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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전숙희_ WISE Architecture

장영철(AIA)
1997년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U.C. Berkeley에서 수학했다. 이로재, 스티븐 홀 아키텍츠, 라페엘 비뇰리 아키텍츠에서 실무를 했다.
전숙희(AIA)
1998년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이로재, 과스에이 시겔&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에서 실무를 했다.

두 사람은 2008년 와이즈 건축을 개소한 후, 채스타필드 펜트하우스(뉴욕), Y 하우스(서울) 통인동 이상의 집 건축작업 및 모바일 갤러리 등을 기획, 전시했다. 또한 홍티둔벙(부산)과같은 다른 예술과들과의 협작도 진행했다. DID 북촌(서울)을 설계했으며 2011년 젊은 건축가 상과 2012년에 서울 건축상을 수상하였다. http://www.wisearchitecture.com/

정체성에 대한 생각

장: 요새 젊은 친구들이 잘 하죠. 좀 더 생각이 트인 것 같아요. 저희가 느끼는 것은,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젊은 건축가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젊지는 않은 것 같아요.

박: 변화에 대한 속도가 빠르다고 느껴진다고 생각 하시는군요. 아직은 같은 세대로 생각해도 될듯한데 그렇게 느낀 이유가 있는지요?

장: 젊은 친구들의 생각에서도 그런 부분을 느꼈어요. 어떤거냐하면, 사무실의 운영을 걱정한다던지. 개인 건축주를 받으면 안되겠다던지. 주택을 하면 안되겠구나. 일을 많이 하면 안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구요. 저희가 스텝이랑 인턴 2명까지 포함해서 8명이거든요. 큰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다고 했던 이유가 그걸 맡지 않으면 사무실이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예요.

박: 사무실의 규모에 의해서 그것에 맞는 일을 찾는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럼 이전에 가지고 있던 와이즈건축에서 말했던 내용들은 이제 바뀌는 건가요?

장: 글쎄요, 그건 코어로 남지 않을까요. DNA로 남지만, 바뀌는 부분이 생기거든요.

박: 그렇게 고민되는 부분이라면 규모를 줄이면서 이전의 내용들을 유지하면 되지 않나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젊은 친구들 때문은 아닌 것 같아요. 아마도 다른 이유로 변화의 시기라고 느끼신 것 같은데…

장: 왜 사람을 줄이면 안되는가하면 그것은 원하는 일을 하려면 어느 정도는 규모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라고 하면 8명 정도? 혹은 8명에서 12명 정도. 이 규모가 되어야, 예를 들어서 좋은 프로젝트가 왔을 때, 우리가 그것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예를 들면 DID 북촌 같은.

장: 예. DID 북촌같이 건축주도 좋고, 어느 정도 땅의 위치도 좋고, 규모도 되고. 그 다음에 공사비도 크고, 설계비도 되는. 이런 프로젝트죠.

박: 그런 프로젝트는 다른 많은 건축가들도 다 탐내 하지 않나 싶어요.

전: 그게 하고 싶더라도, 소위 말해서, 토대가 갖춰져 있지 못하면, 굉장히 허둥지둥하게 되거나, 아니면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딱 우리 쪽으로 끌어안지를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것은 소화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데, 우리 둘이 그려서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더라 는거죠.

장: 저는 이런 이야기가 저희한테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저희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어요.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냐 하면, 타겟을 기업 쪽의 일을 좀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 그렇다면 와이즈건축에서는 원하는 기업의 일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 건가요?

장: 그런데 저희는 운이 좋게 그래도 좋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하고 일을 시작 하게 되었어요. DID 북촌이라는. 그 프로젝트의 건축주가 어쨌든 네이버의 창립자이고, 자기 사업을 하시는 분이고. 그 분하고 일하는 건 좋았습니다. 그런 사례가 한 번 만들어졌으니 그 다음으로부터 어떤 일이 연결이 되는,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이전보다 훨씬 높아진 거죠. 그렇다면,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는 토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시스템도 있고. 정품 프로그램을 사서 써야 되는 부분도 있고요. 그리고, 그 시스템 안에는 그냥 6명이 신입이 아니라, 월급을 많이 주어야 하는 그런 분들도 계시고. 그렇게 하다 보면 비용이 올라가게 되기 때문에, 자연히 규모 있는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거에요.

