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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A PS1

박: MOMA PS1은 어떻게 알고 참여하게 되었나요? 궁금한 것은 주최측에서 어떤 것들을 요구해서 나온 작품인지 궁금합니다.

나: 인터내셔널 PS1들은 조건들이 거의 동일해요. 기본적으로 물과 그늘,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3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 입니다. 항상 그 장소는 미술관영역의 한 곳 입니다. 미술관의 마당 안에. 컨텍스트는 나라마다 지역이 다른 것 이외에 문화적인 영역이라는 것은 같습니다. 프로그램도 최소한으로 하고 쉴 수 있지만 여름이니까 활기차게 물을 활용하는 요소입니다. 물 같은 경우에는 크리티컬하게 반영하진 않는 요소로 작은 연못을 만들거나 미스트를 뿌리는 것이에요. 물이 컨셉이었던 적은 없던 것 같아요.

유: 파빌리온의 특성상 sustainability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나: 실험성에 대한 부분은 젊은 건축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까 당연한 요소 인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요구조건은 없습니다.

유: 미국에서 PS1가 시작된 것을 보면, 젊은 건축가들의 실험적인 건축을 지원하겠다고 해서 시작된 거에요. 건물이 아니라 temporary 구조물 같이 실험적인 작업이 될 수 있다고 저희는 알고 있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요.

박: 젊은 건축가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제약조건들이 많이 없는 편에서 시작된 거네요.

나: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눈에 보이지 않는 제약은 큰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제약이라 함은 도대체 어떤 차이를 만들까라는, 달라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는 프로젝트 같습니다. 다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1순위이고, 그것을 젊은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시대적인 statement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제약인 것 같습니다.

유: 그것에 덧붙여 사무실 작업 성격에서 일관된 언어를 사용해서 새로운걸 제안해야 해요. 갑자기 새로운 것이 좋다고 이것저것 가져다 쓸 수는 없어요.

박: 그런 것들도 연계해서 심사하나 보군요.

나: 먼저 포트폴리오를 심사합니다. 포트폴리오를 낼 때, 사무실의 statement을 내라고 합니다. statement이라고 하면 정체성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것을 한 장 내외로 내는 것인데, A4 한 장 내외면 실제로 읽겠다는 것이죠. 작업뿐만 아니라 젊은 건축가로서 세상을 보는 방식도 같이 보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포트폴리오로 5팀을 선정한 거에요. 다른 나라에서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박: 공개심사가 아니었나요?

유: 저희가 추천 받고 전화를 받은 것이 마감 일주일 전 이었어요. 추천해주신 분은 알지만 어떤 과정으로 추천되고 선정되는지 저희도 알수 없어요. 포트폴리오가 당선 된 5팀을 보면, 나라에서 하는 거라 그런지 출신학교가 골고루 있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나: YAP 프로그램 자체가 워낙 폐쇄적이에요. 비공개로 각개 인사들에게 추천을 받아서, 그 익명으로 추천된 30팀 내외의 포트폴리오를 비공개로 심사하고, 5개의 당선된 팀만 발표를 합니다. 뉴욕에서도 똑같아요. 그런데 첫 회여서 한다는 것 자체를 다들 몰랐던 것 같아요^^.

박: YAP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계속 하는 건가요?

유: 3년의 후원을 받았다고 해요. 3년 뒤에는 다른 스폰서를 구해서 하게 되지 않을까요.

In The Air

박: 조건이나 제약들이 건축에 비해서 훨씬 말랑말랑한 제안들이 가능하잖아요. 건축과는 다르게 클라이언트에게 requirement를 받는 것이 아니니까요. 작업을 할 때 어떤 출발점에서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나: 저희 내부적으로는 가지고 있던 생각은 그 장소에 있었던 역사적인 이야기들 입니다. 과거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시기의 이야기들, 현대미술관이 들어서기 전까지 벌어졌던 사건 사고들, 그 상황들이 항상 붕 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근대와 현대가 연결되지 않는 지점들, 시대성이 단절되는 것이 유독 강력한 땅이라고 생각했어요. 허상,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계속 역설적으로 존재해왔던 땅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피상적인 해석이죠. 일반적으로 설계를 할 때의 물리적인 해석이 아닌, 의미에서 저희 나름대로의 해석입니다. 장소의 쓰임새나 이야기들이 ‘붕 뜬다’라는 표현을 했었는데요. 부유하는 풍경을 만든다는 의미였습니다. 부유하는 풍경이라는 것은 자연이 그 요소이고, 사람들의 행위입니다. 사람들의 행위라 하면 그네가 있는데요. 한국의 전통적인 놀이들의 공통점이 중력에 반하는 행위들을 통해서 찰나의 즐거움을 만들어요. 그네, 널뛰기가 있고 일반적이진 않지만 줄타기도 그렇고요. 놀이와 풍경 두 가지에서 취할 수 있는 맥락의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전통적인 놀이에서 비춰지는 중력에 반하는 행위들이 있고, 풍경 자체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나무라는 존재를 비일상적인 건축가의 행위를 통해서 분류시키고 실제적인 사람의 행위가 일어난다면 어떤 풍경일까 하는 생각을 풀어 넣은 것이 In The Air 입니다.

