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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모_사무소 효자동

공간의 분절을 보다.

1971년 일본 쿄토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자랐다. 95년 경원대학교 건축공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 진학했다.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을 가, 2000년 동경예술대학 미술연구과 건축전공 석사 졸업했다. 동대학에서 건축학과에 출강했으며, 2004년 귀국했다. 귀국 후 rDAunit 사무실을 설립해 활동했다. 2010 사무소 효자동을 설립하고, 현재 서울 시립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samusohyojadong.com

한국과 일본의 주거 형식

박: 서승모소장님을 처음 만났던 때가 2006년 효자동 한옥에서 인 것 같습니다. 그때 그 한옥은 지금은 이미 몇 차례 다시 고쳐졌는데 그 당시의 그 한옥을 보면서 ‘다른 한옥과 달리 묘하게 고쳐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로 다른 한옥들 작업하면서 그와 관련된 작업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럼 한옥 이야기부터 하면 어떨까요?

서: 제가 리노베이션한 한옥은 매체에도 많이 나왔는데, 일단 한옥을 구입하게 된 동기는 별 이유가 없어요. 원래 쭉 아파트에서 자라왔는데, 일본에 가서 골목길의 스케일감들을 느끼고 살았습니다. 마을 같은 곳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한국에 와서 처음에 삼청동을 갔는데 전세를 알아봤더니 너무 비쌌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힌트를 들었어요. 경복궁에는 양 사이드가 있다고. 반대편으로 오니까 전세 값으로 한옥을 살수가 있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살수 있는 땅에 한옥이 있었죠. 한옥이 15~35평정도가 있는데, 보통 24-27평이 제일 많아요.

박: 일본에서의 경험했던 골목길 스케일이 한옥을 사게 된 이유라고 하셨는데 저도 어릴적 적산가옥이 많은 부산의 동대신동에서 자랐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동네에서 나가야의 형식과 일본식의 세밀한 스케일감을 느꼈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본에서 느낀 동네 같은 곳, 작은 골목, 집들이 한국의 한옥과 연결되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좀 더 구체적으로 한옥에서 느낄 수 있는 집의 형식이나 특징에서 다른 것이 있나요?

서: 일단 한옥을 구입하게 된 계기는 마을 같은 동네에 살고 싶었던 것이죠.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것이 큽니다. 지금 질문은 주거형식에 대한 차이점 느낀 점을 이야기 해달라는 건데, 제가 일본의 나가야나 전통 주택에 살아 본적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한옥은 단층이고 적산가옥은 2층이잖아요. 일본의 집들은 후정을 많이 둡니다. 엔가와의 툇마루처럼 앞에서는 잘 안 보이는데, 한옥은 후정이 아니고 중정입니다. 마당을 중심으로 출입구가 당하는 느낌이죠. 그게 큰 건축의 차이입니다. 어쨌든 한옥은 복도로 나눠진 집 같지는 않아요. 한옥은 중정이 있고 툇마루가 있는 방의 레이어입니다. 일본은 그 규모의 서민집 같은 경우에는 복도가 반드시 생기죠. 큰집은 좀 다릅니다. 큰집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외부에 툇마루를 놓고 들어가는데, 다른 점은 전통한옥은 홑 집이라는 것. 아무리 커도 홑 집인데, 일본은 큰 공간 안에 기둥들이 생기면서 깊은 공간이 생기고 그 안에서는 다다미로 공간이 나눠집니다.

박: 최근에 지어진 건물과 한옥의 성향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만, 어떤 분은 한국의 아파트 평면이 한옥의 배치나 구성에서 왔다고 이야기 하시기도 합니다. 한국 아파트 같은 경우는 현관문을 열면 먼저 가장 넓은 거실공간이 보이죠. 그 다음 거실을 중심으로 방들이 돌아가며 배치되다 보니 공교롭게도 현관 입구에서 문을 열면 한눈에 가장 중요한 공간이 다 보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집의 문을 열면 막혀 있어 아무것도 안 보이는 차이가 있습니다.

