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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누엘 페랑_Emmanuel Ferrand

수학자이자 사운드 아티스트로 에콜폴리테크닉에서 박사를 받았다. 현재 소르본 대학교(파리 6대학) 수학과 교수이며 라 제네랄(La Generale)의 대표 및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예술과 과학, 소비되어 버려진 도구의 재활용, 사운드 아트, 디지털 바이올로지 등에 관심을 가지고 예술과 과학의 경계선상에서 작업하고 있다. 2010년 파리와 서울에서 “파리로 간 이상”전시와 함께 한국 문화(도시구조, 재건축 재개발, 발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수학과 건축

박: 제가 2010년 파리에서 전시한 이후 만나면서 엠마누엘씨가 한국과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소르본 대학 수학과 교수이면서 문화 기획자, 그리고 사운드 아티스트까지 활동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건축(문화와 구조)에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지는데 건축이나 도시에 대해 수학자로써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요?

엠마누엘: 나는 1969년 오를레앙스 라 소스(Oléans La Source)에서 태어났는데, 그곳은 당시에는 전형적인 70년대 스타일로 건설 중인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그 동네는 내가 떠난 후 프랑스의 많은 신도시들처럼 사회적 관점에서 실패 사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의 나의 모든 기억은 매우 긍정적이었고 지금도 그 시대의 브루탈리즘적인 유토피아(brutalist utopia)에 어느 정도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후 나는 ‘자연 과학' 대학인 에콜 폴리테크니크(Ecole Polytechnique)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건축 분야와 오래되고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매혹적인 로이시 샤를 드골 공항 터미널 1 유토피아(Roissy Charles de Gaulle Airport Terminal 1 utopia, 1977년)의 건축가인 폴 안드레우(Paul Andreu)는 건축과 과학의 밀접한 연결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는 1970년대에 만연했던 기술 낙관주의적 관점의 환상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내가 학생이었던 90년대에 기차 교량과 터널 분야에서 유명했던 교수 지도 하에 건축학 강좌를 수강했습니다. 당시 이때 경험은 나에게 매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와 함께 운 좋게도 초기의 포스트모던 건축가 중 한 명인 프랑수아 스푸에리(François Spoerry)*와 장 발라 두르(Jean Balladur)**를 만나기도 하면서 건축에 좀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 했습니다.

* 프랑수아 스푸에리(François Spoerry) (1912.12.28 – 1999.01.11) : 프랑스의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
** 장 발라 두르(Jean Balladur) (1924.5.11-2002.6.15) : 프랑스의 건축가

박: 태어났던 시기에 지어진 프랑스의 많은 신도시들이 사회적 관점에서 실패 사례라고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가요?

엠마누엘: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 소위 말하는 "신도시"들은 당시 파리가 매우 중앙 집중화되던 시기에 계획되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들은 도시주의적 관점에서 꽤 유망했고 때로는 건축적인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양상을 띠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예시로 내가 살았던 곳인 오를레앙스 라 소스(Orléans-La Source)는 보행자들을 위한 일종의 낙원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당시 신도시들은 오래된 도시 중심가들로부터 의도적으로 떨어져 계획 되었습니다. 그러나 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경우가 많았고 건설 초창기 거주자들이 부를 축적한 후 더 편리한 곳으로 이주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그 자리는 저소득층의 인구로 대체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들이 누적되어 상황은 점점 악화되었습니다. 1990년대의 오를레앙스 라 소스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달았고(폭력, 마약 거래상, ...), 그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아직 완벽하기는 멀었지만) 지상 낙원을 갈망했던 개방된 도시 계획은 많은 시간과 자본이 소모되고 있습니다.

박: 신도시에서 발생하는 그러한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공적 자금이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엠마누엘씨는 이야기 한 것처럼 이미 이전부터 건축에 많은 관심과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군요. 방금 이야기 했던 학생 때 교량이나 규모가 큰 건축 구조를 경험이 영향 일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데 단순한 수학적 구조와 건축적 구조의 연관성이 있을까요?

