. ‘해방촌 해방구’도 그 세대인데, 도심형 세컨하우스라는 생각을 하면서 분거에 대한 고민도 있어요. 식구를 독립시키고 나니 부부가 사는 정원만 200평이고, 집은 100평이 넘으면 관리가 불가능하죠. 그럼 그걸 팔아서 그 금액으로 1/3은 노후자금, 1/3은 서울에 작은 집 하나, 1/3은 부산에 작은 집 하나. 이런 식으로 완전히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그런 클라이언트도 있어요. 그렇게 집에 대한 생각이 좀 다양해 질 것 같은데, 이게 어쨌든 돈 있는 사람들이 공급을 해주면, 그 가벼워진 집을 젊은 층에서 공간적으로 채워나가는 컨텐츠나 점유하는 방법을 계속 다양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분거라고는 했지만, 9개월 동안 서울에 산다고 한다면, 반대로 9개월 동안 부산의 집이 비어 있잖아요. 이걸 어떻게 할지, 만약 관리를 소유자가 직접 한다고 한다면 집에 대해 똑같은 부담이 다시 발생하는데, 이걸 관리하면서 쓸 수 있는 대안적인 방법들을 찾으면 그 안에서 또 뭔가 가능성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박 : 차츰차츰 유연한 주거와 집 개념 쪽으로 세상이 바뀌고 있으니, 지금 이야기 하셨던 그런 다양한 변화들이 더 많이 생길 것 같긴 해요. 저희 사무실도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과 다른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공통의 고민과 주제로 오늘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여인숙’이 완공되면 다시 한 번 뵙겠습니다.

인터뷰어 : 박창현
정 리 : 서경택
날 짜 : 2019년 1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