서: 계속 분절되어 있습니다.

박: 일본도 그런 부분에서 예전의 주거 형식들이 지금도 계속 이어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문을 열면 일단 복도가 보이고, 복도에서 방들이 있기도 하고 방과 방이 연결되기도 하고…

서: 일본 옛날 집의 도마(土間: 흙 다짐바닥), 흙 바닥 같은 게 있어요. 그 옆에 어시스트 된, 손님을 앉히는 방이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안쪽으로 집사람들이 쓰는 공간이 있죠. 현대 일본 건축가들이 쓰는 주택에는 현관이 있으면 바로 옆에 다다미방이 있잖습니까. 약간 집의 형식미 같은 게 있는 거죠. 우리도 사실은 마당에서 대청으로 분류하거나 더 커지면 별동으로 분류되는 형식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박: 마당과 대청을 이야기 하다 보니 전통 주거의 형식이 머리 속에 그려 집니다. 서소장님 같은 경우에는 한옥 리노베이션 경험이 많이 있으신데, 작업하면서 건축가별로 한옥 리노베이션하는 관점이과 수법이 다를 것 같습니다.

서: 별로 없어요. 딱 두 개입니다. 그게 이미지가.. (웃음) 황두진 소장님 같은 경우는 전통한옥에 가까운걸 하십니다. 우리나라의 부를 일궈낸 사람들이 자기의 근원 또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의식적으로라도 대단히 보수적인 한옥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죠.

박: 그런 것들은 신축인가요?

서: 신축인 경우가 많죠. 우리 사무실 같은 경우는 한옥을 좋아해서 오지만 한옥의 그런 전통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 동네의 느낌이 좋고 거기 붙어있는 집의 느낌이 좋고. 그 곳에서 어떤 한옥의 맛을 살리는. 그래서 우리 집 말고는 한 채밖에 없습니다. 제가 두 번 고치고, 나머지 체부동 집은 건축주가 미국사람이에요.

한옥에서의 구조적 분절

박: 그럼 그 두 번의 경험에서 한옥 리노베이션이 가지고 있는 제약들도 있었을 것이고, 반대로 어떤 부분들은 조금 더 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서: 한옥에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분절’에 관한 부분입니다. 내부 안에서 분절을 하는 방식에 관한 겁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우리 집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연속적 분절에 대한 것입니다. 원래 방이었을 거에요. 대청이고 마루입니다. 문틀이 있어서 이게 한 1900정도 높이가 되는데, 길이는 끝에서 끝이 한 10미터 정도 됩니다. 이 곳에서 구조로 인한 분절이 일어납니다. 공간을 만약에 박공 지붕에 어떠한 구조도 없이 갔다면 perspective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공간이 풍부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게 3미터 단위가 3-4개로 끊어져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했어요.

박: 한옥에서 그렇게 공간적 분절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은 당시 구조적 구법 한계와 재료적 상황에 의한 기둥과 보 길이의 한계 때문이지 않을까요?

서: 그렇습니다. 구조가 가지는 logic이 보이는 순간 뭔가 다른 힘의 흐름들이 보이죠. 이것 때문에 분절하는 스케일을 감각적으로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박: 앞서 말한 대로 한옥에서의 분절은 그 당시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데 그렇다면 설계하면서 구조에 따라 내부에서 공간을 나누는 것은 의식해서 계획적으로 나누는 건가요?

서: 그렇게 나오는 한옥의 구조는 가짜가 아닙니다. 당연히 구조와 연계해서 계획적으로 나눕니다.

신축에서의 분절

박: 최근 지어지는 신축 건물에서는 구조와 연관지어 내부에서의 분절을 어떻게 생각하며 나누나요?

