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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론, 생존주의 건축에 대하여

박: 이제, 그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자면, 세대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생존주의 건축이라는 단어와 함께 젊은 건축가 상을 받으면서 젊은 건축가라는 타이틀에 대한 이야기가 더 나오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좀 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점점 그 단어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 이전에 있었던 선배 건축가들하고, 지금 젊은 건축가라고 하는 70년대 생들을 보면, 사실 성향과 내용이 많이 다르다고 느껴지는데요. 유학이나 해외 전시와 관련해서 보면서 한국세대의 속도, 변화, 지금 젊은 건축가들의 결과와 내용들이 외국과는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요.

전: 저희가 런던 전시회가 흥미로웠던 것이, 항상 해외전시를 가면 주로 우리끼리 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많잖아요. 런던 전시회가 글로벌 임팩트를 냈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흥미로웠던 것이 런던 사람들이 건축에서 보면 우리보다 훨씬 시기적으로 앞서가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건축가 현상을 굉장히 흥미롭게 보고 있었던 거에요. 그 흥미롭게 보는 이유가 '왜 한국에서 이 시기에 이렇게 많은 젊은 건축가들이 등장해?'라는 거였어요. 위기론은 반대로 영국의 건축마켓이 대형 스타 건축가들에 의해서, 대형 사무소에 의해서 장악되고 있거든요. 실제로 졸업하면 다들 그 회사에 가는 거에요. 독립해서 자기회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드문 거에요. 하다못해 RIBA상을 받은 튜모리 코넬리라는 팀이 있는데, 그쪽에서는 그 사람들을 젊은 건축가로 생각하고 있는 거에요. 저희가 보기에는 완전 베테랑 건축가에요. 나이가 굉장히 많아서 목소리도 근엄하시고 그런데 젊다는 것이 상대적인 거에요. 자기들 마켓에서의 건축가들의 나이가, 노만 포스터도 70이 넘었고, 리차드 로져스도 그렇고. 자하 하디드도 젊지 않고. 상대적으로 이 건축가 부부가 그 시장에서는 젊고, 최근에 등장한 건축가들이라는 거죠. 우리가 보기에 그들의 작품은 이미 원숙미가 있고, 너무 성장해있는 건축가인 거에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왜 젊은 건축가로 불리는 이유를 봤더니 다음 세대가 없는 거에요. 영국이라는 마켓의 세계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보자면 굉장히 어마어마한 양의 건축, 특히나 디자인 중심이 되어있는 건축, 시장의 점유율이 높은데, 반면에 이들을 받치고 있는 젊은 건축가 그룹이 다 대형 사무소에 소속되어 있는 상황인거죠. 물론 이 사람들이 시장으로 퍼지면 엄청나겠죠.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 시장으로 나오는 것이 힘든 거에요.

박: 영국에서의 건축 설계 시장 자체가 그렇다는 거죠? 내용 상으로 보면 한국에서도 건축학과 졸업 인구에 비해 건축가로 성장할 수 있는 출발점을 선택하기엔 쉽지 않고 비율도 많이 떨어지잖아요. 그렇지만 최근 한국에서의 시장은 점차 건축가를 원하는 시장의 출발점이라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전: 현실적으로 지금 영국 시장 자체에서는 리드가 없는 거죠. 젊은 건축가들에게 영국시장에서 젊은 건축가들의 리드는 오래된 도시에 있는 집들을 고치는 작업들 그러니까, 남의 집 난로 고치고, 굴뚝 고치는 것들이에요. 본인들이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하고 넋두리를 해요. 대학을 졸업 했을 때 그 살인적인 등록금과 물가, 이미 빚을 가지고 나오는 거잖아요. 그 시작이 마이너스이죠. 그러니 본인들의 작업을 하기 위해서 또 마이너스를 할 수가 없는 거에요. 결론적으로 대형 설계 사무소에 흡수되어야 하는 상황이고, 거기를 거쳐야 큰 프로젝트 하나가 마무리되기 때문에 이들의 성장주기가 너무 긴거죠. 반면에 우리나라는 글로벌 시장을 점유하고 있지 못하잖아요. 대신에 내수시장에서의 중년 건축가들의 점유율이 엄청나거든요. 그런데, 이 대형 설계 사무소에 다 흡수가 되어있는가 하면, 그렇진 않은 게 우린 독립군들이 많은 거에요. 그 다음세대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무조건 마이너스가 아닌거죠. 영국 아이들과 우리나라 아이들은 출발점이 다른거죠. 물론, 지금은 자발적인 휴학이나 이런 것들에 의해서 청년 잠복기가 길어져서 아이들이 30대가 되어서 졸업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청년시기가 긴 것이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오히려 우리 세대는 다 제 시간에 졸업했어요. 30대에 나오지 않고 다 25세 전후로 다 나왔거든요. 어떻게 보면 70년대생 세대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우리는 청년 잠복기를 거치지 않은 세대이고, 그리고 중견 건축가들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던 시기에 나왔기 때문에 소위 말해서 독립군적으로 아뜰리에를 할 수 있는 여건들이 자리가 잡혀져 있었던 것 같아요.

