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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업역의 확장

박 : 오래 전부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설계를 베이스로 다양한 주거형식의 제안과 더불어 기획, 금융구조, 그리고 주택관리영역까지 다양하게 업역을 넓혀 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하나 대표가 운영하는 ‘삼시옷(Seoul Social Standard, http://www.3siot.org/)’의 출발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요?

김 : 일하는 과정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데 오히려 학교 다닐 때에는 건축가의 일에 대해서 고민하지 못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구조, 기계, 전기, 소방, 조경 등 여러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방식, 기획에서부터 시행, 시공, 감리까지 걸친 다양한 건축가의 역할, 많은 이해관계자와 책임을 부담하는 등 건축가가 일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 같아요. 실무를 하면서 설계는 클라이언트를 위한 작업인 것을 깨닫고 스스로 일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랑 아무 상관없는 회장님 집을 왜 이렇게 고민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 삶과 연결된 문제들을 조금씩이라도 스스로 바꾸고 싶었습니다. 뒤돌아보면 그런 고민은 같이 일을 시작했던 3명의 친구들 모두 그랬던 것 같습니다. 김민철 대표는 ‘공간’에서 8년 넘게 일했는데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급변하던 시장 환경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장 월급을 못 받아도 새로운 일을 시작 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창업이라고 할 것도 없고, 그때는 단지 ‘스스로 일을 조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며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로 시작했어요. 그때 한창 벤처창업 경진대회같은 스타트업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 많았거든요, 저희는 단순하게 집 근처 작업실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는데, 운 좋게 선정 돼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주어진 대지에 새로운 아이디어나 의도를 흔들림 없이 끝까지 구축하는 훈련을 했잖아요? 그런 훈련이 작은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로 그리고 세부실행계획서로 작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공사비 내역을 검토하고 집행을 감독하는 일처럼 사업비를 계획에 맞추어 집행하고 정산했더니선정 팀 중에서도 아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어요. 그 반면에 아주 사소한 의사결정도 의견이 잘 모이지 않고, 다각적인 문제점, 결정에 대한 비판, 비판에 대한 비판 등, 반대 의견이 끊임이 없어서 회의가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이것은 구성원 모두 건축교육을 받아서 그런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눈 적이 있습니다. 치열한 입시교육을 거쳐 대학에서 30명이 스튜디오 수업을 들으면 30개의 대안이 나옵니다. 어쩌면 주어진 대지에 적절한 대안은 한두 개 정도이지 30개의 서로 다른 대안은 아닐 것 같아요. 정량적 평가로 학점을 받기 위해서는 그 대안 30개를 줄 세워야 하고, 나의 계획안이 다른 대안에 비해 좋은 점을 부각시켜야 하고, 때로는 저 친구의 결과가 의미 있어 보이지만 크리틱을 위해 단점을 찾아야 하는 훈련을 5년, 또는 현상설계공모라는 작업으로 10년 가까이 한 친구들이 모이니까, 작은 것 하나 결정하는 데도 많은 가능성들을 놓고 논의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박 :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 문제는 어떻게 잡아나갔습니까?

김 : 일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은 현실이 지속되자 코너에 몰려 저희가 가진 재주, 쌓아놓은 자산에 기댈 수 밖에 없었어요. 그 때 포착했던 문제가 ‘1인 가구 주거문제’ 였어요. 같이 시작했던 성나연 대표는 ‘네이버 재팬’에서 일하다 동일본대지진으로 2012년 급히 귀국해 서울에서 집을 찾았는데, 1인가구가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은 대부분 다세대·다가구 같은 빌라 건물들이었습니다. ‘저층주거지의 집합 건물들은 왜 이렇게 품질도 낮고 가격도 비싸지?’라는 질문으로, 동경에서 경험한 ‘R부동산’을 보면서 ‘R부동산’처럼 건물을 중개하는 매체가 평수나 가격 같은 정량적 정보보다 남향으로 난 큰 창, 작은 마당이 있는 집 등, 중개 정보를 정성적 가치로 재편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평범한 건축물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진행했습니다.