박: 그런데, 규모 있는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다는 아니겠지만, 많은 부분에 있어서 다른 접근이 필요한 거잖아요?

전: ‘결’이 있는 것 같아요. 레이어가. ‘개인’이라고 하는 것은 예를 들어서 주택 건축주들처럼, 본인의 평생의 숙원사업을 하시는 분들이잖아요. 그것을 많이 할 수가 없다는 것이지,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구요. 시기적으로 작년 겨울에 그런 개인 건축주들의 아주 작은 프로젝트, 저예산 프로젝트를 몰아서 하게 된 적이 있었어요.

박: 그때 와이즈건축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 그것은 프로젝트가 좋았기 때문이에요. 건축주가 좋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어요. 예산은 정말 박한데. 아드님이 아버지를 위해서. 평생 농부로 사셨던 아버지를 위해서 집을 짓겠다고 하는 프로젝트. 거절하고 싶었는데, 굉장히 호감을 보이게 되는 프로젝트였어요. 그런데 그게 2년을 끌게 된 거에요. 그 다음에 역시 굉장히 저예산이지만, 건축주가 굉장히 재미있는 스타일을 가지신 분들이라서 맡았던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굉장히 쉽지않은, 요구사항이 많았던 그런 건축주였죠. 그 프로젝트 2개가 탁 오버랩 되는 시기가 한 번 있었는데, 그때 굉장한 위기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왜 이렇게 일에 손이 많이 가지? 그러니까, 저 예산의 프로젝트가 적당한 예산의 프로젝트 2개 하는 것만큼 힘들어요. 잘하려고 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되게 고달프다고, 번뇌가 많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어떤 건축가 선생님이 저희한테 대강하라고 하시더라구요. 저예산의 프로젝트에 제약이 있는 것을 싸고 잘 만드려고 하니까 힘든거라고, 그 비용에 맞게끔 적합하게 했다고 자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지난 겨울에 그 고민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왜 이렇게 힘들지? 이게 도대체 왜 이렇게 힘든거야. 작은것이…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박: 그때는 이 프로젝트를 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나요?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 일을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프로젝트를 선택해서 진행하는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전: 그렇진 않구요, 우리는 우리 페이스대로 가고 있었는데, 어려워 보이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았어요.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해서 맡았단 말이지요. 그런데 진행이 안되고 있던 다른 어려운 프로젝트가 같은 시기에 와서 딱 오버랩이 되는데, 이때 진짜 힘들더라구요.

박: 그때는 와이즈건축에서 일하는 스텝이 몇 명이 있었어요?