박: 그것을 속도와 연관 지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70년대 생들이 중흥기처럼 젊은 건축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까지는 좋아요. 물론 더 시장이 커지고 활동 할 수 있는 토대가 더 넓어지면 좋겠지만. 그런 면에서 와이즈가 앞으로 진행해 나갈 방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70년대생 뿐만 아니라 80년대생 중에도 이미 사무실을 시작하는 친구들이 제법 많거든요.

전: 맞아요.

박: 지금이 약간 떠밀리는 상황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제 젊은 건축가라는 칭호나 나한테는 어울리지 않다는 이야기가 어쩌면 그런 속도와도 연관이 되어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인가 준비되고 시간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에 의해 떠밀려 가는 듯한 떠 있는 상황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장: 제가 말씀 드렸던 더 이상 젊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변화의 시점을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작업해야 할 방향. 더 크게는 시장의 변화. 그러니까, 마켓의 변화요.

전: 상황이나 지리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욕구가 있는 건축가가 되어야 하는 거죠. 그러니까 '한국, 서울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라고 저희는 생각하는 게, 그게 지역성이나, 너무 한 개체군에만 소통할 수 있는 작업들이 되면 결과적으로 그건 소진되는 거거든요. 서울을 떠나서 하는 작업들. 그 작업들이 항성을 갖게끔 계속 퍼트려나가서 그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계속 올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작업들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그래서 저희가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어요. 작은 프로젝트에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하기보다, 좋은 프로젝트를 계속 징검다리처럼 만들어가야겠다. 예를 들어서 정말 바라건대 1년에 하나씩. 뭐 이렇게 일을 할 수 있으면 이건 행복한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그게 저희가 바라는 바예요. 아까 저희가 계단식으로 보였다고 했던 것은, 그 전략적인 생각 때문이었어요. 하나씩 좋은 프로젝트를 마치 토끼가 과자를 흘리듯이 계속 이렇게 남겨놓으려고 했던 거죠. 그리고 매번 의미부여를 했던 것 같아요. 어떤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게 우리에게 중요한 테스트다. 우리 건축적인 생각의 방식에 이게 하나 이렇게 들어가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생각들을 했을 때, 그 프로젝트들에 공을 들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것을 모으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거에요. 그래서 위기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의미가 다시금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돌보면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장: 저희가 만나서 모임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를 들어서 다른 곳 되게 잘해. 서로 이야기하고, 저 사람에게서 내가 배울게 있다고 해서 프로젝트하는 것을 크리틱도 하고 그랬었잖아요. 요새는 '쟤가 뭐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거를 보고 있고. 뭔가 잘못한 게 있는 것 같으면 나쁘게 이야기를 해요.

전: 그러니까 예를 들어 초원이 척박하니까 안에 있는 초식 동물들끼리 사이가 좋았어요. 이제는 초원의 개체수가 늘어나니까 자신들의 먹이거리가 부족해지는 거나, 어느 한쪽이 부각되는 것에 대한 경계가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그 현상들을 보면서 염려스러웠어요. '아, 곧 젊은 건축가 현상이 사그러들 수 있겠구나'. 최근에 SNS에서 공격하는 그런 것들을 많이 보게 되었거든요. 2016년에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팀들이 한 팀이 문제가 되는 것처럼 이야기 하다가, 이게 붉어져서 다른 팀에게까지 불똥이 튀는 그런 사례를 보았어요. 그것을 보면서 저건 염려스러운 현상이다. 저들이 스스로 서로 잘한다는 이야기가 되어야지, 이게 시너지를 갖고 더 번식하면서 좋은 풍토를 만들 수 있는데, 벌써 누군가를 누르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끌어 내리려는 현상이 나타나니까. 어쩌면 이제 좋았던 시간이 지나가나 보다. 그런데 저희는 이미 매년 좋은 건축가팀들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졸업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젊은 건축가라고 내세우기가 이들에게 미안할 정도라고 느끼고 있었거든요. 그게 생각보다 긴 기간도 아니었지만, 짧은 기간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박: 이번에 동경 취재가 사실은 이것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뭐냐하면 도심지에서의 인구감소, 공동화 현상, 이런 현상들이 일본에서는 이미 이전부터 생겨왔었고 그것에 대해 젊은 건축가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에 대해 인터뷰를 하러 갔었어요. 그것이 한편으로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었고, 한편으로는, 서울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일본은 이미 하고 있거든요. 그 하우스 비전 이라던지 여러 가지 전시들이 계속되고 있죠. 그런데 한국이랑 다른 것이 소비적인 전시가 아니라 생산적인 전시라는 것에요. 비평가, 디자이너인 건축가, 주거 안에 들어가는 제품들을 만드는 기업들과 연계해서 이들이 한 팀이 되었어요. 이 팀이 여러 개의 주제를 만들어서 전시를 했거든요. 이미 이들은 자기네 시장 안에서 활동하는 것의 범위를 세 조합으로 나누어서 시작을 했어요. 그 말은, 이미 자기네들이 다른 해외 시장에 대한 선점을 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렸었고, 그것이 인도네시아부터 시작해서 계획으로는 동남아시아 나라 몇 개국을 거쳐서 중국, 한국까지. 그들은 그것에 대한 준비를 체계적으로 주도하는 분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반면 우리는 '한국에서 싸워봐야… 또는 해외로 나가야 하는데…' 이 정도로 개인적인 생각이지 조직적으로 움직이지는 못하고 있거든요.,