서: 지금 여기에 하고 있는 집이 한 층에 ‘10평주택’이에요. 이 모형이 50분의 1이니까 엄청 작은 집이죠. 전이 공간을 만들 수 없으니까, 1층은 라멘 구조로 풀고 2층은 목 구조로 풀었어요. 경골 목 구조와 중목 구조가 섞여있습니다. 그게 같이 있으면서 계단으로 이어지는데, 계단은 존재감이 거의 없도록 금속으로 얇게 접었고. 전혀 다른 공간과 구조를 가진 질이 다른 공간 두 개를 붙인 겁니다.

박: 그렇다면 1층의 구조와 다르게 2층에서는 의도적으로 구조가 드러나는 방식을 택한 것인가요?

서: 전부 그렇습니다. 그것 때문에 되게 힘들었어요. (웃음) 1층 천정에 보가 공간의 분절을 만듭니다.

박: 지금 이야기하신 부분을 모형상으로 보면 계획된 보가 생각보다 얇게 느껴집니다.

서: 네. 천장의 구조로 인해서 공간을 분절시키면, 공간이 약간씩 끊기는 느낌이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합니다. 건축주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집이 넓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높이는 2000까지 낮췄고, 최고 2400입니다. 작은 집이라 창의 위치가 중요한데 perspective한 관점에서 볼 때 이동 방향에 보통 메인을 두고 보조창을 꼭 둔다. 그 위치가 되게 중요해서 실제로 움직이다 보면 다양한 창들이 쭉 있습니다.

박: 내부에서의 시퀀스를 중요하게 생각 하시는군요. 내부에서 구조를 RC나 아니면 다른 구조로 풀지 않고 특별하게 목 구조로 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서: 전혀 다른 공간의 느낌을 내고 싶었는데, 그걸 디자인적으로 풀고 싶진 않았습니다.

박: 그 판단은 무엇에 의해 하게 되었나요?

서: 그건 저의 판단입니다. 공간을 구조로 풀어 내야겠다는 것이죠. 다른 구조 두 개가 병치되어 있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려고 했습니다. 2014년 우리 사무실의 건축은 공간을 분절하는 방법이 전부 구조하고 맞붙어 있는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박: 이야기 하신 집이 작은집이라 스케일이 일반적인 스케일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천장의 높이도 1900정도이고 공간도 작은 공간들이 연속인데 이 작은집에서 외부와 연계해서 확장에 대한 고민은 안 했었는지 궁금합니다.

서: 건물 밖의 외부공간 같은 경우에는 쇄석을 깔아서 마감을 정리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일본에 있는 집 같아요. (웃음)

박: 스케일이 같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또는 구조가 드러나서 그럴까요? 어쨌든 좋은 결과로 느껴지는 집입니다.

서: 저는 못생긴 건물은 못 봐요.(웃음) 그런 부분에서 충돌이 일어나는데 일단은 제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감각을 밀고 가고, 그 뒤 방법을 찾겠다는 거에요. 예를 들어, 보통 문살의 두께를 만들어내는 게 건축가의 의지이기도 하고 시공사에서 안 된다고 할 의지이기도 한데. 되든 안되든 어떤 수종을 쓰느냐 깎느냐. 그런 맛을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하죠. 디자인을 한번에 봐서 좋은 게 아니라 두, 세 번 생각했을 때 좋은 것. 저는 건축도 그런 류의 디자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 번 보고, 두 번 봐서 생각이 정리가 어느 정도 되니까. 디자인하기 되게 어려워요. 마루 색깔, 난로의 형태나 취향, 벽의 컬러, 텍스쳐.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한옥이 있는 거에요. 한국성으로 가지고 가려고 합니다. 작년에도 목표가 한국성이었는데. (웃음) 올해는 땅과의 관계를 잘 풀어낼 것과 한국성이에요. 그런 부분들을 고민 중이에요. 분절하는 건 어쨌건 건축을 하면 반드시 해야 하니까요. 기능적이나 공간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분절을 하거나 태도가 발생하고, 분절에 의해서 경계가 발생하거나 발생하지 않거나 뭉뚱그리거나.