엠마누엘: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나는 90년대에 소련이 붕괴된 후 프랑스로 건너온 러시아의 교수에게 수학 교육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독일 형식주의에서 영감을 받은) 고도로 이론적이었던 프랑스 전통과는 달리 러시아는 응용수학과 공학, 그리고 소위 말하는 '순수' 수학의 뚜렷한 구분이 없이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러시아식 접근법은 기하학, 위상 및 시각적 사고에 대한 강한 필요성을 포함합니다. 추상화와 대수학은 이 수학적 직관의 더 깊은 층위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때문에 물리적 세계와 구조물의 실제적인 물질성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리감은 없습니다. 파리 근교의 라데팡스(La Défense)에 있는 거대한 박람회장를 예로 들겠습니다. CNIT(프랑스 국립산업기술센터)는 50년대에 지어졌고 이 거대한 콘크리트는 꽤 복잡한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나는 이 구조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생각보다 훨씬 가볍다). 이와 비슷한 건축가들 중에서 베르나르 제르퓌스(Bernard Zehrfuss)와 장푸르베(Jean Prouvé)를 꼽을 수 있겠지요. 나는 복잡한 공학 문제에 대한 재치 있는 해답과 외적인 단순함에서 일종의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감정은 수학에서도 느낄 수 있고 건축 구조와의 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예는 1930년대에 로베르 마야르(Robert Maillart)가 설계한 스위스의 살지나토벨 다리입니다. 이후 이와 유사한 디자인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단지 그 구조적 아름다움을 경험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여행을 가기도 했습니다. 수학적 정신을 가진 건축의 가장 훌륭했던 예시는 프라이 오토(Frei Otto)의 작품에서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가 선호하는 가볍고, 우아한 구조를 위해 비누 방울 형태를 혁신적으로 사용한 예가 기억에 남습니다.
나중에 수학으로 전향했지만 나는 과학에서의 미학이 건축에서의 미니멀리즘과 확실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수학 이론은 필요 이상의 복잡한 구조와 논쟁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컴퓨터 과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알고리즘과 코드는 컴퓨팅 리소스를 낭비해서는 안되며 이것은 소프트웨어 구조(알고리즘)*가 가질 수 있는 우아함을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오캄의 면도날(Occam's razor)**"이라고 불리는 전제를 믿고 있습니다. 즉, 복잡한 것보다 간단한 해결책이나 설명이 더 정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이런 관심의 연장선으로 건축에 대한 나의 관심은 동일선상에 있습니다. 또한 나는 형태뿐만 아니라 사용된 재료와 구법에 대해서도 우아하고 단순한 구조나 미니멀리즘을 선호합니다.

* 소프트웨어 구조(software architecture) : 소프트웨어의 구성요소들 사이에서 유기적 관계를 표현하고 소프트웨어의 설계와 업그레이드를 통제하는 지침과 원칙
** 오캄의 면도날(Occam's razor) : 다른 모든 요소가 동일할 때 가장 단순한 설명이 최선이라는 뜻의 용어. 어떠한 현상이나 원리를 나타내기 위한 논리구조에서 쓸모 없는 비약, 전제, 논거들을 잘라내라는 선택의 방법을 나타내는 내용

박: “오캄의 면도날” 처럼 단순한 구조에서 예측 가능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엠마누엘씨는 선명한 결과를 선호한다는 것으로 들립니다. 수학과 사운드 작업과의 연관 관계도 궁금합니다. 어떤 부분에서 접점이 있는가요?

엠마누엘: 나는 아마추어로서 음악(플루트)을 공부했습니다. 나는 진정한 음악 애호가로서(이것은 모든 음악 장르를 포함한다) 소리를 이용한 실험을 묘사할 때 "사운드 아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 실험들은 소리의 물리적 성질을 다루고 거기에서 수학과의 연관성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음향 현상은 수학 이론에 의해 매우 정확하게 묘사되고(Fourier 분석*, 신호 처리) 이에 따르면 전자 음악 기계는 수학적인 도구가 됩니다. 음악과 사운드 아트에서 나의 모델 중 하나는 미국의 미니멀리스트 작곡가 앨빈 루시에(Alvin Lucier)인데, 그는 그의 작품에서 자주 주변 건축물의 음향적 특성을 잘 활용합니다(예: "나는 방에 앉아 있다", 1969 참조).