전: 그건 만들기 나름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제 매체파워도 달라진 게, 매체들의 경계가 옛날에는 굉장히 경직되어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서, 뉴욕타임즈에 어떤 것이 소개되기 위해 뚫어야 하는 뚜렷한 경계들이 있었잖아요. 그 기자가 취재원이어서 흥미를 자극해서 그 이야기가 흘러 들어가서 방영이 된다거나, 그런 식의 경직된 경계가 있어요. 이 사람들이 모든 것에 레이더를 세워놓고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전통적인 매체들의 방식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어떤 일과 자기에게 좋은 정보를 주었던 교감하는 사람들을 통해 들어오는 좋은 정보를 통해 파급이 되는 그런 방식을 취하거든요. 그런데 SNS 나 이런 것들이 주는 파급력이 대단한 게, 이게 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계속 나타난단 말이에요. 예를 들어 저 멀리서 누가 점프를 하면 누가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 거죠.

박: 그런 이야기들도 사실은 인터뷰했던 친구들에게서 나왔던 것들이 있었거든요. 아키데일리라던지 우리가 익숙하게 볼 수 밖에 없는 조건들이 만들어지다 보니까 젊은 건축가들이 나오는 결과물에 대한 것들이, ‘어? 거기서 본건데?’아니면 ‘비슷비슷한데?’ 이런 류의 이야기들을 많이 하죠. 정보는 많아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빅 데이터처럼 만들어져서 뭔가로 움직여지는 현상, 또는 결과로 나와지는 것들이 몰린다는 이야기들도 많이 하거든요. 어느 순간 특정 재료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게 유행처럼 휩쓸리는 것들이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보이고, 그 모습들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또 한편의 우리의 모습인 것 같아요.

전: 오리지널리티를 누구에게 부여하기 어려워지는 거죠.

박: 그런 상황들이 한국 건축의 토대가 부실하다는 것을 느끼게 만드는 상황인 것 같아요. 트렌드에는 민감한데,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것들은 다들 고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반문하면 그것에 대한 대답들은 사실 부정적인 또는 아예 대답이 없는 상황들이었거든요.

전: 자연스럽게 두드러지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이 구별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물속에서 모래들을 걸러내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채를 들어올리면 두드러지는 것, 굵은 알갱이와 작은 알갱이들이 구분이 되잖아요. 그 시간이 계속 올 것이라고 보는 거죠. 지금 당장은 물 속에서 흔들흔들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하고.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구분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자기 생각 없이 휩쓸려 다니는 사람과 자기가 가지고 있는 막연하지만 어떤 생각을 가지고 만들려고 하는 사람은 분명히 구분이 될 수 밖에 없어요.

와이즈건축의 화두, Making

박: 그래요. 그 부분을 질문하고 싶었어요. 아까 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작업들에 대한 내용들, 변화들을 보면서 와이즈에서 가지고 있는 화두라고 해야 하나.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좀 더 듣고 싶었어요. 사실 매체를 통해서 제가 들을 수 있는 것들은 약간 표피적인 것이라고 생각되거든요. 코어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와이즈에서 관심 가지고 있는 화두, 몇 개의 단어를 썼잖아요, 초식건축가, 스몰리스 등등해서 몇몇 단어들을 쓰면서 작업들을 설명하거나 성향을 보여주었는데, 성향은 알겠어요. 그런데 그것이 건축에서 나타나는 코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요.

전: 아직 완성된 형태는 아니겠죠. 성장하는 중이니까요. 저희가 근본적으로 좋아하는 말 하나가 있어요. 다들 아시는 말이에요. ‘격물치지’라고 '물건의 본질을 파악해서 결국에는 지식을 얻는다'라는 뜻이잖아요. 그 말에 흥미가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결국에는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게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뭔가 대단한 창의성이나 그런 것의 영감을 받아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본질적으로 물건을 계속 들여다보다 보면 얘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격이 결국 우리에게 답을 준다는 거죠. 물건을 가지고 놀다 보면 예를 들면, 심플한 노트인데 얘가 주는 무엇이 있다라고 생각을 하는 거에요. 이게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답을 한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사실 벽돌도 그런 거였어요. 벽돌이 저희가 우연히 발견한 게 아니잖아요. 오래 써오던, 웬만한 해법은 다 있는 상태에서 시작을 했던 것이 벽돌이었거든요. 전쟁역사 박물관이 계기가 되었는데, 박물관 자체가 가지고 있던 재료가 벽돌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재료를 물려받았어요. 그리고 벽돌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궁리하기 시작한 거에요. ‘얘로 뭘 할 수 있지?’ 물론 재료만이 가져온 것은 아니었고, 프로그램적인 고민이 같이 있었던 거죠. ‘사람들이 와서 무엇을 했으면 좋을까’ ‘사람들이 추모하는 벽에다 무언가를 놓고 갔으면 좋겠다.’ ‘벽돌로 선반을 만들까’ 이런 생각으로부터 외벽의 디테일들이 나오기 시작한 거죠. 쓰임을 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과 재료에 대한 생각이 같이 결부되면서 자연스럽게 디자인들이 풀려나가게 된 거예요.