전: 그때도 인원은 비슷했던 것 같아요. 인원과의 문제는 아니었던게, 이미 인원은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공사라던가. 감리를 해야된다거나. 그 다음에 디자인 쪽에선 스텝들이 최소한 1명씩 배정이 되는데, 작은 프로젝트 두 개면 두 사람이 필요해요. 한 사람이 두 개를 시킬 수는 없잖아요. 성격이 너무 다른 프로젝트라. 작은데 뭔가 꾸겨 넣는 프로젝트가 어려웠던 이유가, 매번 퍼즐을 바꿔오는 거에요. 그러니까, 오늘 밤 11시쯤에 퍼즐을 이렇게 맞추기로 결정하고 헤어졌어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부터 전화가 와요. 밤새 생각을 해보니, 이런 거 같다. 그러면 다시 퍼즐을 풀어야 하는 거에요. 실은, 정상 페이스로 가는 프로젝트를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번뇌가 그 안에 생기는 거에요. 왜냐하면 너무 변수들이 쉽게 조정이 되어버리는 거죠. 큰 프로젝트나 적당한 프로젝트는 변수가 하나 바뀌어도 그 안에서 조정이 되고, 여기만 조금 부분 수정이 되는 정도라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작은 프로젝트는 조금만 바꿔도 전체가 다 틀어져 버리더라구요. 마치 어렸을 때 퍼즐처럼요. 그러면서 그것을 한달 하니까 하기가 싫어지게 되더라구요. 우리가 작은 프로젝트를 4개를 하고 싶으면 4명이 필요하고 나는 4주동안 상당히 고통스럽고. 반드시 오버랩 시키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애초에도 그럴 의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우연히도. 그때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작은 것과 규모가 좀 있는 것의 균형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 것 같아요. 양질의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서는. 왜냐하면 작은 프로젝트는 그 안에 짜임새가 딱 그 안에서 돌거든요. 그러니까 도시적인 맥락에서 얘가 할 수 있는 것은, 딱 여기. 아무리 뒤집어 바꾸고 근사하게 만든다 한들, 그 안에서 딱 조합이 되는 것들이 있더라구요. 그런데, 어느 정도의 범위가 허용되는 프로젝트는 그 안에서 유지할 수 있는 요소를 불어넣을 수 있는 것들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주택은 건축주 가족들이 누리는 공간이잖아요. 하다못해 저희가 찾아갈 때에도 허락이 필요한 공간이거든요. 거리감이 필요한 프로젝트인데, 공공성을 빗댄 프로젝트를 할 때의 즐거움 중 하나가,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볼 수 있고, 누린다라는 게 굉장히 흥미있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프로젝트는 아주 작게 시작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거죠. 물론 작은데도 변수라던가, 모뉴먼트 같은 것도 있지만, 그것은 굉장히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이잖아요. 작고, 제약이 덜한 프로젝트들. 그러다 보니까 이런 문화공간이나 공공성을 가진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사무실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적당한 구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초심에 대한 생각, 성장의 속도

박: 지금 프로젝트들이 끝나고 썼던 것 같은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되겠다’는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남겼던 기억이 나는데요. 사실, 제 개인적인 느낌일수도 있는데, 와이즈를 보면, 압축 성장, 빠른 시간 안에, 한 단계 끝나고 그것에 의해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또 한 단계가 끝나고 다음에 무언가 계기가 생겨서 그 다음단계로 넘어가고. 이 변화의 속도가 압축적인 느낌이 들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빠르게 변화가 되고, 와이즈에서 원하지 않는 것 또는 하다 보니까 더 호기심이 가는 쪽으로 방향이 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내용과 지금 와이즈가 흘러온 시간과 압축된 프로젝트의 성격과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것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고 했던 것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장: 압축성장 했다는 사실은 맞습니다. 저희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전: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 그것에 대해서 충분히 그렇게 하려고 계획 또는 그 속도를 만들어 냈던 무언가가 있었는지요?

전: 저는 반대로 여쭤보고 싶은데, 급속성장의 기준이 뭘까요? 저희는 그렇게 막 급속성장을 한 것 같지는 않아서요.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은 드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박: 다른 사람들 보다도 와이즈의 상황만 보았을 때 제가 느끼기에는 그렇게 느껴 졌었거든요. 프로젝트 하나 하고, 그것을 발판으로 그 다음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계단식 성장으로 보였어요.

장: 그것에 대해서는 저도 할 이야기가 있는데, 주식에 파동이 있잖아요? 올라갔다가 조정 받는 시기가 반드시 있어요. 그래서, 조정 받는 시기가 곧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박: 아, 일의 속도에 대한 조정 시기와 같은것인가요?

전: 아뇨, 그러니까 지금 어떻게 보면 말씀하시는 것이, 급속성장 했다는 것은 계속 눈에 보였다는 이야기잖아요. 사실 눈에 안보이게 되게 잘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제 생각에는 그냥, 매체 호응도가 높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박: 그럴수도 있겠군요. 어쨌든 그것에 힘입어 계속 주목 받고, 학생들에게 있어서 젊은 건축가나 아뜰리에 사무실에서 제일 가고 싶어하는 사무실 또는 제일 인기가 좋은 사무실이 되었잖아요.

