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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원_aoa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의 대표이며 대한민국 건축사이다. 주요작업으로 음성 디귿집, 성산동 고양이집, 제주 쌓은집, 홍은동 남녀하우스가 있으며, 프로젝트 실험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2017년에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면서 올해의 주목할 만한 건축가로 선정되었다. 한양대 겸임교수와 서울시 공공건축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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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서의 윤리

박 - 이야기가 좀 무거울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건축에서의 윤리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려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윤리의 폭으로 한정지어야 할지는 좀 모호하긴 하지만, 사회적인 윤리, 건축적인 윤리 이 두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사회적 윤리라고 하면 설계비의 이슈라든지 혹은 사회에서 건축가가 지켜야 할 내용과 범위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고, 건축적 윤리라고 한다면 설계의 과정에서 어디까지 의식 하고 설계를 할 것인지의 범위와 폭과 관련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물론 여기에는 경제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 포함이 되어 있을 것이고, 설계비와 관련지어지는 업역에 대한 범위도 포함될 수 있겠죠.

서 - 저는 그것을 그렇게 정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그 분류도 충분히 수긍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첫 번째 것은 사회적으로 한국 건축계가 앞으로 어떻게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냐는 측면에서의 이야기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설계비를 어떻게 받고, 또 어떻게 그만큼의 일을 하는지의 이야기인 것 같은데, 그건 어찌 보면 건축가 개개인의 삶과 태도와 관련이 있어서 그 사람에게 달린 문제라고 볼 수 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건축이 얼마나 윤리적이냐, 이를 건축물을 설계하는 행위가 제 3자에게 제공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곳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간적, 사회적, 혹은 경제적 배려와 그것들의 파급 효과 등의 많은 부분을 어느 정도 고려하는가 하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이 윤리적인지 아닌 지 보다는, 한국 사회에서 윤리를 보는 관점이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그 잣대가 굉장히 세다는 점입니다. 무언가를 판단 할 때 윤리적인 잣대로 판단하는 경향이 큰 것이죠. 그래서 한국에서 생각하는 윤리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왜 그렇게 윤리적인 것을 판단하려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박 - 건축에서의 윤리와 관련된 이슈가 지금 세대 내에서는 조금씩 이야기되고 의식하자는 발언들이 나오기 시작하긴 하지만, 반대로 실질적으로 학교에서 건축과 윤리에 관한 수업이라든지 그에 대해 최소한의 고민할 기회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교과 과정에 그 부분이 포함되어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사회에 나와서 실제로 설계를 하면서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피할 수 없는 이유는 건축 자체가 미술과는 다르게 ‘공공재’라는 점을 빼놓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누구나 볼 수 있는 위치에 그것들이 지어짐과 동시에 사용자의 관점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공공재의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으니, 윤리라는 잣대가 필요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게다가 사회 내에서 작동하면 더 그렇겠죠. 물론 그것의 범위와 밀도에 대해서는 더 논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건축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상 윤리적인 관점을 피할 수는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서 - 네 그렇죠.

박 - 그래서 윤리적인 잣대의 과도함에 대해 생각하기 이전에, 내가 건축 작업을 할 때 윤리적 관점에서 작업을 했던 순간이나 시도가 있었는지를 한번 되돌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무도 누군가에게 윤리적인 관점을 가지고 설계를 하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죠.
만약 학교의 건축법과 관련된 수업에서 윤리에 관한 언급을 한다고 하더라도, 법에 관련된 윤리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요. 법규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개인은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고, 결국은 법을 만드는 사람의 윤리에 포함 되는 것이 아닐까요?

서 - 그렇죠. 법을 만드는 사람의 취지에 윤리의 개념이 들어있다 하더라도, 사실 윤리가 무엇이라고 정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죠.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윤리는 초등학교에서의 윤리책을 통해서나 배운 내용이고, 그 이후의 것들은 어찌 보면 common sense인 것 같습니다. 이때 그 common sense에서의 분쟁이 일어나는 부분을 법에서 규정하고 공공적인 규제를 하는 것이죠. 이는 최소한의 분쟁을 막기 위한 것이고, 그래서 방어적인 입장을 띄면서 너무 과도해서는 안되는 것이죠. 그래서 건축법을 다루는 수업시간에도 간혹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그 외에는 딱히 윤리에 대한 중요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수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주목해야할 부분은 설계 수업시간에 크리틱에서는 윤리적 관점을 가질 때가 상당히 많다는 점입니다. 가령 어떤 학생이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설계를 해 왔을 때 어떤 선생님은, 물론 윤리적이지 않다고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지는 않더라도, 사용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것이 돈을 감당하고 만들 가치가 있는가, 불편하지는 않겠는가, 혹은 그 동네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등의 잣대를 대입하기도 합니다. 학생 본인은 ‘내가 볼 때는 불편하지 않고, 불편하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앞으로 거기에 살면서 느낄 다른 감정들을 더 많이 생각하였다’라고 하더라도 선생님은 그것이 학생의 주관적인 생각이라며 동의를 하지 않곤 하죠. 이런 측면에서의 크리틱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런 잣대들에는 기본적으로 윤리적 관점이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이 한국에서 보편적으로(commonly)가지고 있는 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설계를 할 때 윤리를 생각하며 하냐고 한다면, 사실 엄청나게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죠. 저도 건물 자체의 결과는 태생적으로 공공성을 가지며 그것을 윤리적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건축을 만들어내는 건축가가 한 명의 작가라는 입장에서 설계라는 프로세스가 그렇게 윤리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박 - 프로세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어떤 것에 대해서 배려하건, 의식하건, 혹은 그에 대해 존중할 수 있는 자세가 바탕에 깔려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자본주의 사회가 강화 되면서 점점 개인화가 이루어지고, 극도로 주관적인 입장에서 모든 것들이 이야기 되곤 합니다. 주변에 대한 맥락이라든지 옆 집, 옆 사람들, 그런 것들이 말이죠. 그러다보니 법적으로 무언가를 해결해 나가려고 하는데... 사실은 건축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에 대한 의식과 배려들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자기 스스로에게 할 수 있죠.