박: 와이즈에서는 그 뒤로도 계속 벽돌이라는 재료를 썼었잖아요?

전: 벽돌이라는 재료에 고착했다기보다는, 벽돌이라는 재료의 좋은 점을 계속 발견해나갔던 것 같아요. 작은 단위체가 결국에 커다란 덩어리를 구성하는 방법이라던지, 처음이어도 오래되어 보이고, 또 몇 년이 지나도 지금 만든 것 같기도 한 점들을요. 그래서 그 재료를 좋아하게 된 것이지 '우리는 이 재료가 아니면 안돼'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결국 쓰임새에 대한 생각이라던가, 재료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격들이 자연스럽게 디자인과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더라구요.

박: 그렇다면 지금 관심사는 재료인가요?

장: 하나로 말하긴 어려운데, 코어는 '좋은 것을 만들어야해' 이것이 어떻게 보면 코어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박: 그러면 와이즈에서 좋은 것은 어떤 것인가요?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나요?

전: 저희도 그게 고민이에요. '재료에 대한 관심이세요?'라고 하셨을 때 제가 살짝 대답하지 못했던 게, ‘아닌데, 재료에만 관심 있는 건 아닌데’ 왜냐하면 그건 재료가 시작이고 끝이라는 이야기와 같은 건데, 그게 되게 위험한 이야기거든요. 재료가 아닐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무엇을 만드는가도 중요한 것이잖아요. 건물을 만드는데 ‘어떤 건물’, ‘어떻게 썼으면 하는 건물’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만들잖아요. 저희가 건물을 만들 때 공간을 투시도적으로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쓰임새를 계속 생각하잖아요. 쓰임새와 보이는 것을 다 같이 고민하게 되는 거 같아요. 재료는 그때 적재 적소에 쓰이게끔 활용하면 되는 거죠. '이거 아니면 안돼'는 아니에요. 안도가 '콘크리트가 아니면 안돼'라는 식의 결합된 원칙을 정하고 있지는 않은 것과 같아요. 그게 좋은 점이기도 하고 불편한 점이기도 하구요. 매번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들을 하는 것이 상당히 피곤한 일이긴 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응용시켜보는 이유가 '이게 정말 좋은 대안인가? 해법인가? 정답인가?'를 계속 검증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좋은 것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의 쓰임에도 잘 맞고, 보기도 괜찮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에 우리가 좋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 색깔, 우리 결에 맞게, 우리가 흡족할 만한 방식으로요. 그래서 사실 상황이 이러니까, 비용이 이러니까, 건축주가 변덕스러우니까. 이런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좋은 것이 만들어졌다고 하면, 이것은 저의 번뇌 비용으로 만들어 낸 것 같아요. 제약된 요소들 안에서 무엇인가 우리가 좋아할 수 있을 만한 하나를 만들었다는 것에 흡족한 것 같아요.

박: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관심 가지고 있는 부분 또는 단어. 아니면 출발점 그런 것들이 궁금해요.

전: 제가 좋아하는 어떤 것들에 대한 예시를 들어보자면, 흔히들 코어를 일자로 만들어요. 그런데 혹시나 이게 될까 해서 이렇게 만들어봤어요. 그랬더니 생각보다 너무 괜찮은 거에요. ‘코너의 경계를 없앤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느낌인가’이런 생각을 그 때 처음했던 것 같아요. '이건 좋은 거야. 이건 다시 한번 써보고 싶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건축에서 선의 경계를 없애는 것 하나가 사실 사소한 거잖아요. 어떤 대단한 아우라를 가진 공간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작은 부분에 대한 것들을 한번 해볼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벽돌을 활용할 때 사실 그전에 벽돌을 쓰신 분들이 있었어요. 황대준 소장님도 Bricks라는 대학로에 있는 건물에서 까만벽돌을 사용했었고. 우연하게 시간이 겹치긴 했지만 조민석 소장님이 또 같은 물결 패턴의 벽돌들을 사용했었구요. 그분은 워낙 잡식성이고 재료를 활용하는 방법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계셨고.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의 솔직한 재료 다루기를 통해서 쓰임새에 대한 고민들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이중적인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단순히 형태 지향적인 것도 아니고, 재료지향적인 것도 아니고. 다의적인 의미,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들이 잘 만들어지면 굉장히 만족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장: 단어 속에 있는 것 같은데요. 단어를 이야기 하자면, 메이킹이 저희의 화두가 되고 저희의 코어가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아치를 만드는 거죠. 누구나 아치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저희는 당연한 것을 만들어보는 거에요.