박 : 아! 기억납니다. 제가 2015년도에 동경에서 ‘R부동산’을 만들고 운영하던 ‘바바 마사타카’씨를 인터뷰(www.aroundarchitects.com의 인터뷰 31번 32번)했는데 내용이 좀 획기적이었습니다. 일본은 이미 고령화, 저출산 시대가 되어 각 지방 도시에 빈 건물이나 공공건물, 유휴지를 사용자에게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내용이었는데 아주 신선했습니다. 처음부터 ‘R부동산’과 같은 역할을 생각했던 건가요?

김 : 네. 기본적으로 부동산을 중개 하는 일, 집과 동네를 소개하는 미디어 역할을 하려고 했죠. 당시 ‘R부동산’이 확장하는 시기여서 ‘R부동산’ 대표에게 서울지사를 내보라는 제안을 했는데, 대표는 서울지사보다는 우리를 충분히 이해했으니까 너희 스스로 해보라고 해서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부동산,서울’ 이라는 사업계획서를 냈습니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서울에는 그런 비즈니스 모델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어요. 당시 일본은 버블시대를 거치며 넘치는 자본과 에너지를 투여해 만든 양질의 건물들이 많이 비어있어서 조금만 손보고 다른 시각으로 평가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주 좋은 거주 환경이 되는 정보로 편집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반면 서울은 전쟁 이후 막 지은 건물들은 기능적으로도 심미적으로도 다시 고쳐 쓰기에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 중 괜찮은 물건들은 동네 부동산이 저희에게 정보를 줄 리 없었어요. 서울은 동경만큼 빈집이 많은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래된 주택을 다른 시각으로 중개하는 것 자체가 아직 어렵다고 생각했죠. 동경과 비슷한 저층주거지의 모습이지만 서울은 토대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프로젝트를 수정했습니다.

박 : 그럼, ‘삼시옷’은 언제 출발했나요?

김 : 그때가 출발인 거죠. 사실 부동산 중개나 개발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팀 중 후속지원 사업이 있어 ‘통의동 집’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그 때 저희를 인큐베이팅(중간지원)했던 씨즈(https://www.theseeds.asia/)라는 곳에서 중개나 소개만 하는 매체를 넘어, ‘직접 지역에 들어가 주택을 짓고 운영하면서 1인가구 주택의 대안을 보여주면 어때?’라는 조언을 했고, 시설설치비, 재료비 등 자산을 형성하는 데 사용할 수 없는 대부분의 창업 지원금과 달리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후속지원 사업이 때마침 마련되고, 선정되어 주택임대관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박 : 저층 집합주택은 건축법에 따른 분류뿐 아니라 공유주택, 사회주택, 공동체주택, 코하우징, 쉐어하우스 등 다른 분류들도 많잖아요. ‘통의동 집’은 어디에 가까운가요?

김 : 법적으로는 다가구 주택으로 화장실을 같이 사용하는 것이 특징인 여성 전용 쉐어하우스입니다.

박 : ‘통의동 집’ 시작이 몇 년이었죠?