박: 실제 작업할 때 구체적인 상황들이나 그림들을 그리지 않고 이야기나 상황으로 풀어가시는지 궁금해요.

나: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특히나 이런 프로젝트에서는 말이죠.

박: 저는 설치작업이나 전시들을 할 때 자기가 가지고 있는 방향 또는 관심들을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조건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점이 퍼지듯이 시작되는 출발점들이 항상 우연히 개입되더군요. 그 개입되는 순간들이 저랑 만나면서 조금씩 더 구체화되는데, 그 구체화되는 것들이 저의 상황뿐만 아니라 주변의 환경들과 만나 구체화됩니다. 그래서 저는 출발점 이라고 생각되는 그 무엇이 잡히는 순간, 그게 어떻게 무엇으로 만들어지나.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In The Air’가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한 점도 생깁니다. 한편으로는 만들어지는 프레임들이 전체적으로 이끌어가려는 내용과 상충되는 조건과 상황들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나: 그건 그런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우리는 비가 오는 것을 자연의 현상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자연현상 저변에 그것을 만들기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들이 존재하죠. 그러나 인간의 미시적인 관점으로는 그 시스템들을 읽기보다는 현상자체를 경험하게 됩니다. 저희가 원하는 풍경을 구축하기 위해서 자연에 존재하는 구조체계는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저희의 능력이 좀 더 뛰어났다고 하면 구조체계에 대한 시스템을 현상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잡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숨기기보다는 드러내는 방식이 어쩌면 그 두 개의 대조적인 병치를 만들어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풍경에서 나무를 띄워놓고 부유하는 사람들의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그것만 생각하면 너무 순수하죠. 말 그대로 순수한 부유하는 것들의 모습인데, 사실 그 저변에 있는 structure나 시스템의 관계들을 굳이 숨기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거죠. 그래서 일부러 강력한 그리드 구조를 택했습니다.

의도를 가지지 않는 태도

박: 이전에 했던, ‘구조와 풍경’ 전시에서도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EPS동굴’도 마찬가지이고, 적극적으로 사람들이 개입해서 무언가를 하게끔 만들었어요. 건축이랑 관계없이 전시라고 하면 내부의 사람들이 개입되어서 실제로 경험하게 하는 류의 것들이 전시에서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전시를 하면서 그 부분에 대한 고려나 접근은 무엇을 기대하고 작업했나요?

나: 사람의 행위요?

박: 저 같은 경우에는 2010년에 파리에서 했던 시인 이상과 관련된 전시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들 통해, 제가 의도 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작동되어 기분 좋게 끝났던 경험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개입하면서 이루어졌을 때의 기대감 혹은, ‘EPS동굴’에서 보여진 반응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나: 기본적으로 의도는 합니다. 근데, 안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저희가 네임리스 건축을 소개하는 글에 ‘불예측한 세상의 단순함의 구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건축가들이 예측하는 상황들이 있잖아요. 가상의 공간인 평면상에서 그 경험을 유도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데, 그것들이 실제 건물에서 벌어지는 상황들과 일치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행위의 변화가 생긴다기 보다는 사회적인 흐름자체가 이미 건축가의 얄팍한 예측으로는 행위 자체를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저희는 그것을 포기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도하는 것은 최대한 다양한 행위가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무엇이다’라는 생각은 의도적으로 안 합니다. ‘뭐가 벌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하지만 ‘뭐가 벌어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안 하죠. 건축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특히나 건물이나 구조물에 의도를 삽입하지 않습니다. 건축가의 능력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치 신이 된 것처럼 컨트롤하는 듯한 말을 하는 것에 거부감도 있습니다.