전: 장소장님 말에 100% 동의해요. 저희가 건축하는 것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만들기에요. Making.

박: 메이킹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건축에서 물리적인 만듦에는 항상 들어가 있는 것인데 와이즈에서 생각하는 만들기는 구체적으로 어떤 만들기 인가요?

전: 어떤 사람들은 생각을 스케치해 놓고 거기에 논리를 세우고, 디자인의 어떤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잖아요. 우리는 어떤 때는 생각을 세워 놓지 않고 뭘 만들어요. 그리고 형편없는데? 그러면 미뤄 놓고 또 만들어 보고. 생각하다가 또 만져보고 또 만들어봐요. 이 만들기 과정이 생각하는 과정과 연관이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생각 프로세스를 도와주는 실전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형태적인 언어가 과격하지 않은 이유가 메이킹의 과정이 처음에 우리 손을 빌어서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거기서 할 수 있을 만큼의 형태적인 조작까지만 하고, 그 작업을 가지고 그 다음을 진행하는 거에요. 그 메이킹 과정에서 전지전능한 시점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커지거든요. 결과적으로 우리가 나중에 대면하게 되는 건물이랑 차이가 별로 없어요. 오늘도 한 건물 비계를 털었어요. 그리고 사무실 스텝들이랑 보면서 다같이 한 이야기가, ‘모형이랑 똑같네’ 였어요. 그게 저희에게 대단한 칭찬인 셈이에요. 칭찬이자 한계일 수도 있겠어요. 우리가 생각한대로 만들고, 만든 대로 생각하는 과정이 반복되었잖아요. 처음에 큰 생각 안하고 만들다가 우연하게 발견하는 것도 있거든요. 스케치를 해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또 우연히 발견하고. 또 실패도 좀 하고. 안되기도 하면서 조금씩 바꾸기도 하고. 그런거죠. 결과적으로는 최종으로 우리가 만들어 놓은 것과 건물이 큰 갭이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더라구요.

장: 그 차이 없음을 알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차이 없음을 모르면 어떤 제안을 할 때, 건축주에게 신뢰를 가지고 이야기 할 수가 없잖아요.

전: 이게 재미있는 경험이기도 한 것이, 저희가 이로재에서 일을 할 때 승효상 선생님의 일하는 프로세스를 보면, 스케치를 굉장히 잘 그리시고, 도면도 아름다워요. 평면이 짜임새가 있고, 비례가 적절하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직접 그리신 프로젝트들은요. 그런데 장소장님이 다녔던 스티븐 홀 같은 경우의 프로세스랑은 완전히 차이가 있어요. 아이디어스케치. 이게 다이어그램 같기도 한데, 이게 건물이 되요. 간단한 스케치로, 수채화로 된 그림이 건물로 번안되고, 모형이 되기 시작해요. 모형이 점점 커져요. 그리고 모형에 대한 투시도 같은 것을 많이 찍어요. 사실 어느 정도 모형이 만들어지면 '이 정도면 됐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계속 매번 확인을 하려고 하는 거에요. 배면, 옆면, 그림자가 생기는 부분, 정원이면 거기에 수련 다 띄워보고. '그 작업을 왜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실물이 지어지고 나니까 차이가 없는 거에요. 이미 그림으로 다 나와있던 거에요. 그리고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다 검증을 한 상태에 있었던 거에요. 그리고 나서 실시 설계를 진행하긴 하죠. 하지만 이 사람이 작업을 하는 방식이 건물화가 되었을 때와 큰 차이가 없게끔 갭을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거죠. 저희가 작업하는 게 물론 그분과는 프로세스 상의 차이가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더 원시적인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 굉장히 다이어그램적인 건물 매스를 가지고 놀기 시작하다가, 그 다음에 부분 디테일을 만지다가, 또 이게 마음에 들면 이걸 바꾸고, 요게 마음에 들면 이걸 바꾸는 작업들을 왔다갔다하면서 간격을 좁히는 작업을 하게 되거든요. 만들기가 다 끝나면 건물의 형상에서 비슷하게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저희가 시공자들을 상당히 피곤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부대 토목을 하는 부분을 다 도면화해서 내보내지 않아요. 조금 남겨두어요. 그게 마감하는 과정에서 좋은 것들을 만들어내게 하는 것 같아요. 계속 조르고. 이것 좀 이렇게 해보죠. 하면서. 아무리 스케치를 다하고, 투시도를 각도를 변경해서 보아도, 실물로 보는 느낌을 줄 수가 없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2016년 봄에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고 했었잖아요, '우리의 눈과 손이 갈 수 있는 데까지의 작업들을 잘하자'라는 생각. 그것이 초심을 찾는 것과 관련이 있어요. 그런데 작년에 저희가 삐뚤어졌던 거죠. 그런데, 그걸 하다가 느낀 게 '우리가 아직도 흐름과 줄거리를 읽는데 부족하구나'했던 것 같아요.