김 : 2013년이에요. 성나연 대표가 일본에서 쉐어하우스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미 동경에서는 버려진 사원 기숙사를 활용해서 화장실과 샤워실 등은 공유하더라도 다양한 취미실이나, 설비를 확장한 공유주방이 있는 쉐어하우스들만 전문으로 중개하는 곳도 있을 만큼 쉐어하우스 시장이 확대되고 있었어요. 다양한 주택을 1인이 집합적으로 점유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볼 수 있었어요. 제가 최근에 1인 가구 주거의 유형은 원룸 하나로, 선택지는 원룸의 크기만 커지는 것 밖에 없다는 기사를 보고 참 가슴 아팠던 것 같아요. 이제는 더 이상 4,5인 가족이 표준이 아닌 인구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한 부모와 자녀만 살 수도 있고, 부부만 살 수도 있고, 다양한 형태의 식구(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의 뜻으로 가족과 다른 의미로 사용됨)가 있는데도, 핵가족 이후의 다양한 인구구성에 대응하는 주택 평면이 없다는 데 큰 문제의식을 가졌습니다. 1, 2인이 생활하는 다양한 주거 공간이 어떻게 가능할지 심도 깊이 고민했고,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는 공적 공간을 주택 내부에 공유하는 작은 시행을 시작했던 거죠. 처음에 화장실을 공유하는 주택을 만들어 보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부동산에서나 주택개발을 하는 업체에서 임대가 될지 너무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2~3년이 지나서도 임대가 될까? 아니 당장 적어도 주변 시세랑 비슷한 가격은 받을 수 있을까? 동일한 면적을 제공하면서, 화장실과 세탁기가 개별 세대 안에 들어가 있는 방식이 아니라 화장실도 같이 써야 되고 세탁기도 개실 밖에 있는데, 돈을 더 받겠다고 얘기하니까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그래서 제가 책임지고 임차인을 구하겠다고 확약했어요. 건축주에게 임대 보장을 해주면 되는 거죠. 그러면서 사소한 차이라도 새로운 것을 진행하려면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박 : 보장은 어떻게 한다는 겁니까?

김 : 일반적으로 책임 임차는 2~5년 치 월세를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보증서를 쓰는 거죠. 그런데 저희의 약속은 안 믿어요. 저희보다 규모가 큰 업체가 임대확약서를 제공해도 100세대 이상의 규모로는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웠습니다. 서울소셜스탠다드(삼시옷)의 명의로 개발한 첫 임대주택 ‘청운광산’의 경우, 땅 소유자인 SH가 매입확약을 해주고, 그 매입확약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을 서는 순간 은행 대출이자가 1%로 떨어지는 거예요. 지금도 모든 시중은행에서 신용도가 높은 곳의 매입 확약서를 가지고 오면 거의 비슷하게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자가 문제가 아니라 사실 대출 자체가 안 되는 조건이지요. ‘삼시옷’은 담보로 제공할 자산도 없고 매출도 작아 신용도도 낮기 때문에, 서울시가 공모한 사업에 당선되어 서울시가 SH를 통해 매입확약을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장기 임대를 보장하는 것은 입주자 입장에서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 받는 일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어요. 지금 ‘청운광산’ 1층에 홍대 카페 ‘수카라’의 자매점인 ‘큔:菌’이 들어 왔어요. ‘큔’은 전국의 농부들이 보내주는 제철 재료를 발효하고 가공하는 작업실을 지하 1층에서 운영하고 있어요. 큔은 생산에 필요한 시설 설비를 투자하고 단골을 만들며 이웃과 관계를 맺는 장사를 시작할 때, 10년 동안 월세가 오르고 내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10+10, 20년 임차인이 원하면 더 장기로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점 때문에 입주를 결정하였어요. 저희 같은 임대인 입장에서도 ‘수카라’처럼 크고 단단한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는 단체가 들어오는 것은 너무 좋은 일이죠. 돈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도 미분양이나 공실률 같은 불확실성을 줄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장기로 사용할 임차인을 원하죠.

박 : 지금의 ‘청운광산’을 풀어가는 방식이 쉽게 나오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처음 시작한 ‘통의동 집’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나요?