박: 지금 이야기 한 부분은 과거 근대건축과의 큰 차이라 생각되어 공감합니다. 건축에 기능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네임리스가 취하는 방향과 태도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Requirement를 그대로 해석해서 보여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른 가능성을 보거나, 네임리스에서 가지고 있는 다른 방법들이 있는지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나: 아까 말씀 드린 것과 동일한 맥락일 것 같아요. 단순함이라는 것이 지금 질문의 힌트입니다.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오히려 복합성을 드러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순리겠죠.) 단순함을 나타낸다는 것의 의도자체는 오히려 건축가의 행위를 최소화 시켜서 그곳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유동성을 최대한 많이 함축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얽혀있는 거미줄이 있는데, 거기에 거미줄을 더하는 행위보다 정말 최소화 된 행위를 통해서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 단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리적인 설치물이 아닌 건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갈고 닦지 않은 naive한 순수한 생각일 수 있어요.

박: 그런 부분이 중요하지 않나요?

나: 그런데, 그런 의미에서 RW교회가 좀 틀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최소화된 여유를 통해서 수렴한다는 것이었죠.

유: 그게 완공 후에 종탑이 올라갔죠. 부정적이지만은 않아요.

박: 저는 의도를 안 가진다는 것에 ‘그럼 건축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라는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 당시에는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심을 이야기 했었던 것입니다. 비슷한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네임리스는 그 naive관심을 어떻게 구체화 또는 형상화 시켜서 결과물로 내보내는지 궁금해요.

나: 단순함이라는 단어, 유동성이라는 단어가 미학적 일수도, 기능의 관점 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저희 삶의 철학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건축가들이 가지고 있는 규정하려는 강박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것이 최소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도하며 만든다는 저 역시도 규정하려는 강박이 있습니다. 상당히 일반적인 강박인 것 같아요. 근데, 기능에 대한 강박은 아마도 한국 상황을 보면 이전 세대의 강박이지 않았나 싶어요. 유동성이 제거된, 그 안에서의 삶의 이야기를 규정했잖아요. ‘사색해야 된다’, ‘사유하는 공간이다’와 같이 말이죠. 이전 세대만 해도 그것이 핵심적인 흐름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건축가였던 것 같아요. 반면에 현재 저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그것과 반대되는 실험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실험들은 사실 검증된 것이 아니죠. 그렇다고 뭔지 모르겠다고는 안 하겠죠. 건축주의 행위에 의해서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무엇이다라고 명확하게 말하는 것, 규정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규정되지 않음을 의도하는 것인데, 그것은 또 다른 말의 어폐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런 것들이 건축 사회적인 피드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회에서 만연될 정도의 실험들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박: 실험의 부분에서 지금 젊은 건축가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폭은 어느 정도 일까요?

나: 그 실험이라는 것이 시행착오를 담보로 하는 작업입니다. RW콘크리트 교회가 시행착오의 과정이라고 말씀 드렸었는데, 저희는 계속 시행착오를 겪을 것 같습니다. 집장사분들이 하는 것이 안정된, 이미 검증된 시스템을 짓는다고 생각하는데요. 집장사와 건축가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건축가는 규정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것들을 프로젝트마다 실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도들은 100% 시행착오라고 생각되지만 시행착오 과정이라는 행위를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습니다. 항상 실패하고 도전하는 것이 현재 저희에게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양극단

박: 그렇다면 네임리스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무엇인가요?

나: 무기는 없어요. (웃음) 저희는 매번 시도하고 겪습니다. 지금 현재는 건축이라는 물리적인 장소를 만듦에 있어서 유동성과 단단함. 사실 양극단의 표현이지만 물성의 이야기가 아닌 건축이 가질 수 있는 가치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유: 거의 그 양극단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나: 찬물과 뜨거운 물 같은 양극단, 그 사이의 관계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뭘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피상적인 이야기지만 지금까지 한 작업들에 있어 그 고민이 담겨있습니다.

EPS 동굴

박: ‘EPS 동굴’은 장소가 정해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서울 광장이라는 곳은 장소가 가진 상반된 이야기들이 겹쳐있는 곳 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 장소에 동굴을 하려고 했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해서 동굴이 나오게 됐나요?

나: 저희가 서울광장에서 360도 파노라마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서울의 풍경은 빌딩숲과 역사와 나무가 혼재하는 곳입니다. 장소에서 읽히는 것은 부딪힘이었습니다. 이념과 역사가 부딪히는 곳이죠. 항상 엑티브한 장소에요. 설치하면서 더 느낀 것은 한쪽은 민주당에서 농성을 하고 있고, 한쪽은 어머니들이 항의하고 있고, 한쪽은 포도축제를 하고 있고, 다른 쪽에선 아이들이 놀고 있었습니다. 정말, 그런 부딪힘이 있는 장소가 있을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다음날 가면 또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부딪힘이 일어났습니다.