박: 그런 면에서는 어쨌든 경험이 많이 필요로 하죠. 그리고 그것을 안 하려고 하거나, 뛰어넘으려고 하거나, 그 단계가 아닌 다음 단계로 뛰어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보거든요. 아까 잠깐 이야기했던 것처럼 저희가 작업했던 SKMS연구소 작업 했던 것이 저 개인적으로는 사실 안 좋았던 프로젝트에요. 긴 시간동안 진행으로 인해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거나 아니면 놓쳤거나 했거든요. 사실은 저는 건축가가 경험해야 할 몇 단계들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 부분들이 없이 간다고 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곧 닥쳐올 상황에 대해 대처할 능력이 안되기 때문에 너무 빨리 가는 것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친구들 또는 후배들에게 말해요. 연구소 2차 프로젝트 , 별장 프로젝트 하면서 엄청난 금전적인 피해를 입었었는데 지나고 나니 그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이나 준비가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래서 사무실 규모에 대한 부분도 조심스러운 부분들도 있어요. 상황이 되면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상황이 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다시 뒤돌아 봐야 할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전: 장소장님과 제가 그 고민을 할 당시에 내렸던 임시 방편적인 결론 중 하나는 '우리가 각각 나뉘어져 아뜰리에를 한다고 생각하면, 한 사람이 3명의 스텝을 데리고 있는 거니까 결코 큰 것은 아니다'라고 잠깐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므로 우리는 견딜 수 있을 거야. 일단 좋은 스텝들이 있기 떄문에 안고 가야 맞다는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요.

박: 아까 잠깐 이야기한 스티븐 홀에서 일을 하는 방식, 제가 쓰는 단어로는 '싱크로율'이라고 하는데요. 자기가 생각하거나 스터디 했던 것들과 현장에서 나타나는 결과물의 갭을 얼마 만큼 줄일 수 있는가 였었죠. 그 부분에 있어서 하나 질문 드리고 싶었던 건 두 분의 소장님하고 스텝하고의 관계, 어떤 관계로 일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했어요.

장: 서로 조금씩 스타일이 달라요. 저는 좀 더 이임을 하고, 실수가 나면 패닉하는 스타일이죠. 그런데 이제 요행히 실수 난 것을 커버할 수 있게끔 하는 계기도 있더라구요.

전: 저는 다 챙기는 스타일이예요. 얘기 안 하면 묻고, 얘기 안 하면 묻고. 묻고 또 묻고 또 묻고.

박: 그래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스텝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그 과정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장: 예 저희가 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스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저희 디자이너들이 잘해야 되는 거에요. 왜냐하면 저희는 점점 손이 투박해 질 거거든요.

박: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스텝하고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그들하고 나하고, 건축가의 어떤 관계 설정과 결과물에 대한 방향이 많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툴을 써서 스텝과 커뮤니케이션 할지. 그것과 함께 그것에서 바라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장: 주로 모형이죠.

전: 그리고 다이어그램과 스케치요.

장: 일단은 먼저 최대 규모를 가져오면, 그거 보다가 모형 좀 만들어보아요. 한 다음에 모형 만들어오면, 모형에 스케치를 하죠. 여기 이렇게 이렇게 하면 어때요 하면서요.

전: 저는 장 소장님보다는 친절하게 하는 것 같아요. 더 작업을 많이 하죠. 저는 좀 더 구체적으로 평면도 그려주고 '이런 식으로 갔으면 좋겠어'라던가. '공간감은 이랬으면 좋겠어'라는 이야기를 좀 더 디테일하게 하는 편이에요.

박: 앞서서 제가 질문하려고 했던 것을 할 기회가 온 것 같은데요. 프로젝트마다 시작하는 조건들이 각각 다르잖아요.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서 어떤 것으로부터 시작하는지 궁금해요.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 다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처음에 시작하는 것 같다'라고 하는 첫 씨앗이요.

전: 둘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박: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장소장님 프로젝트, 전소장님 프로젝트가 나눠지나요?

장: 초기에 나뉘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초기에 나누는 비결이 있어요. 전화 받는 사람, 뭐 이런 거? (웃음) 주로 연락하는 사람이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요.

전: 왜냐하면 그것은 건축주가 그 사람을 편하게 생각한다는 거니까요. 까다로운 성격의 건축주들은 장소장님하고 아이 컨택을 잘 안 해요. 그리고 아이 컨택도 중요한 것 같아요. 건축주가 누구와 아이 컨택을 주로 하는 지요. 어떤 건축주는 처음에 이렇게 앉아 계셨어요.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이렇게 돌아앉으시더라구요. 그건 이 사람이랑 하겠다는 뜻이에요. 그분이 선택을 하는 거지 저희가 나눈 게 아니에요.

박: 어쨌든 일의 수주는 두 배가 되겠네요? 나한테 안 맞으면 저쪽으로 갈 수 있으니까.