김 : ‘통의동 집’은 작은 규모이지만 ①장기 저리 융자(전세금) ②상환의무 없는 지원금(시설 설치비) ③운영수익을 배분하는 임팩트 투자(시설 설치비) 등 세 가지 형태의 재원 조달로 실행이 가능했어요. 무엇보다 ‘정림건축문화재단’의 인내하는 자본으로 전세보증금 출자가 있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은행 금리가 너무 낮으니까 비영리 재단들이 목적 사업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다른 방법을 모색하던 시기였어요. 자연스럽게 여러 비영리 재단과 부동산을 활용해서 임대주택과 재단의 활동공간을 운영하는 모델을 논의했어요. 특히 ‘정림건축문화재단’ 은 건축과 도시집합주거, 주거공동체를 고민하고 있었고, ‘통의동 집’과 같이 작은 실험이지만 직접 실행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판단,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전대 방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충신동, 이화동, 장충동 등 서울의 동쪽부터 알아봤는데 마침 서촌에 건축가가 참여해 사용승인을 앞 둔 다가구 건물을 찾아, 5년간 전대하는 조건으로 2층, 3층 두 가구를 거실을 막아 방으로, 주방을 세탁실과 샤워실로 변경해 4명, 3명이 생활하는 셰어하우스 형태로 바꾸었죠. 각 층에 거실과 주방을 없애는 대신 지하 1층에 커뮤니티 부엌을 두었어요. 주말은 1층 ‘정림건축문화재단’의 회의실 공간을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거실로 공유하고, 평일 낮은 재단이 지하 주방을 사용하고 관리를 돕는 구조였어요. 이런 공유 주거의 형식도 의미 있겠지만, 저는 ‘통의동 집’을 통해서 공공이나 민간이 아닌 다른 주체에 의해 임대주택을 공급한 점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제3의 자본을 활용하고 특성을 이해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이런 인내하는 자본의 기본 특성은, 장기간 저리로 신용이나 담보가 없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박 : 공급 주체가 다른 점도 그렇지만, 서로 모르는 타인이 사적 공간을 공유하는 측면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습니다. 공유의 기능과 용도를 결정할 때 화장실, 부엌, 식사 공간, 재단 사무실과 회의실 등으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공유가 절대 불가능하게 될 접점이 있잖아요.

김 : 저희는 주거 문제보다는 일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어쩌면 그 점으로 쉐어하우스에 더 관심을 가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전문직, 평생직장과 같은 개념은 이미 부식되었고, 일하는 장소와 시간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선 일본에서 쉐어하우스가 인기 있었던 것은 한국보다 유연한 노동시간 때문이라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사적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은, 성나연 대표가 바텐더, 간호사 그리고 작가 등과 함께 샤워실 있는 화장실을 아무 불편 없이 같이 사용했던 경험 때문입니다. 성나연은 나인-투-식스 직장인이었고, 바텐더는 저녁에 출근하여 새벽에 들어오고, 간호사는 3교대로 근무하고, 작가는 집에서 일을 해요. 그런 네 명이 사니까 화장실이 하나여도 불편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노동 시간이 유연해지면서 공유 공간은 네 명이 나누어 쓰는 것이라기보다 각자 시간차 덕분에 혼자 부담하기 어려운 공간이나 시설을 때로는 온전히 점유할 수 있는 것이죠. 다음으로 일본에서는 장기 불황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했기 때문에 근무 시간이 짧아지고 수입이 줄어드는 단기 근로직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출을 줄여야 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쉐어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공유 공간에서 글도 쓰고 요리도하고 식재료를 기르는 등, 더 본격적인 가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시작된 것이죠. 이런 배경에서 잘 갖춰진 공유 주방이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라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회사일로 바쁠 때는 대부분 외식을 했는데, 월급도 줄어들고 시간이 많으니까 슬슬 집에서 밥을 해먹으려 하면 원룸에서는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불편하다는 점을 인지하게 되었지요. 제대로 된 가사 노동을 할 있는 공간이 집에 있는 것이 쉐어하우스의 본질이라 생각해, 커뮤니티 키친, 쉐어드 키친을 중요하게 계획했어요. 건조기가 있는 세탁실도 같은 맥락입니다.