박: 서울광장에서 보여지는 것들과 한 레이어 뒤에 있는 영역 또한 부딪힘이 있습니다. 88올림픽 당시에 광장을 둘러싸고 배경을 만들기 위한 병풍 같은 빌딩들이 만들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서울시청과 바로 옆에 있는 덕수궁까지 다양한 시간의 레이어, 역사적 상황들이 부딪히는 곳이죠.

나: 정말 병풍 같아요. 부딪힘이 심하죠. permanent한 건물을 만들 수 있는 장소는 아니지만,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행위들이 일어나는 재미있는 사이트 입니다. 저희들 취향이 다 펼쳐 놓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과연 이 맥락 속에서 가장 강력하게 다가오는 특성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계속 저희 관심사였던, 자연과 인공입니다. 강렬한 도시의 빌딩 숲, 덕수궁이라는 역사와 함께 있는 자연의 풍경들 그 두 가지가 부딪히는 걸로 압축을 했습니다. 자연과 인공을 풀면서 프로그램은 최소한의 장소, 동굴을 생각했습니다. 하루 만에 설치하고 빠질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을 때 어떤 재료가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박: 하루 만에 설치를 끝내는 건가요? 제작은 어떻게 진행됬나요?

나: 물론 전에 공장에서 제작할 수 있는 것들은 제작을 해서 가지고 왔죠. 설치기간이 하루도 안 되는 시간으로 정해져 있었어요. 전날 저녁에 시작해서 오전 오픈까지 밤새서 작업을 했습니다. (웃음) 일주일 전시하고 바로 철거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공간을 생각했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최소한의 공간을 만드는 벽과 지붕이었습니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은 고인돌이었습니다. 최소한의 물리적인 덩이가 벽이 되고, 얹혀지는 것은 지붕이 되죠. 괴인 돌이 만드는 최소한의 공간 측면에서 레퍼런스를 가져왔습니다. 가장 인공적인 재료로 빨리 설치하고 철거할 수 있는 재료가 뭐가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부피가 크고, 벽을 쉽게 만들 수 있고, 가벼운 재료로 EPS가 있었습니다.

박: 실제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나: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 예측하지 못했던 반응들이었습니다.

유: 사람들이 봤을 때 재료가 제일 궁금했던 것 같아요.

나: 하루 뒤에 갔을 때는 손가락 자국이 많이 있었어요. 두 번째 갔을 때는 주먹자국이 있었어요. (웃음) 어떤 아저씨가 샌드백처럼 치는 장면도 봤습니다. 마감할 때쯤 보니까 여기저기 뜯어져 있었어요. 재료를 확인하고 싶어했던 행위들 이었던 것 같아요. 재료에서 오는 비일상적임과 역설적인 풍화된 느낌의 텍스쳐로 궁금증이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뜯겨 있을 줄은 몰랐죠. 나중에 철거할 때, 스티로폼 가루를 치우는 게 걱정이었습니다. (웃음)

유: 또, 재미있었던 반응은 그 앞에 있는 도서관이 있는데, 도서관 관장님과 철거할 때쯤 얘기한 것도 있었어요. 그게 종이를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도서관과 잘 맞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곧 도서관 페스티벌이 있는데 그곳에 가져다 쓰고 싶다고 해서 일부 기증을 했습니다. 책을 올려놓는 용도로 사용한다고 했어요.

박: 설치작업을 하면 경험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설계자나 제작자들이 누군가가 사용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겠죠. 그러면 의도와 실제로 경험하는 사람들과의 차이가 건축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개인 건축주가 아닌 공공건축에서는 그런 경우가 더 심하게 나타나죠. 네임리스는 그런 차이에 대해 잘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저 같은 경우, 한편으로는 그런 차이들이 주는 경험을 어떻게 다음 번에 써먹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개입하면 할수록 부딪히는 부분이 생기는 것 같아서 저는 의도하는 의지나 개입을 얼만큼 더 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나: 저희는 항상 최소한의 개입을 의도하는데요. 최소한의 개입이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역설적 일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곳에서 발생하는 것이 반대로 극대화되는 상황도 물론 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가치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 쪽으로 편중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최소한의 개입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형태와 순수한 구조의 솔직함