* Fóurier analysis : 푸리에 해석(解析), 주기(周期) 함수를 사인 함수와 코사인 함수의 합(合)으로 나타내는 일

라 제네랄 La Générale

박: 건축, 구조, 미학, 수학, 음악 등이 모두 연결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관심사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활동을 하기 위한 장소로 엠마누엘씨가 기획 및 운영하고 있는 “라 제네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군요. 그곳에서 파생되는 가치는 문화, 예술, 건축에 관계되어 있는 문화 활동들이라고 생각됩니다. “라 제네랄”에서 활동하는 내용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엠마누엘: 우리는 “라 제네랄(La Générale)”은 독립적인 예술적, 사회적 실험실입니다. “라 제네랄”의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파리와 같이 부동산 가격이 매우 비싸고 밀집된 도시에서는 실험과 반사회적 활동을 위한 작업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기 수익에 대한 부담 없이 자유롭게 시도하고 실패할 수 있는 공간 말이죠. 우리의 공간은 예술뿐만 아니라 시민 과학, 도시 농업, 요리, 사회 및 정치적 실험 등 광범위한 문화 활동에 개방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파리 시로부터는 이 공간을 적절한 가격에 임대하는 것 이외에는 직접적인 지원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이런 활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라 제네랄(La Générale) : 예술, 문화, 사회 분야에서 연구와 창조적인 실험실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프랑스 파리의 협회

박: 라 제네랄에서의 활동은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티스트들끼리 여러 예술을 통한 실험들과 작업들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가요? 그런 문화적 활동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요?

엠마누엘: 초기 시절 우리 공간을 이용했던 많은 젊은 예술가들은 이제 그들의 예술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이것이 언제나 엄청난 투쟁일지라도). 이것은 특히 시각 예술과 연극 분야에서 두드러집니다. 나는 작품 내용의 취향을 떠나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분야에서 무엇인가 깨달음을 얻는 것을 도울 수 있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물론 이 공간에서 진행되거나 활동 중에 나의 선호도와 맞지 않는 것들도 있었지만 다양성이 유지되는 한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죠. 또한 우리의 활동은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종종 모순될 때도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과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실제로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라 제네랄은 들을 수 없는 목소리들을 모아 주는 벌집 같은 역할을 합니다. 나는 우리 프로젝트의 주요한 사회적 성취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 또한 그곳에서의 자원 봉사 활동을 통해 일상적으로는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의 삶이 매우 풍부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

박: 라 제네랄에서 활동한 자료 발표 내용에서 ‘Reinventing Paris’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이야기 했는데 건축과 관련된 내용인 것 같습니다.

엠마누엘: "Reinventing Paris"는 파리의 새로운 "신경제"(스타트업, 생태학 등)를 위한 기반 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파리시에 의해 조직된 개발 프로그램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파리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공공 소유의 건물들(방치된 장소들, 현재 기준에 맞게 리모델링 하기 쉽지 않은 오래된 건물들 등)을 일부 민간 투자자들에게 연결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소유주(대부분 민간 대기업)들은 그러한 장소들을 혁신적인 곳으로 만들기 위해 충분한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파리시가 그 건물들을 계속해서 관리할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반대로 한때 공공의 장소나 건물들이 개인 소유로 넘어가면서 영원히 사라진다는 사실이 슬픕니다. 시민들 입장으로 본다면 그곳을 영원히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그런데 최초 시작할 때의 야심 찬 계획에 비하면 현재의 프로그램 진행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이런 실망감은 일반적인 건축의 질에 대한 것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나는 대부분의 경우 초기에 목표로 한 혁신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고, 반대로 현재 파리시에 만연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항상 관에서 주도하는 방식에서의 문제점은 탑다운 방식의 구조가 가지는 한계와 연결되어 보입니다. 실행할 기업이나 자본가들은 관에서 생각하는 방식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관에서는 반대로 현실적인 조사나 관심이 낮아서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관에서 주도하는 프로그램을 다른 방식으로 악용되거나 변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지요. 방금 말한 내용과 거의 비슷하게 일본에서도 유휴 관공서나 시설에 대한 리노베이션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전에 인구가 늘어 필요에 의해 지어진 파출소, 소방서, 도서관, 동사무소, 학교 등등이 인구가 줄어 사용할 사람이 없어 오랫동안 비어있거나 골치거리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민간에서 이 유휴 시설들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소개해주는 사이트도 있고, 서울에서는 몇 년 전 ‘도시공간개선단’에서 공간 조사와 함께 이런 유휴 시설이나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파리에서는 ‘Fab city’라는 프로그램도 언급하고 있는데 이 내용은 어떤 것인가요?