서 - 네 필요하죠.

박 - 물론 그 정도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도 있지만 그 부분 자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인지하고 그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 - 네. 그런데 여기서 건축가 본인이 그 결과를 윤리적으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하는지를 생각해 본다면...저는 거기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윤리적인 것을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어떤 게임의 한 factor로 보는 것이지 그 자체를 결과로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두는 건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박 - 사실 건물 설계를 하면서 그 건물이 완성된 후 그 건물이 윤리적인가 아닌가를 판단하지는 않는 것이고,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어렵기는 하겠죠.
반대로, 계획을 할 때에 설계자가 ‘게임’으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들을 개입시켜 설계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게임’이라 하면 누군가는 그러한 조건들을 모두 무시할 수도 있지 않나요? 물론 게임의 룰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겠지만, 그 룰 안에 주변의 상황과 같은 이슈들을 개입시킬 것이냐의 판단은 설계자가 할 수 있는 것인데, 저는 게임의 룰 안에 그 부분(윤리적 관점의 의식이나 의지)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의 결과물에도 윤리적인 생각 혹은 입장이 이미 관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어렵겠지만요.

결국에 그것은 자세에 대한 이야기이거나 입장의 차이인 것 같은데, 저는 그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결과를 가지고 윤리적이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오히려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봐요. 과정에서 윤리적 의도를 가진 것의 결과물이 실제로 그러하지 않거나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서 - 네. 그런 점도 무시할 수는 없죠. 우리가 보편적으로(commonly)이야기하는 관점에서, 주변에 혼자서만 엄청나게 튀는 집이 지어졌다고 하면, 저 또한 이를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는 것이고, 이때는 저도 그 common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상황일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건축물은 홀로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컨텍스트 안에 놓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노력이 보인다면 괜찮다고 할 수는 있죠. 그런 것이 아예 없다면 문제가 되겠지만요.
윤리를 게임에서의 factor로 보았을 때 우리는 그것을 ‘따른다’고 말하죠. 하지만 저는 그것을 ‘이용’한다는 것도 설계에서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윤리는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건축에서 쉽게 하나의 예를 든다면 context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컨텍스트를 이야기 하는 것도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 때 그것을 따를 것인지, 혹은 그것을 이용해 새로운 컨텍스트를 만들 것인지의 측면에서 저는 후자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저는 건축이 물론 공공성을 띄기는 하지만 공공을 위해, 누군가를 위해, 대단한 무언가를 한다는 입장에 대해 조금은 회의적입니다. 이 때의 ‘누군가’는 불특정 다수죠. 창작 욕구가 있는데 제 3자를 위해 희생하는 것, 가령, 나는 이 곳에 사과(apple)를 놓고 싶은데 이 곳은 사과가 아닌 바나나가 나는 곳이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이 가장 비슷한 파인애플(pineapple)을 가져다 놓아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건축가의 입장이죠. 제가 볼 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factor가 존재하고 그것에 의해 건축이 조종되기도 하지만, 건축가는 여전히 여느 예술과 마찬가지로 답이 없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결정을 하고 결정적인 공간을 만들어낼 때에는 건축가의 주관이 엄청나게 개입되기 때문에 그것이 대단히 공공적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건축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죠. 물론 거기에는 공공적인 생각들이 있지만 그것을 최종 목표로 두고 작업하는 것, 그 건물이 얼마나 공공성을 띄고 윤리적일 것이냐를 두고 작업하는 것은 오히려 오만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 물론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것의 목표가 윤리적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작업하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최소한의 윤리라고 하는 것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개입되어 왔는지, 그렇다면 그것들을 얼마만큼 개입시켜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는 있다고 봅니다. 물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고, 하고 있겠지만, 다른 이야기들을 계속 하다보면 자본주의에 의해 만들어진 어쩌면 직접적인 조건들에 의해서 항상 뒤로 밀리는 것들이 앞서 이야기한 주변의 맥락이나 배려와 같은 것들이 아닐까 싶네요. 건물 안에서의 내용도 마찬가지겠죠. 그 부분들이 계속 소외되거나 없어지기도 하니까요.

서 - 그럼 소장님은 자본주의에 의해 밀리곤 하는 그런 윤리적이고 컨텍스트적인 것들이 조금 더 앞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박 - 앞으로 나와야 한 다기 보다는 그것들이 지금 우리의 작업들, 한국의 상황들에 남아있는가 라는 질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 - 저는 그것들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컨텍스트나 윤리 이야기는 그만 했으면 합니다. 그것은 외부의 조건이지, 내가 만든 내부의 조건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컨텍스트, 경제성, 자재 등의 외부 조건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너의 이야기를 해라’ 라는 생각, 내가 이것을 왜 만들었고, 여기에는 무엇들이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반대의 상황에 놓여 있고 그것이 건축가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과를 놓겠다’고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박 -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지에 상관없이 말인가요?

서 - 아니요. 그것이 사회적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