박: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각학교나 RW콘크리트교회 같은 경우에 형태의 미학적인 의지가 투영되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나: 여기서 말하는 최소한의 개입은 건축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나 일에 대해서 건축가가 불필요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측면이 강합니다. 최소화된 것은 건축이 가지는 미학적인 부분에서 다른 의미 같아요. 건축의 복합성과 대립성을 건물을 통해서 드러내기 보다, 베이스 자체에서 제일 해보고 싶은 실험은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그게 과연 장소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하는. 강력한 형태의 기하학이 배치에서 사용된 건 맞습니다. 최소화된 형태, 단순 기하학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탐구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것이 저희의 건축 어휘라기보다는 현재 관심사입니다. 단순한 형태에서의 최소한의 시스템에 대한 생각인데, 강력한 건축 언어로 보여질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박: 개입에 대한 부분을 포함해서 기능이나 형태적으로 완성도라던가 질서 또는 기하학적인 교육을 받아 왔고 믿어 왔었는데, 한편으로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그 틀 안에서도 자유롭고 풍성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그 틀이 없애 버린다고 하면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조절해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땅 위에 그리드를 치고 얹는 것이 인위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땅의 상태 그대로 얹어 보자’에 요즘 제가 관심 가지고 있는데요. 서구적으로 보면 건물 자체가 그거 하나로서 완벽한 결과물들을 많이 만들어 내잖아요. 지금 네임리스에서 하고 있는 건물들에 그런 부분들이 보여져서 이야기를 드리는 건데요. 그런 것들에 대한 관심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보면 약간 비약일지도 모르겠지만, In The Air의 틀이 연결되어 보이거든요. 안 좋게 이야기하면 경직된, 좋게 이야기하면 질서에서 주는 편안함, 익숙함, 미적으로 아름답다 느껴지는 그런 상황들. 그런 부분이나 미적인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나: In The Air에서 하고 싶었던 것은 구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었어요. 현대 건축의 구축적 모듈이 부유하는 풍경을 만들기 위한 합리적인 기반이 된다는 것을 공표하고 싶었던 생각이 있었어요. 물론, 풍경의 의미로 이질적인 상황 조차 의도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서로를 잘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순수한 예술이었으면 당연히 나무만 떠있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것이 건축이라는 것에서 피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아까 독립된 개체로써 저희의 건축이 잘 보인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는데요. 솔직한 표현인데 저희들이 먼저 생각하는 건축의 시작점이 항상 풍경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관계로부터 시작을 합니다.

박: 그 관계가 1차적으로 풍경으로 시작된 거라면 시각적인 것인가요?

나: 건축이 놓인 장소에서 발생하는 관계가 풍경의 시작점 인 것 같아요. 시각적인건 부수적인 요소 같습니다. 건물을 만들 때 하나의 요소가 아니라 다양한 것들이 모여서 결론이 지어지게 되는데요. 삼각학교도 과정에서 관계들이 정리가 되고 해석이 됐기 때문에 저희가 관심 가지고 있던 기하학이 들어가게 된 거죠. 그 관계가 저희 내부적으로만 해석이 되어서 좋다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 관계자들을 충분히 해석할 만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박: 관계들이 들어올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작업했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 내용들을 바탕으로 해서 기하학적인 틀을 이용해서 형태들을 만들어 나간 것이잖아요. 그 부분에서 기하학적인 틀 또는 인위적인 그리드를 가지고 작업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합니다. 항상 그런 기하학적인 틀이 있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스터디 할 때 어떤 툴을 쓰는지에 따라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틀 자체가 좋은 도구가 되겠지만, 오히려 그 틀이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요?

나: 동의합니다.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관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건축의 환경 관점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다른 생각은 과연 그걸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하나의 시스템인 것 같아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강력한 질서 체계가 있는 것이지요. 제가 건축을 만듦에 있어서 기하학 동그란 원일 수도 있고 흐트러진 달걀모양의 유동적인 건물일 수도 있습니다. A든 B든 상관없는 것 같아요. 이걸 만들기 위한 시스템에 대해서 분명히 고민을 해야 하는 지점은 있는 것 같아요. 현실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만들 지점을 찾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준야 이시가미’가 기둥을 이상하게 넣고 ‘렘 쿨하스’가 기둥을 비틀고 하는 행위들도 나름 시스템을 가지고 하는 행위이긴 하지만 저는 건축이라는 물리적인 존재 너머에 바탕이 되는 질서 자체에는 오히려 솔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 그 솔직함이라는 것은 어디의 기반에서 온 솔직함 인가요? 예를 들면, 어떤 기본 되는 틀을 만들고 그 위에 뭔가를 세우는 작업이라고 느껴지는데, 저는 그 틀 자체를 의심하는 중입니다.