엠마누엘: 전세계적으로 각 도시마다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Fab City"는, 원칙적으로는 도시의 복원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매우 유망한 계획이었습니다. 오픈 소싱(open-sourcing)*, 지역 생산, 순환 경제, 도시 농업의 가치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결국 기후 혼란과 생물 다양성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세계화 된 스타트업 구조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일반 사람들의 필요와는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어 문제입니다. 더 나아가 그린워싱(Greenwashing)**도 일반화 되어 있습니다. 파리 같은 도시가 근본적이고 지성적인 야심 찬 프로그램을 더 이상 이끌어나가지 못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다른 관점으로 나는 매우 흥미로운 경향을 관찰했는데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토지나 건물을 사기 위해 함께 모이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들은 이후의 행보는 공유 재산을 형성하고 해당 장소에서 장기간의 혁신적 프로젝트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농지 또는 건물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Marseille 의 La Déviation을 참조)

* 오픈 소싱(open-sourcing) : 정보나 컴퓨터 코드 등의 지적 재산을 일반 대중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
** 그린워싱(greenwashing) : ‘그린’(Green)과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의 합성어. 기업의 경제적 이윤을 목적으로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상품을 광고하거나 홍보하고 포장하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

박: 결국 이런 도시나 건축에서 나타나는 운동이나 계획도 정치와 결합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엠마누엘: 그렇죠. 나는 세계 모든 곳에서 이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서울이나 부산과 같은 도시도 유럽의 관점에서 보면 거대하고 매우 복잡하죠. 그곳은 무정부주의적인 자기 조직화 과정으로부터 나온 것 같은 빽빽한 작은 집들로 이루어진 가구들이 모여 있으며, 옆으로는 투기와 자본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높이 솟은 현대적인 재개발 지역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양극의 중간에 도시계획이라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공공정책을 위한 공간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리고 혹자는 그러한 정책이 실제로 필요한가 하는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박: 파리에서의 문제라고 이야기 한 것과 같이 한국에서도 여전히 젠트리피케이션이 큰 사회적 문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도시 내 변화의 사이클이 짧아지면서 소비되고 오랫동안 함께 했던 장소들의 기억들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신적인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 간접적인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의 변화와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어떻게 진행되고 대처하고 있는가요?

엠마누엘: 파리는 한때 인기 있는 도시였으며, Haussmannian* 양식의 건축물들의 중심에 소규모 산업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규모 산업은 이제 거의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Marais 지구는 1960년대까지 노동자 계층의 지역이었습니다. 파리의 역사적 도시 중심지는 순환형 자동차 전용도로로 둘러싸여 있고, 내부에는 2백만 명만이 살고 있으며, 고리의 바깥 교외에는 천만 명이 더 살고 있습니다. 소규모 산업이 사라진 후 그 변화에 의해 파리 대부분의 지역은 비워지게 되었고 현재는 많은 지역이 거주지라기 보다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박제된 박물관(또는 디즈니랜드)처럼 느껴집니다.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은 젊고 고학력의 부유한 엘리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소위 디지털 경제의 발전과 관련이 있다고 보입니다. 현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코워킹 공간 또한 이러한 경향의 한 증상입니다. AirBnB와 아파트 임대 플랫폼의 큰 성공은 부동산 가격을 점점 더 높게 이끌며 사회 구조 파괴의 또 다른 요인이 되었습니다. 파리 중심부에 실제로 거주하는 시민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언론에서도 이 문제점을 자주 언급하고 있습니다. 관광 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거의 제공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관광 산업은 경제적 발전의 기회로 간주되기 때문에 파리시가 그러한 AirBnB와 아파트 임대 플랫폼에 대항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 Haussmannian : 1853년에서 1870년 사이에 황제 나폴레온 3세가 의뢰하고 센구역의 도지사인 조르주-유겐 하우스만이 감독한 광대한 공공사업 프로그램. 과밀하고 비위생적인 중세 지역들의 철거, 넓은 길의 건설, 새로운 공원과 광장, 파리 교외 합병, 그리고 새로운 하수도와 분수, 수로 등이 건설되었다. 오늘날 파리의 중심부의 거리 계획과 독특한 모습은 대체로 하우스만의 개보수 결과물이다.