장: 원인중의 하나는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시장이냐하면, 음, 2010년에 그때 제일 안 좋았던 때이거든요. 그리고, 일도 없었구요. 그 당시 아파트시장이 폭락하면서 소위 말해서 대안의 주거형식, 땅콩주택 이야기도 나오던 그 시기에 이 집이 다세대 주택인데, 다세대 주택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것이 사람들의 관심에 들어오기 시작한 거에요. 그러면서 기사가 나간 적이 있어요. 그 기사가 나간 뒤로 전화가 불통이 되기 시작하는데,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굉장히 위험한 시기이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별 이상한 프로젝트를 가지고 오고, 굉장히 좋은 주문을 해줄 것처럼 하면서 아이디어를 따가려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 단기간의 시기에 저희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일을 어떻게 거절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좀 배웠던 것 같아요.

전: 굉장히 재미있는 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단시간이 얼마나 단시간이나면요, 한달이에요. 그것을 일간지 기자분이 저희한테 그 이야기를 해줬어요. 매체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방식. 그리고 매체, 일간지 다음에 어떤 매체로의 흐름이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귀띔해줬던 것 같아요.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한달 안에 다 일어나더라구요. 그런데 결국 대부분 프로젝트가 성사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박: 그렇다면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성사되지 않은 것은 사무실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라서 하지 않으신건가요?

전: 아니요. 그런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구분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이제 만약에 저희에게 긴 시간에 일어났다고 하면, 굉장히 귀가 솔깃한 이야기들도 많았어요. '목포에 땅이 2,000평이 있는데 한번 내려왔으면 좋겠어요'라는 식으로. 우리를 부르시는 분이라던가. 너무 그게 아침, 점심, 저녁으로 계속 일어나니까 구분을 할 수 있게 되더라구요. 이 사람의 진정성과 진정하지 않은 사람들을 구분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사실 조심스럽게 물어봤던 것 같아요. 다른 건축가들한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데,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요? 그랬는데, 결과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한테 성의껏 하면 된다. 정성을 다 하면 된다. 그렇게 말을 하시더라구요.

박: 정성을 다하면 된다는 이야기는 누가 이야기를 해주셨나요?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많은 경험을 통해 나온 이야기 같아요.

전: 김인철 선생님이요.

장: 건축주분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rejection fee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 한다던지, 해야 하는 프로젝트는 어떤 조건이 충족이 되어야 한다던지 이런 기준이 있잖아요. 그 기준을 가지고 필터링을 했더니 진짜 맞는 이야기였던 거예요. 안 그랬으면 아마 그냥 휘둘려다니다가 그 시간에 굉장히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게 참 위험한 시기거든요.

전: (수첩을 보여주며) 이 메모는 그때 일어났던 일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거에요. 이 메모가 한달 동안 일어났던 일이거든요. 전화를 받으면서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는데요. Y House에 대한 기사가 중앙일보에 나고 나서. 그게 원래 문화란에 있었어요. 보편적인 다세대에 이런 얼굴을 입혔더니 이렇게 달라졌어요. 라는 약간의 문화 캠페인을 하고 싶으셨던 내용의 기사였던 거죠. 그런데 이게 아마 그날 아침부터 굉장히 큰 호응을 입었던 것 같아요. 기사가 오후부터 갑자기 경제란으로 옮겨가게 된거죠. 그리고는 저녁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하는데 무서울 정도였어요.

장: 5분마다 전화가 왔어요.

전: 그 다음날은 저희가 피해있었어요. 다른 소장님이 전화를 대신 받아주셨어요. 너무 두려운 생각이 들어서 저희가 한달동안 전화를 못 받았어요. 그러니까 거기서 프로젝트가 이어지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그때 저희가 엄청난 매체에 주눅이 든 거에요. 그게 여기 다 있어요. 보세요. 사실 이게 제 설계 노트인데 그날부터 갑자기 전화노트로 바뀌어요. 빈집. 5년 무상임대 어쩌구저저구. 이런 내용들이 쭉 가는데요, 그리고는 이제 메모를 하다 못해서 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전화 받은 내용들이 붙어있기 시작해요. 뭐를 하려고 하는 지와, 사람들 이름, 전화번호, 필지 위치, 어떤 것에 대한 생각들. 시간 순서로 계속 쌓여가는 거에요. 이게 한달 이어지면서, 이분들 중에 저희 건축주가 된 사람이 두 사람 밖에 없어요. 한 분은 저희가 리젝을 했었어요. 사기꾼같아서요. 다행히 2년뒤에 다시 오셨죠.