장: 그렇죠. 어떻게 보면 그 사람들에겐 가능성이 나뉘어져 있는 거죠. 두 사람의 성향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한 사람은 A부터 Z까지 다 챙기는 스타일이고, 한 사람은 당신은 M이야 하고 말하는 스타일이구요. 저는 이 프로젝트에서 이것만 하면 돼. 이렇게 생각하는 타입이죠. 다 완벽하게 하려고하지 않아요.

박: 그래서 두분이 추구하는 프로젝트의 씨앗은 뭔가요.

전: 오히려 본인은 잘 못 볼 수도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장소장님이 프로젝트를 키우는 방법은요, 아주 작은 부분에 꽂혀요. 예를 들어서, 검은 띠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사실 상업 공간이잖아요. 내부적으로 공간을 구현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때 이야기한 것이 '바깥에 재미있는 아트를 설치해야 할 것 같아'가 이야기의 맥락이었던 것 같아요. '여기 뭔가 근사한 게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 이걸 하자고 말을 해봐야겠어' 이런 식인거에요. 개념을 잡아가는 과정이 어떨 때는 도시적 맥락의 치열한 논리가 아니라 굉장히 직관적이에요. 조목조목 잘 보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허술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들이 저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객관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저건 설득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느 날부터 건축주까지 같이 동화되어서 '아트 작품을 하죠'이렇게 된 거에요. 파사드에 무엇인가를 하자는 이야기가, 파사드에 공간을 넣는 일이 된 거죠. 그래서 어쨌든 장소장님의 방법은 그런 것 같아요. 어떤 무형의 뭔가를 만들기 보다는, 그게 유용한 무엇이면서도 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그러니까 아주 사소한 디테일 스케치에서부터 출발했거든요. 그러면서 그게 아주 집요할 정도로 나뉘어지는 거에요. 사실 왜 같은 것을 계속 만드나 생각 했었어요. 그런데 실은 본인에게는 미세한 차이가 있었던 거에요. 가능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작은 아이디어를 키우고, 만들고, 설득하고 실제 공간으로 혹은 설치의 개념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장: 직관적이에요. 그게 왜 나오는지 설명은 힘든데. 여기서 논리는 어디서 등장하냐면, 여러 가지 안들 중에서 보고 그 중에 '뭘 하면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려는 맥락과 잘 맞을 것인가'를 그때 생각하는 거에요. 예를 들어서, 전숙희 소장님이 발 프로젝트를 하고 있을 때, 우리가 벽돌에서 뭔가 다른 토픽을 끌어올 때가 온 것 같아 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저쪽에서 메탈과 선적인 이미지로 이야기를 하니까 나도 맞춰야겠어.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거에요. 좀 더 생각을 해보면, 내부 구조도 선적인 것으로 가야겠다. 그래서 구조가 다 각 파이프가 되었죠.

전: 선으로 되어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어요. 다들 구조적으로 안 된다고, 결국 보강하면서 두꺼워질 거에요 했는데, 해법을 잘 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료의 물성 때문에 하나는 반투명한 빨강색이고, 하나는 거울의 성격을 갖고 있잖아요. 중간에 구조 부재가 두꺼워질 거라는 것을 다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게 선적인 공간의 실패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더라구요.

장: 이상의 집은 모든 영감의 원천과 저희에게 좌절도 많이 안겨주었던 일이지만, 전숙희 소장님이 하나의 유형을 만들어 두었던 것을 제가 여기에 써야지. 하고 가져오고 절충을 잘해요. 직관적으로 끄집어 내서 절충한 다음에 그것을 어디에 적용하는 것을 잘 하는 것 같아요.

전: 가끔 이런 방법론이 부러울 때가 있어요. 왜냐하면 저는 시작하면 시작한 맥락을 잘 못 놓아요. 아쉬워하거든요. 안 풀리는 것에 대해 좌절하고 다시 풀고, 다시 풀고 하는 스타일인데, 장소장님은 풀다가, 안되네? 하면 다시 바꿔요 다른 걸로. 그런 것들이 물론 집요할 때는 엄청 집요한데 또 안 되는 부분에 대한 절충을 잘 하기 때문에 본인이 필요하지 않은 곳에 에너지 소모를 많이 안 하잖아요. 그런 건 좋은 것 같아요.

장: 사실, 저는 제가 오리지널리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우연한 것에서 무언가를 캐치해서 그것을 조합하는 것에 능숙하다고 생각해요.

박: 전숙희 소장님의 작업하는 방식의 출발점은 무엇인가요?