초기에 분절에 대한 시도

박: 저는 인테리어에서 수직 나무 포스트나 바닥의 높이 차이로 기능의 구획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공간의 분절에서 천장에서만 면이 구획되더라도 공간 분할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

서: 한국에서 초반에 분절에 대한 연습 조건들을 ‘숲’ 이야기를 가지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가로수길 인테리어인데, 바닥은 원래 있던 타일을 뜯어내고 본드자국이 남아 있는 것을 유지하고 싶었고, 천장을 다 갈아내어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다음에 공간이 18평 정도 되었는데, 어떻게 테이블을 놓고 공간을 기능과 함께 분절을 해야 하나를 생각했었죠. 외부 도로에서 봤을 때 유리박스로 보이고 주차장과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 하나의 관심이었었습니다. 문이 어디 생겨야 하나 했는데, 중간에서 약간 들어가고 솔리드 한 문을 달았습니다. 문을 따라서 요상하게 생긴 천정 패턴이 들어가죠. 화장실 쪽으로 들어가는데, 비어진 곳이 공간이 오픈 된 느낌이 드니까 은연 중에 공간이 분할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여기서 한층 더 가지고 가려고 했던 것은 천장을 2400에서 2000까지 낮추려는 시도였습니다. 현장에서 밤낮으로 고민하면서 '너무 무섭다. 두렵다.' 해서 포기했었는데, 결국 효과적이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낮췄으면 그 효과가 맞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옥집에서는 대단히 잘 작동했었고, 중정의 높이가 1750밖에 안되니까 약간 눌러주는 느낌인 거죠. 보통 한옥은 하늘로 열리는 집이 많은데 여기는 땅으로 꺼져있어요. 제 집에서 살면서 느낀 것은 10미터의 장방형의 공간이 깨끗한 미니멀한 공간이었으면 경험하지 못할 것들을 하게 됐죠.

박: 인테리어에서도 천장을 분절했지만, 그 당시에는 구조로 풀었던 것은 아니었군요. 한옥의 경험을 통해 구조로 발전했다고 하는 것은 이해됩니다. 방금 이야기 했던 ‘숲’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서: 초반에 ‘숲’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공간은 있는데 형태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장미를 그리라고 하면 장미를 그릴 수 있는데, 숲을 그리라 그러면 되게 어려워져요. 숲이라는 것이 어떻게 정리가 되어 있느냐 하면, 수풀임이 나무가 모여 있는 거잖아요. 나무를 계속 그리는 거거든요. 그렇게 만들어진 숲이라는 곳은 형태는 없지만 공간은 있고, 그런데 거기에 농밀한 공간도 있고, 성한 공간도 있고, 밝은 공간도 있고. 그게 제가 생각하는 가고자 하는 건축이었습니다.

박: 형태와 공간이 꼭 연결되지 않는 것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 이군요. 이전에 관심 가졌던 내용인가요?

서: 근데 어떻게 될지 몰라요. 그건 규모가 있어야 하죠. 건축에는 반드시 스케일이라는 게 실체로써 존재해야 되니까 그걸 똑같이 개념을 그대로 가져올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랬을 때, 분절은 연속적으로 분절되어있는 공간이잖아요. 지금 이야기와 다른 벡터이긴 한데, 우리가 좋아하는 작은 오두막이 있잖아요. 기둥 네 개 지붕 하나. 저는 건축에서 가장 강한 어휘가 벽이 아니라, 천장하고 바닥이라고 생각해요. 사무실이 오픈 초기에 인테리어 공간부터 많이 작업했기 때문에, 바닥을 분절하는 이야기가 많을 수가 없었어요. 근데, 천장을 먼저 가지고 간 거죠. 다음 단계에는 바닥의 분절이 분명히 있을 거에요. 땅이랑 관계를 맺게 되기 때문이에요. 바닥하고 천장이 구조랑 맞물리면서 정리가 되기 시작할 거에요. 그런 부분들이 조금씩 간극이 있으면서 계속 가는 거에요. 제 느낌이.