경계와 집합에 대한 새로운 개념

박 : 한국도 일자리 나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적게 일하고 적은 돈을 가져가는 구조가 시작되어 집에서의 거주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고, 다양한 주거 변화가 사회변화와 맞물리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통의동 집’의 구조를 보면, 1층에 의해 지하 공유공간과 2층과 3층의 주거 영역이 완전히 분리된 상황이어 장점도 있겠지만, 오히려 주방을 더 적극적으로 잘 쓸 수 있는 위치와 방식이 좋지 않나요?

김 : 네! 맞아요. 계획 초기에는 현관을 지나 신발을 신고 공용복도를 통해야 하는 공유주방의 위치가 너무 싫었죠. 만일 박소장님께서 설계했다면 복도와 계단이 그렇지 않았을 거예요. 냉난방도 안 되고, 최소의 비용으로 마감된 완전히 버려진 공간인 거예요. 피난계단을 통과해 하나 밖에 없는 주방에 가는 동선이 싫어 다른 건물을 알아 보자고도 했어요. 특히 지하의 ‘신발 신는 주방’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박 : ‘통의동 집’은 2층 주거영역에서 신을 벗나요?

김 : 2층은 2층의 현관이 있고, 3층은 3층의 현관이 있어서 각층 현관에서 벗습니다. 정확하게 층으로 분리된 다가구 주택인거죠. 심지어 3층은 4층 주인집 현관도 마주하고 있어서 복도를 집주인하고 같이 써요. 처음에는 다가구 주택의 일부를 변경하는 제약으로 아쉬움이 많았는데, 지금은 공유주택에서 신발을 신는 주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유주택을 계획한다는 것은 지극히 사적 영역인 집 안에 다양한 공적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어요. 이와 동시에 공적 공간 내에 사적 영역을 만들어 거주의 경험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죠. 이런 사적-공적 관계를 가진 영역을 다양하게 구조화하고 프로그램을 연계해 전이공간을 상품화 한 것이 공유주택입니다. 간단히 말해 주거 안에 ‘제3의 공간’을 넣는 일이라 정의하고 있어요. 계획 단계에 거실 평면을 보고 신발을 신는 공간인지, 신발을 벗는 공간인지 항상 질문을 합니다. 저희는 타인을 편안하게 초대할 수 있는, 신발 신는 공간을 최대한 주호 내에 많이 만드는 것이 좋은 주거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 믿고 있어요. 최근 일본 소형 주택 사례에서 자주 등장하는 ‘토간’이라는 확장된 현관이 유사한 개념입니다. ‘프라이빗-퍼블릭’, 그리고 안-밖의 층위를 중첩시키는 것이죠.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벗으며 실내로 들어오면서 ‘프라이빗’하다고 느끼는데, 실내에서 신발을 신으면 내외부 경계의 감각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그 경계들을 전이시키거나 모호하게 하면 작은 공간에서도 풍요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져요. 양분된 개념을 전이공간을 통해 세심하게 조율하는 일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박 : ‘통의동 집’은 처음부터 신발을 신고 주방을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말이네요.

김 : 네. 2, 3층 개인 생활공간에서는 지하까지 거리도 있어 불편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오히려 다양한 만남과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중간영역으로, 친구나 이웃을 초대할 수 있는 사회화된 공간으로 작동했어요. 다양한 가전과 설비가 구비된 주방인데, 처음에는 이용률이 낮아 망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입주자 만족도는 높아서 이유를 알아보니 지금도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가끔 여유가 될 때 도시락을 싸거나 건강한 식단을 챙길 수 있는 장점도 있었지만 특별한 약속이나 준비 없이도 배고프다는 친구에게 ‘짜파게티지만 내가 직접 만들어 대접해 너무 기뻣다’는 거에요. 사소하지만 타인을 돌볼 수 있는 경험이 소중한 것이라 확신하면서, 신발 신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박 : ‘청운광산’은 공유주방이 실내에 있어서 ‘통의동 집’과 다르게 사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김 : ’청운광산’은 사실 키친-리스(kitchenless)하우스에요. 주방이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같이 쓰는 공간은 사용인원 수에 따른 시설기준을 마련해 두고 있어요. 단순히 주방의 면적 말고도 수납함의 용량과 크기, 가스렌지, 개수대와 작업대의 치수와 개수 등의 기준이 있는데, 일단 열한 명이 하나의 주방을 쓴다는 건 말이 안돼요.