박: 일을 한다 안 한다는 어떤 필터링들을 통해서 판단하나요? 찾아오는 사람들을 다 할 수는 없잖아요?

전: 그게 여기서 보시면, 노란색으로 표시가 되어있는 분들이 저희가 만난 사람들 이에요. 그리고 당연히 성사가 안되었죠. 그러면서 그때부터 교훈이 생기기 시작한 거에요. 저희가 그때는 완전히 초창기였기 때문에 전혀 이 판이 돌아가는 구성에 대해서 의심이 없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들을 만나고, 만난 다음에 아 이게 옳지 않은 방법이라는 것을 그때 터득하게 된 거죠. 그게 한달 사이에 엄청난 사람들을 만나고, 쌓이고, 결국에 안되고. 그러면서 골라낼 수 있게끔 된 거죠. 좋은 건축주의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왔을 때 그 진정성을 보게 된거예요.

박: 그 단계나 그 부분들은 어쩌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시간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을 거치지 않으면 항상 실패나 실수를 현실에서 겪게 되기 때문에 그 전에 판단할 수 있는 필터링은 필요한 것 같아요. 모 선배 건축가에게서 좋았던 것은, 안 오는 사람의 프로젝트는 하지 않고, 와서 앉으면 이 프로젝트를 해야겠다는 판단이 선대요.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것 들어보면 이제는 대충 안다는거죠. 어쨌든 지금 이야기한 것처럼, 미디어의 힘을 받아 상황 판단 아니면 일을 필터링하는 방법들을 배운거네요. 사실 그 부분이 참 중요한 것인데 아무도 안 가르쳐주는 거잖아요.

전: 지금도 사실은 다 습득했다고 볼 수는 없죠. 그때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아요. 그때는 실패를 정말 많이 했어요.

박: 그래서 이제 그런 시간들을 겪고, 지금 다시 초심의 마음인가요?

장: 아, 그것은 중간에 무슨 일이 있냐하면, 서초동 프로젝트 인데요. 오늘 아마 사용승인 받았을 꺼에요. 처음에 제가 돌려보냈던 건축주였어요. 정현아 소장님도 같은 건축주였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분은 강남에 땅이 되게 많은 분인데요. 오셔서 돈 걱정은 하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라는 거에요. 이런 분들이 대부분 사기꾼이거든요. 그런데 이분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을 제안해도 '아, 좋겠다. 하고 싶습니다. 정말 좋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더라구요. 사실 처음에 저 땅에 2층 정도의 가건물을 짓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미팅 때마다 1층씩 올라가는 거에요. 1층씩.

전: 설계비는 4층에서 고정되구요. (웃음)

장: 처음에는 2천만원부터 시작했는데요. 한층 올라갈 때마다 설계비가 얼마냐고 물어보길래 1천만원씩 올라가는 거에요. 사실은 처음에 이야기할 때는 가건물을 할 것이라고 하길래 그럼 우리는 기둥만 박고 최소한으로 해달라고 해서 프로젝트를 했잖아요. 그런데 하다보니까 계속 욕심을 내시더라구요 저게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총 6층짜리가 되어서 설계비가 6천만원이 되었어요. 처음부터 제대로 제안했었으면 그렇게까지 가지 않았을 텐데, 이게 제 입장에선 남지가 않는 거죠. 그래서 저 프로젝트는 제가 스텝들한테 주고, 알아서 해라. 그랬는데, 체크 못했던 것이 나온 거에요. 허가 때는 그냥 넘어갔는데, 그 실수가 시공 중에 발생이 되었어요. 제가 그때부터 저 프로젝트에 시간을 쏟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그거에요. 정작 지금 집중을 해야 하는 프로젝트에 집중을 못하니까 이것도 부실화가 되는 거에요. 그 부실이 연쇄반응이 일어나는 거죠.