분절된 공간들의 관계

박: 분절된 것들이 모여 있으면 서로서로의 관계들이 생기게 되잖아요. 내부에서 연속된 공간에서의 기능과 결합에 관한 규칙이 있는지요?

서: 규칙은 잘 모르겠네요. 일단은 그 때 숲 얘기 했을 때, 연속적 분절이었어요.

박: 서로서로의 연관 관계인가요?

서: 연관 관계라는 것은 이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간의 어떤 힘이 작동을 하고 분절에는 어쨌든 역학관계가 존재합니다. 거기에 사람들이 보일 수 있게끔, 공간의 질을 만들어 주는 게 기본이었습니다. 숲도 숲 얘기를 했을 때는 숲이 나무나무나무인데, 그게 어느 순간 어떤 곳은 길이 되잖아요. 산길이라는 것이 미는 것이 아니라 찾아 다니는 거고, 어떤 사람들은 바꾸기도 하고. logic은 없는 것입니다. 상황에 맞춰가는 것이죠.

박: 오래된 산길 같은 경우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인위적인 것도 일부 들어가겠지만, 그곳의 지형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잖아요. 길이 생기기 이전에 원래 가지고 있던 물리적 상황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숲 안에서 나타나는 길 자체에 그 자리에 생겨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얘기하는 공간이 분절된 것들끼리의 만남이라는 것이 설명될 수 있을까요?

서: 왜냐하면 가로수길 인테리어에서는 테이블과 테이블. 약간씩 테이블마다 의자의 배치가 방향이 다르고 시선이 안 마주치는 것과 약간씩 연결되는 거죠.

박: 그런데 그것은 하나의 단순한 기능이라 좀 다르지 않을까요?

서: 하나의 기능이더라도 저는 거기서 더 분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체를 바탕으로 어떤 사람은 분류하는 방식으로 얘기를 하면, 어떤 사람은 지구와 우주. 어떤 사람은 지구라고 얘기하지 않고 인류의 합, 인종의 합 등등 이것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기능의 조닝을 보면 어떤 사람들은 리빙하고 다이닝을 분류할 수도 있는 거고. 어떤 사람은 앉아 있는 곳과 책상이 있는 곳. 그것은 자기가 조건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좀 전에 예를 들었던 지어지고 있는 ‘10평 주택’에서는 어떤가요? 기둥이든 보든 아니면 그것들에 의해서 분절되고 분절된 것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그것들을 계획할 때는 아래층에 있는 공간과 어떻게 관계를 맺게 되나요?

서: 여기는 책을 읽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빛이 더 많이 들어오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그런 것들을 생각을 합니다.

박: 그런 것들이 분절된 유닛 하나하나마다 있다는 것인가요?

서: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박: 그러면 어쨌든 그런 공간들로 분류 또는 분리되는 기능들은 의식하고 진행을 하는 것이군요.

서: 그렇죠.

박: 이 집도 그렇고, 좀 전에 이야기 했던 한옥도 그렇고, 기능들이 벽으로 닫아진 것이 아니라 사실, 연결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의 각 공간들에 대한 시퀀스는 어떤가요?