박 : 그런데 열한 명이 한꺼번에 주방 쓸 일은 거의 없잖아요. 게다가 열 한 명이 사용할 주방 면적을 정하기도 어렵고.

김 : 그래도 이정도 규모는 부족해요, 한 번에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기 정도의 면적은 대략 여섯 명 정도가 사용하기에 적정해요. 사용인원수에 따른 공유시설기준이 있습니다. ‘청운광산’은 고시원과 같은 ‘주방 없는 주거유형’으로, 이곳의 1인가구들은 저녁도 외식하는 것으로 상정하고 있어요. 그 대신 제철 채소와 발효 음식을 전하는 ‘큔’이라는 카페가 있어요. ‘통의동 집’은 바로 앞에 ‘스튜디오 잇’이라는 요리 스튜디오가 있는데, 요리수업을 하면 저희 입주자들하고 관계가 있어서 음식을 종종 나눠주고 했습니다. 또 하나의 신발을 신는 주방이었지요. 어쩌면 서촌이라는 동네이었기 때문에 주거의 여러 기능이 지역으로 더 쉽게 확장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청운광산’은 서촌에서 근무하며 서촌을 주거지로 생활하는 사람을 우선 모집할 예정이에요.



박 : 오랜 시간을 확보하는 일 만큼이나 구성원의 조합도 중요하고 기준도 중요한 것 같아요. 남성 전용이나 여성 전용 등, 성에 따른 입주 조건은 어떤가요?

김 : 지금까지 여성 전용으로 운영한 이유는 샤워실 같이 내밀한 공유시설 규모가 언제나 넉넉하지 못하고 최소기준만 충족했기 때문입니다. ‘통의동 집’이나 ‘청운광산’의 경우, 층별로 성별을 분리하면 혼성도 가능합니다. 함께 쓰는 생활공간은 5명을 넘지 않은 규모에서 작동하는 것 같아요. 더 큰 집합주택의 경우, 10명, 20명이 함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5명 이하의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단위가 모여 상위의 공유공간을 만드는 형식으로 확장되는 것이 지속가능한 공유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박 : 층에 대한 구분도 그렇지만 같은 층이라도 개인실과 공유 공간이 있을 수 있는데, 구조적으로 어느 정도 분리할 필요가 있지 않나요?

김 : 네. 필요하죠. 개인 공간과 공유 공간이 물리적 경계 없이 합쳐진 구성은 건강한 구조는 아니에요. 금요일 밤까지 야근하고 녹초가 되어 집에 도착했는데, 곧바로 연결된 거실에서 동거인들이 축구 보면서 치킨 파티 하고 있으면 스트레스를 좀 받겠지요. 사실 이렇게 연결된 구성은 나쁜 공유 평면의 전형입니다. 이런 평면 구성일때 설계사무소에 항상 두 가지 질문을 드리는데요, 공유 거실과 개인실 중 어떤 것을 남쪽에 둘지, 그리고 두 공간의 경계를 어떻게 만들지, 처음 프로젝트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논의하는 질문들 입니다.

박 : 공유공간인 주방이나 식당도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개인의 공간 크기가 아주 민감하잖아요. 설계하면서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전용면적에 따라 개인이 가져올 수 있는 짐의 크기가 달라지고, 그 짐의 크기에 따라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지잖아요. ‘통의동 집’과 ‘청운광산’ 둘 다 개인실의 면적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나요?

김 : 여러 설계사무소와 같이 일하기 때문에 1인실 면적의 기준을 정확이 가지고 있어요. 침대와 수납장이 있는 개인 방은 내측 기준으로 9㎡(2.6x3.5)를 권장하고요, 6.3㎡ (2.1x3.0)이 정말 최소면적이에요, 중심선으로 대략 7.3㎡ 정도.