나: 건축의 기본적인 또는 구조적인 틀이 유효할까라는 질문인가요?

박: 예, 기본적인 체계 자체가 구조적인 물리적인 틀이라기 보다 관념과 관련된 서구적인 틀에대한 의심 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건축계의 시스템

나: 서구적인 것에 대한 반박. 동양에 있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인 것 같기는 해요. 너무 일반적으로 침투당하고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요. 간략하게 압축을 하자고 하면 혹자는 논리와 직관이라고 표현을 하더라고요. 일면으로 설득력 있는 해석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 근대 건축의 시작점이라면 서구의 침입이었던 것 같아요. 서구 건축을 수용했다는 의미는 학문적인 건축 사학적인 기반도 있지만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 건축의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시스템이라고 하면 흔히 BIM이 정착 안 된다는 것은 그 시스템이 안되니까 그런거죠. A라는 건물을 3d로 만들어서 시공을 하려면 자체업체와 시공업체가 연결된 하나의 조직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부재한데 어떻게 되겠냐는 거죠. 가능은 하겠죠. 완전 수공예적으로 접근을 한다면. 일본 건축 같은 경우에서는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일반적인 수용과 자기네들의 해석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수용이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리적인 시공이나 자재나 그런 것을 컨트롤하는 다양성은 이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기둥의 이질적인 배치나 혹은 기둥을 철봉으로 얇게 쓰고 싶다 이런 것이 안되거든요. 일본에서는 쓰는 기둥인데 이거 왜 안되냐? 다 제작해야 된다는 거에요. 구조하시는 분이 일본에선 100만원으로 가능한 것이 한국에서는 5배 예산이 있음 가능하다고 이야기해요. 제가 생각하는 그 시스템이라는 게 저희가 설계한 건물의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구조 체계 시스템이 전혀 사회적으로 구축이 안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솔직하다는 표현은 현실과의 관계 측면에서 솔직함 인 것 같습니다.

박: 지금 말씀하신 부분은 공감합니다. 저는 그런 부분들을 제 나름대로 해소할 수 있는 또는 그게 해소되어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이 사회에서, 시대에서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내용이 전달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네임리스의 정체성

박: 마지막으로 미적인 것에 대한 관점은 어떤가요?

나: 저는 쉽게 말하고 싶은 게 취향의 문제 인 것 같아요. 미학적인 가치에 대해서 무게 있게 논의를 할 능력도 안되고, 제가 얘기할 수 있더라도 제가 얘기할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어떤 분이 저희 것을 보고 얘기해주시면 그게 더 객관적일 것 같습니다.

박: 건축을 바탕으로 생각하거나 아름다운 것에 대한 정의까진 아니더라도 관점이 있나요?

나: 지금까지 했던 얘기와 같습니다. 솔직한 관점이죠.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가’보다도 저희가 하는 행위 자체가 가진 의미. 목표가 있다고 하면 미국에서 작업하면서 유소장과 저와 둘이 선언했던 네임리스의 정체성이 있습니다. 건축과 삶이 별개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하나의 일괄된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단순한 건축을 만들고 단순하게 살자 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삶의 이야기와 건축의 이야기가 동등하게요. ‘단순한 것의 의미는 최소한의 관계를 통해서 아름다움을 만들자’였습니다. 그게 아마도 저희가 생각하는 삶의 아름다움인 것 같아요. ‘가능하면 아무것도 안 만들고 혹시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장소의 의미가 되지 않을까’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적은 행위를 통해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공간, 삶에 이야기를 만들면서 복잡한 관계를 최대한 거부하고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 네임리스의 정체성이 아닐까 했습니다.

박: 단순한 것은 쉽다라는 것은 아니죠?^^

나: 단순하게 사는 게 쉽지가 않아요. (웃음) 단순한 건축을 만드는 것은 사는 것에 비해 쉬운 것 같아요. 단순한 사발 만들기 위해서 만드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복잡합니다. 프로세스마저 단순해 지는 것은 현실 세계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요. 너무 복잡하고 줄이려고 해도 감당이 안 되는 것은 사실인데요. 삶의 과정은 단순하게 살자는 것이 이상적인 생각이지만 목표가 변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것의 가치는 아니지만 삶의 가치로 돌려서 이야기 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박: 오랜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어 : 박창현
정리 : 한수정, 박고은
날짜 : 2014년 8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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