서: 시퀀스는 사실은 제가 이 집을 지나가서 최종목표까지 갔을 때는 감각적으로 ‘이런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가 제일 큽니다. 그 다음에 분절의 이유는 질이 다른 공간을 합쳐놓는 것입니다. 그것이 질이 다른 공간과 기능이 또 다른 공간 일 수도 있구요. 예를 들면, 계단 밑의 공간이 약간 어두운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거죠. 항상 이 공간에서는 내가 어디를 점유하면 좋겠다는 생각, 어디를 어떻게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 집에서도 제가 앉는 자리가 있습니다. 근데 제가 좋아하는 자리를 최근 아이가 뺐었습니다. (웃음) 그래서 제가 집에서 잘 못 있어요. 그러면서 다른 장소를 찾는 거죠. 그것은 참 미묘한 문제이죠. 설정을 할 때 정말 100가지 설정하진 않아요. 이 정도면… 숲을 정원처럼 만들 수는 없잖아요. 조금 더 숲보다는 정돈되어 있지만 예쁜 정원까지는 안가는 것 같고, 그것이 예를 들어서 어떤 건축주와의 일이냐 어떤 프로그램의 일이냐에 따라서 다를 것 같아요. 그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뼈대의 완성

박: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렘 쿨하스는 elements를 주제로 정하면서, 건축가를 뺀 건축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그것은 반대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건축 이전에 건축가에 대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으면 건축이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렘 쿨하스은 elements를 나눠 각자가 그것들을 다시 되돌아 보자는 내용으로 베니스에서 진행했습니다. 지금 이야기 한 몇 가지 요소들. 예를 들면 창, 벽, 계단, 문, 구조에서 나타나는 보라든지. 그런 부분이 도드라져 보이는데, 각각의 요소들끼리의 연관성을 가지고 있나요?

서: 지금 나온 이야기는 뼈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으로 예를 들면 손이 두 개고 머리가 하나이고 다리가 두 개입니다. 근데 손이 세 개인 인간을 만들 수도 있잖아요. 근데 거기까지 가면 인간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여태까지는 뼈대에 대한 이야기를 한 거고, 지금 이야기 한 건축적인 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이건 조금 더 하위의 이야기입니다. 하위의 이야기에서도 요소들은 움직임이라는 게 있잖아요. 뼈대를 만드는 것은 일단은 바닥, 벽, 천장이죠. 그걸 분절해서 뭘 만들어내는 거죠. 그 다음에 하위 요소는 개구부, 도어. 개구부라고 하는 것은 외부하고 내부의 관계를 맺는 거에요. 그리고 만약에 도어라고 하면 어떤 움직임을 만들어 내느냐, 어떤 무게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서 감각을 발휘해주면 됩니다. 전 그렇게 생각해요. 제일 중요한 요소는 바닥, 천장, 벽 그 다음에 개구부. 그 다음에는 대단히 미적인 이야기로 흘러요. 근데 바닥, 벽, 천장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되게 다양합니다. 유리도 벽으로 볼 수 있고, 솔리드한 벽, 진짜 두꺼운 벽도 벽으로 볼 수 있는. 개구부가 왕창 뚫려 있는 벽도, 얇은 기둥도 엄청 두꺼운 기둥도. 그걸 지금 하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연속적인 분절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조합해 건축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박: 상위의 개념과 하위의 개념으로 나눠서 작업을 시작하고, 하위의 개념 같은 경우는 사실은 지극히 미적인 부분으로 풀어낸다고 이야기 했는데, 그 부분의 일부는 동의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하나의 개념이 읽히기에는 벽, 천장, 바닥이 따로 도어, 창, 계단들이 공간에서 느껴지는 상황과는 분리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 저는 분리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상위와 하위 개념이 있고 그게 예를 들면, 디자인 할 때 눈에 밟혀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건 어떻게 보면 되게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제가 딱 봤을 때 다 맞아 돌아가면 오케이죠. 일단 상위 개념이 있고 하위 개념이 있지만, 상위 개념이 이야기가 다 돼서 오케이되면, 하위 개념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것도 공간이 실제로 됐을 때 그 공간의 느낌이 제가 생각한 대로 나와야 하잖아요. 그러면 눈에 밟히는 데가 없어야 하죠.