박: 방금 이야기 한 것처럼 파리에서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정작 기존에 살던 파리 시민들은 외곽으로 물러나고 파리 시내의 집들은 관광객을 위한 숙박 공간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변하면서 새로운 문제점들도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엠마누엘: 그렇습니다. 이것은 많은 파리 시민들이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 런던, 베를린, 암스테르담에서도 마찬가지이죠. 사람들은 AirBnB가 호텔 산업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의 붕괴에도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현재 사회복지 시스템이 '플랫폼 자본주의(platform capitalism)'에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입니다. 디지털 경제가 발전하기 훨씬 전부터 빠른 변화를 겪은 아시아 도시들은 상황이 다를지도 모르겠군요.

박: 아시아와 한국의 주요 도시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지만 해결책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과도기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자본주의의 속성이라고 본다면 짧은 시간 안에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엠마누엘: 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디지털 경제와 연계된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화의 진정한 수혜자인 초국가적 계층의 출현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주 그리고 쉽게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브루클린에서 서울까지 유사한 가치를 전파하고 있죠. 나는 이 계층의 밖에 속해 있는 사람입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은 반드시 부유하지는 않지만, 소위 "창조 경제(Creative Economy)"에 그들을 속하게 만드는 문화적 자본을 공유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이런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으로 파리 도심에 이전부터 있던 가게들이 더 외곽이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업지역으로 옮기면서 오래된 공장이나 건물을 상업적 용도로 리모델링 하는 것이 많이 생겼습니다. 서울의 경우 문래동이나 상수동 또는 망원동, 연남동은 홍대에서 밀려나면서 새롭게 분위기가 바뀐 동네가 되었습니다. 또한 익선동이나 성수동과 같이 도시 내 구조를 그대로 남긴 채 변화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래된 공장이나 건물의 업사이클링(upcycling)에 대해 파리에서는 어떤가요?

엠마누엘: 현재의 파리처럼 매우 밀집된 도시에서 산업용 건물에 새로운 생명을 주는 것은 정말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 건물의 예전 역사를 추적하고, 그 곳에서 일했던 노동자의 문화를 기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공간들이 상업적이고 단기적인 돈벌이를 위한 활동이 아니라 어떤 창조적인 목적을 위해 다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파리 마레(Marais)지구의 "Société des Cendres*"라는 매혹적인 오래된 건물에 들어온 유니클로 플래그십 숍은 업사이클링의 좋은 예입니다만 이 Marais지구에 또 다른 거대한 옷가게를 추가하는 것이 정말 필요할까? 의심스럽습니다.

* Société des Cendres : 19세기의 산업 공장 중 하나인 제련소는 2002년까지 귀족 궁전과 패션 부티크로 유명한 마레 지역에서 운영되었다. 2010년 Société des Cendres가 이 건물을 매각했고 새 주인은 이 건물에 의류 매장을 열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홀의 철제 구조물과 대형 공장 시계, 30m 이상의 벽돌로 만든 공장 슬롯 등을 보존하고 복원했다.

박: 그런 상업적 생태계를 조절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요? 결국 그것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소비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La Générale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