전: 저의 작업하는 출발점은 좀 더 분석적인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주택의 작업을 하게 되면, 대단한 건축가들이 했던, 제가 좋아했던 건축가들이 그간에 했던 작품들을 쭉 봐요. 건축의 대가들 르꼬르뷔지에나 칸이나 이런 사람들이요. 저희가 생각했을 때, 위대한 집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쭉 봐요. 무엇이 이것을 위대하게 만들었는지를 생각하는 거에요. 왜냐하면 지금은 너무나 많이 사람들에게 계속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데 그것은 고전이 되어있는 상태 잖아요. 그 당시의 해법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때의 사회적인 맥락 등을 많이 읽어보는 것 같아요. 이게 왜 그때 그렇게 대단했어? '빌라 사보아' 같은 경우에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건물이거든요. 지금은 철저하게 abandoned 되었잖아요. 왜 이게 대단했지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결과적으로는 그게 산업화 시기랑 관련도 있었지만 라이프 스타일도 굉장히 획기적인 게 있었잖아요. 구조의 변화, 건축 기술의 변화, 그리고 산업의 변화. 뭐 이런 것들. 그런것들에 대한 맥락을 읽다가, 그럼 지금 시장은 뭐야? 이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필요한 것은 뭐야? 하고 생각을 하는 거죠. 그게 저희한테 굉장히 중요한 거죠.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는데, 맥락을 읽는 것을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제가 작업하는 거랑 관련이 있어요. 고급 주택을 작업한다고 했을때, 사실 프로그램적으로 수영장이나 대단한 거실이나 방의 갯수나 화장실이 얼마나 럭셔리한가는 저에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래서 ‘여기서 새로운 유형은 어떤 것인데? 여기서 이 사람들 어떻게 살면 좋겠는데? 이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줄 수 있는 포인트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최근에 설계한 집 중에는 ‘겨드랑이공간’이 있는 집을 만들었어요. 겨드랑이 공간이란 우리가 집을 설계할 때, 공간의 크기의 제약 때문에 거실, 방, 방, 방 이렇게 구성이 되잖아요. 그런데 그 사이에 겨드랑이 공간을 하나씩 만들어 놓으니까 희한한 것들이 생겨나더라구요.

박: 겨드랑이 공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전: 복도들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집들이요. 대전에 있는 집인데요. 사실 라이프 스타일을 보면 결국 이분이 원하시는 것은 아파트나 빌라 같은 집이었어요. 제가 선택한 것이 무엇이냐면, 커다란 현관이 있고 거실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겨드랑이 공간을 열어주는 방법으로 집이 전개가 되는 방법이에요. 집을 3칸짜리 집으로 생각 했어요. 본인이 사는 방 하나와 마루 그리고 부엌만 있으면 되는. 나머지는 별도의 공간들이 붙여졌어요. 기본 3단의 구성인거죠. 나머지는 안 써도 되는 공간이구요. 그 공간의 사이사이가 공간을 나눠주는 거죠. 별동을 원하지 않는 게 이분들 세대의 갖고 있는 생각 중 하나가 불편한집, 그리고 '비를 맞으면서 걸어 다닐 수 없어'라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목이 좁은 공간들이 되었죠. 그런 유형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박: 이 부분들은 주택에서의 가능성은 훨씬 더 많아지겠군요.

전: 네. 꺾이지 않고, 곡선 처리가 되면서 희한한 공간이 되더라구요.

박: 실제로 제일 중요한 공간에서의 벽공간이 많이 없어요. 주택과 관련해선 이런저런 제안할 수 있는 폭이 상대적으로는 적고, 적어서 또 도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오는 평면들을 보면, 소극적인 상황이었던 것으로 느껴져서 사실 많이 아쉬웠던 부분들도 있는데 저 프로젝트는 재미있네요. 아까 유형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시는 걸 보니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 진행을 하고 계신 건가요?

전: 저는 좀 더 공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장 소장님보다는. 그러니까, 제가 아까 이상의 집에서 재미있는 유형을 하나 만들어냈다고 했잖아요. 건물의 외관, 매스를 밟고 올라가는 것에 대한 이런 언어들이 그때 고민했던 것들이에요. 이상의 집에서 그 고민을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땅이 너무 좁은 거에요. 사실 아이디어는 오래 전에 나왔던 것이에요. 예전에 일본에서 도시 건축의 유형을 만들 때 가로로 올리겠다는 개념에서 나왔던 거예요.

박: 홍대에 70-80년대 지어진 건물들을 보면 도로의 연장으로 건물 안으로 치고 들어오는 외부의 공용공간들이 많이 있었잖아요. 한동안 잊혀졌다가, 저희들도 그걸 다시 끄집어내서 지금 현재 상황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욕심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지금 이야기 한 내용이 비슷한 접근이라고 볼 수 도 있겠네요

전: 네 맞아요. 이상의 집에서 그 계단을 건물 매스 위에 올려놓는 방법을 썼던 것은 에고가 많이 반영이 되었어요. 작은 건물 안에 기념관을 만들어 달라고 하셨는데 체험하는 사람들이 건물 안에만 들어갔다가 나오면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상당히 제한 되어 있는 것이 잖아요. 그러니까 건물 바깥을 돌아다니게 하고 싶었던 거에요. 그게 사실 개념의 시작이었어요. 도시공간, 도시 안의 골목이 아닌, 그 안의 건물의 곳곳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산책길. 그것을 만들겠다는 거였어요. 사실은 이상의 집에서 나왔던 개념이 제일 먼저 실현된 것이 ABC였던 거죠. 레이어를 만들고, 그 성격이 달라지고. 올라가는 길과 결국에는 작은 길들이 생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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