내부로부터 창의 이야기

박: 서소장님의 여러 작업들을 보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가, 내부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말은 반대로 외부에 대한 이야기들은 상대적으로 덜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관심의 차이인가요? 아니면, 건물의 상황에 의해서 인가요?

서: 그것도 건축을 저는 내부에서 외부를 보는 게 상위 개념이에요. 그래서 창도 위치가 안에서 밖을 볼 때 창호의 위치와 밖에서 안을 보는 비례감의 창의 위치가 충돌이 일어날 게 분명히 있거든요. 그럼 저는 전자를 선택해요. 전자를 택하는 편이지만 앞으로는 땅과 만나는 부분들을 더 고려할 생각이에요. 이제 컨텍스트가 있는 프로젝트들이 생길 겁니다. 그 전에는 컨텍스트가 없었어요. 컨텍스트가 생겼으니까 그 부분에서 다른 움직임들이 생기는 거에요.

박: ‘10평주택’ 같은 경우에는 사실은 아주 오래된 동네고 주변도 오래된 집들로 둘러 싸여져 있는 곳에 계획을 한 것입니다. 오래된 것에 대한 관심이나 연결은 없었는지요?

서: 없어요. 하나 딱 어쨌든 법적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차포를 다 떼면 딱 이렇게 생겨져요. 딱 생겨지는데 이 때, 하나는 땅하고 연결된 느낌이 강했으면 좋겠다라는 부분이 외부 마감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박: 외부와 땅이 같은 마감인 것을 말하는 것인가요?

서: 같은 마감은 아니고 약간, 쇄석마감에 조면 처리한 게 있고 그 위엔 깨끗한 박스가 올라가 있는 거에요. 창호의 위치는 우리 사무실이 창이 적은 편인데 내부에서 조도는 대단히 좋아요. 창들끼리 안 만나게끔. 스터디를 보면 옆집의 창 위치가 다 나옵니다. 그것과 우리 창이랑 안 부딪히게끔 배치하면서 기능적으로도 빛을 넣는 그 정도입니다.

박: 작업 진행하면서 외부의 창과 관련된 프라이버시에 대한 민원은 없었나요?

서: 그래서 창호를 스터디한 거죠. 그게 제일 중요한 요소입니다. 옆집에서 눈이 안 마주치게끔. 그래서 없었어요. 건물을 지을 때, 민원이 양 옆, 뒤에서 다 들어왔거든요. 그게 담 때문에 문제가 있었어요. 그것도 옆집 담을 우겨가지고 안쪽으로 쌓고 말이 많이 있었어요. 통기구 위치 어떻게 되냐는 민원도 있었는데, 다 위로 올려서 문제 없다하고. 뭐 엄청나게 문제가 많았어요. 공사 스톱시키고 그랬는데, 결국 창이 문제가 없으니까 해결이 쉽게 됐죠. 근데 계속 고수했었던 건 뒤에 담의 높이였어요. 이게 실제로 보조 문이 있는데, 보조 문에서 봤을 때, 담 높이가 되게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사실은 뒷집의 담이 낮아서 우리 주방이 보이는데 그게 되게 싫었나 봐요. 우리 건물 입장에서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안에서 블라인드로 처리하도록 했어요.

박: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는지 사실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특히 우리나라 도심지 같은 경우에는 주변인들이 새로 건물을 지으려면 그 건물의 주인과 주변과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던 드러나지 않는 어떤 관계들이 있죠. 그렇지만 땅을 비우고 건물을 지으려고 하면, 숨어 있던 주변건물 주인과의 관계들이 다시 표면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라오면서 이제 각각 자기 집이 닿아 있는 면에만 지대하게 관심을 가지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가죠. (웃음)

서: 그렇죠. 이 집은 창이 없어요 거의.

박: 그런 부분에서 전망이나 채광과 관련되어 여기 사는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는 어떤가요?

서: 저는 집을 밝게 만드는 건 자신 있어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어요. 가서 보면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