전: 그러면서 저희가 상반기에 일을 줄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 저예산 프로젝트가 오버랩이 되면서 상당히 시달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페이스대로 잘 오고 있던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를 돌보지 못하고 저예산 프로젝트 때문에 고단한 거에요. 더 신경 써줘서 더 좋은 퀄리티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에 시간적인 여력이 없으니까 계속 번뇌가 쌓이는 거죠. 그래서 그때 느꼈던 게,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고단해져서 건축을 오래 못할 수도 있겠구나. 그때 굉장히 위기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장: 그게 2015년 4월 정도였죠.

전: 조금 심하게 느꼈어요. 동시 다발적으로 체질 개선을 하지 못하면 건축을 오래 못 할 수도 있겠구나. 피로감이 너무 많이 생기는 거에요. 재미있는 부분이 5%라면, 고단한 부분이 95%가 생기더라구요. 이렇게 지속되게 놔두면 우리가 머지않아 그만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겠다 싶어었요. 그러니 고단할 수 있을 만한 DNA를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는 좀 멀리하자는 이야기를 하게 된 거죠. 안 그래도 최근에 굉장히 많은 의뢰가 왔었는데 하나도 상담을 안 했어요. 목적성이, 공공성이 하나도 없는 이윤의 추구를 위한 목적을 갖고 있으면 아예 만나지도 않았어요. '왜 저것을 우리가 해야 되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임대용의 목적은 마치 모아주는 아이 같은 데가 있더라구요. 설계하고 짓고 하면 1년이 넘잖아요.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는 이 건물이 나중에 변화될 수 있어, 심하게 변질될 수 있어. 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뇌가 되는 거에요. 그런데, 어둠속의 대화 프로젝트는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하면서 보냈어요. 그래서 준공하는 날도 많이 기뻤어요. 와. 다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건물을 돌보는 작업도 즐겁고. 지금도 가도 그대로 있어요. 그런데, 임대 건물은 속성상 그렇지가 않은 거에요. 저기에 간판이 붙는 순간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고. 여러 가지 속성상 건축주는 매각할 수도 있구요.

장: 저는 매각하고, 바뀌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는데요. 문제는 그 과정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 되는 거에요. 예를 들면 작년에 저 건축주를 통해서 발생되는 프로젝트가 8개가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것은 내가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사람들을 소개 시켜줬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남지가 않는 거죠. 금전적으로도 그렇고, 심정적으로도 그렇고. 더 안 좋은 것은, 그런 프로젝트들이 다른 프로젝트를 더 나쁘게 만들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 오더라구요. 소위 말해서, 달리기를 해서 달리는 것이 되는거잖아요. 달리기 위해서 달리는. 그래서 다시 좋은 프로젝트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 그 부분은, 규모하고도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을 것 같아요. 만약에 저기에서 이윤에 대한 부분들이 충족이 된다고 하면 인원을 늘려서라도 계속 할 수 있는 부분 아닌가요?

전: 사실, 이윤이 전혀 없었다? 그건 따져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뒤에 수습하느라 투입한 시간을 보면 분명히 남지 않았던 거 같아요. 만약에 일이 터지지 않았다고 하면, 수습할 일이 없었다고 하면, 이윤이 있었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윤을 위해서 우리가 일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그게 없이 차라리 좋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고, 우리가 좋은 건물을 지을 수 있고, 자족할 수 있을 만큼, 금전적인 걱정을 크게 안 해도 될 만큼의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면 그건 좋은 거잖아요.

박: 좀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하고 싶어하는 일들은 누구나 다 하고 싶어하죠. 그런데 그 일들이 이제 어떻게 될지에 대한 것들은 모르는 것이잖아요.

전: 저희의 결론은, 결과적으로는 설계를 해서는 큰 돈을 못 버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고해서 빚을 져서도 안 되는 거잖아요. 일을 하면서 빚을 지는 건 잘못된 비즈니스거든요. 그렇게 되지 않게끔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는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은 시스템화하고, 어떤 것들은 단순화 하고. 이런 것들을 구분하는 작업들을 계속 하려고 하고, 틈틈이 계속 고민하고, 만들고, 시행착오하고 그런 상황인 것 같아요. 시스템과 커스텀이 평행선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계속 시행착오를 하고 있어요. 저희도 다 만들었다고는 할 수는 없어요.