박 : 기준이 어떻게 나오게 된 거에요?

김 : 최저기준과 사례조사 두 가지인데요. 정확한 숫자로 9㎡은 나르콤핀(Markomfin)같은 1930년대 러시아의 공동 주거의 기준에서 나왔습니다. 미국의 SRO(Single Room Occupancy) 영국의 HMO (Houses in Multiple Occupation) 등 해외 최저주거기준을 많이 참조 했어요. 관련 국내외 논문을 분석하고, 미공군 막사 기준도 검토했던 것 같아요. 다음으로는 이런 가족이 아닌 개인들의 집합주거 사례를 분석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례가 있어요. 5개 정도의 그룹을 참조했는데 처음에는 100개 정도의 일본 쉐어하우스 사례를 분석했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기숙사에요. 르코르뷔지에 스위스 파빌리온, 알바 알토의 MIT기숙사 같은 고전부터 덴마크의 Tietgen 기숙사의 평면 구성과 크기를 분석하고, 북유럽의 협동조합주택과 소셜 하우징 사례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활발하게 공급 된 1인 가구를 위한 뉴욕 임대주택시장의 사례들, 마지막으로 호스텔, 이렇게 다섯 개 분야의 사례들을 꾸준히 수집하고 조사했어요. 평면 사이즈를 하나하나 확인 해 보고 전용 공간과 공용 공간의 면적 비도 계산하였죠. 그리고 실제로 지어보면서 기준을 검증했어요.


박 : 사례 조사를 많이 해서 나왔다고는 하지만, 사례조사 내용을 보면 구성방식, 용도, 입주자성향, 건물이 지어졌을 때의 시대적 변화 등, 결과를 곧바로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김 : 임대관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용자들의 생활을 관찰하면서, 공간의 성격은 계획단계가 아니라 사후에 판단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어요. 당연히 사용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러 사용자들 간의 생활 습관 차이, 공적 영역을 사적으로 점유하는 등의 사유화 문제, 공유공간에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마찰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개인실의 경우, 1인이 거주하는 극소한의 물리적 크기는 명료했어요. 저희가 꿈꾸는 쉐어하우스의 원형은 ‘라뚜렛 수도원(La Tuorette)’입니다. 은둔처인 작은 침대와 묵상하는 테이블 하나가 개인실의 전부이고, 나머지 기능은 다양한 공동시설로, 경외감 마저 우러나는 예배당과 자연, 그 곳이야말로 건축 형식이나 규모, 공간 크기와 연출, 1960년에 준공되었지만, 지금 1인 가구를 위한 집합주택으로 그대로 지어도 좋겠다고 생각해요.

박 : 최소면적 6.3㎡ 은 단기 거주자들을 위한 집이라고 했는데, 면적과 거주 기간의 상관성은 어떤지요?

김 : 면적보다는 모든 것이 딱 갖추어져 변경이 불가한 구조라서 단기 거주자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최소기준을 설정할 때는 바닥면적 뿐만 아니라 층고, 가구와 조명, 창의 위치와 관계를 고민하면서 , 수도사의 방처럼 작지만 평생 살 수도 있는 크기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거주라는 것은 오직 사람들이 그 안에 살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시작하는 것이기에 누가 살지도 모르는 공간의 모든 것을 미리 구성해 놓은 것에 항상 고민이 많아요. 최소 면적으로 입체적·효율적으로 공급하다 보니, 단기로 거주하는 호텔같이 침구까지 준비하기도 하는데 거주자 스스로 가구를 더하거나 화초를 기르면서 본인의 영역을 점유해 나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여지가 여분의 면적 말고 어떤 부분이 있을지 고민합니다. 창틀에 절묘하게 놓여진 화분이나 소품들, 엽서와 사진들이 붙여진 벽을 통해 거주 기간을 짐작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