박: 제가 보았을 때 SAAI같은 경우에는 처음 시작부터 지금까지 거의 10년이 되가는데 그 정도의 기간이라면 어떤 변화들이 있어야 하는 시점이고, 그 변화의 방향이 또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어쨌든, 와이즈도 시기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행보를 할지에 대한 것들이 사무실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들은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거든요. 둘 중에 하나겠죠. 규모를 계속 유지하면서 큰 일을 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예전으로 돌아가서 작은 일들을, 작은 몸집으로 체질개선을 할 것인지. 지금 답변은 전자쪽인가요?

장: 그런거죠.

박: 규모는 계속 유지를 하되, 그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수익, 좋은 건축주, 퀄리티 있는 결과 등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을 원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군요.

전: 그게 저희가 지금 당장 바라는 방향인 거죠. 테스트하는 시간을 가져봐야죠. 당장에 결론이 났다고 하더라도, 그게 메커니즘 안에서 돌아야 맞는 거잖아요.

박: 그런데 어쨌든 일이 들어오면, 그거에 맞춰서 메커니즘들은 만들어질 것 같아요. 제일 중요한 것은 그런 일들이 원하는 대로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규모와 내가 원하는 건축주가 나에게 일을 줄까하는 것 아닐까요.

전: 지금 당장의 결론 하나는 있는 것 같아요. 역량에 벗어나는 만큼의 일의 양이나 일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 단순히 규모의 문제를 고민한 것이 아니라, 운영하는 과정에서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어떤 것을 하고 있다라는 착각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은 것 같아요. 일단 너무 규모가 크거나 사업이 큰 것들이 저희에게 오지도 않지만요. 만약에 온다면, 어떤 조건이냐에 따라 다르겠죠? 일정이 너무 타이트한데,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벌어지는 것은 못하는 것이지만,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잖아요? 내 인생에 어떤 파트너를 만난 것이기 때문에, 그건 같이 걸어갈 만 한 것 같은데, 사실 누구에게나 엄청난 행운인거죠. 그런데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프로젝트가 생긴다면 그것은 반성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그 고민이 그때 나온 것 같아요. 소위 말해서,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살피면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박: 사실은 젊은 건축가 인터뷰하는 중간 시점에서 '와이드 AR'에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들을 살짝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야기하면서 제가 느꼈던 것은, 인터뷰를 하다 보면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이 전반적으로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많이 해야지, 빨리 해야지, 빨리 안정적으로 되야지, 아니면 규모를 키워야지 등등의 불안한 심리들을 다들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만큼 시작하는 상황에서의 토대가 약하다는 말인데, 그게 경쟁적으로 서로서로 그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까 더 심해지고, 악수를 두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게 나중에는 사무실 문을 닫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거든요. 그런 경험들이 다른 친구들에게도 전해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장: 저희가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것은, 젊은 건축가라는 이야기가 대두되던 그 처음에 운이 좋게 나왔다는 것이에요. 만약에 저희도 지금 이 시점에 나왔더라면 저희도 조바심이 났을 거에요.

전: 왜냐하면 지금은 젊은 건축가 현상이 이미 어느 정도 퍼져버린 상황이거든요. 우리가 처음에 작업을 하고 나타났을 때에는 젊은 건축가라는 이야기들이 나이인지 뭔지 사람들에게 피상적인 개념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시작할 그쯤에 젊은 건축가라는 현상이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무르익었던 것 같아요. 아파트 시대가 저물고, 사람들이 더 이상 현금화 할 수 있는 대체수단으로서 주거를 보기보다, 젊은 계층이 '내가 직접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라던가, 여러 가지 패러다임들이 막 바뀌고 있을 때 ‘우리는 이런 것을 지었어요.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해요’라는 것들이 사람들에게 ‘아 저게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을 제시했던 것 같아요.

박: 개인 건축주들이랑 계속 일을 해와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와이즈가 지금까지 진행해온 그 속도와 내용들을 보면, 사실 한국에서의 변화, 사회적인, 경제적인 변화와 밀접한 연관 관계가 보였었거든요. 지금 현상황과 관련된 위기감을 가지고 있구나. 그래서 그 위기감에 의해 진행될 다음 작업들이 궁금해지기도 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