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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건축

박: 오신욱 소장님의 경우, 부산에서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셨는데, 다른 지역과는 다른, 부산만의 어떤 건축적 차별성이 있나요? 예를 들어, 기후라든가 클라이언트의 성향들 같은 것들에 대해서요.

오: 부산만의 건축, 부산만이 가질 수 있는 건축적인 조건들에 대해 찾으려고 노력을 하는 중입니다. 한가지 이야기 하자면, 부산은 평지가 없습니다. 50∼60평의 땅이 6m의 레벨 차이를 가지기도 합니다. 이런 종류의 대지를 지속적으로 계획 하다 보면 부산에서 실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강점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클라이언트의 성향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시원시원하다가도 어떤 때는 엄청난 억지를 부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도권에 대한 피해의식, 막연한 동경 등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건축에 대한 공간적인, 그리고 인문적인 접근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계가 명백히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것들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신도시의 정리된 구획 역시 부산에서는 잘 찾아보기 힘들죠. 얽히고 설킨 그런 대지들을 계획하는 것이 부산이 가진 특징입니다. 제가 흰색을 많이 쓰는 것 역시 부산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잘 쓰는 하얀 벽, 제 사무실을 둘러싼 하얀 벽에 반짝이는 펄을 섞었어요. 부산이 가지는 채광을 고려한 부분입니다. 이런 것들이 결국 ‘부산성’ 대한 고민들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외부에서 보면 이러한 것들로 인해 차이가 생길 것 같기도 하네요. 둘러보면 이런 ‘부산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너무 없다고 생각이 들기도 해요.

박: 저희 사무실에서 제한적이긴 하지만, 배경조사를 통해 오신욱 소장님의 프로젝트들을 쭉 봤었는데, 먼저 저는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아까 말씀하셨던 그 부산사람들만의 화끈함(?)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라든가.

오: 처음에는 제 말이 전혀 안 먹히던 때가 있었어요. 그 이후에는 제가 클라이언트들의 요구를 무시하던 때도 있었고요. 지금은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서 그 속에서 나의 작품을 하자 라는 생각인 것 같아요. 아무리 엉뚱한 요구 라고 해도요. 특히 지위나 재산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그러더라고요.(웃음) 하지만 그런 한계들을 극복할 때 좋은 작품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부산성'과 라움의 건축작품

박: 프로젝트를 쭉 보면 주거보다는 근생 건물이 비율상으로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우연한 기회로 민락동을 지나가다가 괜찮다고 생각한 건물이 있었는데 한참 뒤 오신욱 건축가의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Maroin Office Building).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직원들과 조사를 하면서 그 건물을 다시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건물이 가진 메스에서 몇 개의 레이어가 더 확장되어 새로운 프레임을 형성하기도 하고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기도 했어요. 이를 어떻게 볼 것이냐 라는 것에 대해 이견이 있었습니다. <반쪽집>이나 다른 프로젝트에도 반복적으로 보여진 이 방법은, 원래의 메스를 조금 과장하기 위한 표현인가, 혹은 빛에 대한 스터디를 통해 나온 레이어 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이러한 반복적인 어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오: 제가 자주 언급하고 계속 디자인에 가미한 컨셉 중에 ‘들 띄우기’가 있는데요. 어떤 표면을 들띄워서 그 사이에 의미를 담아내는 작업들을 일관성 있게 해왔던 것 같아요. 마로인 사옥 역시 그랬고요. 북쪽 채광을 위해 본래의 메스에서 그 메스를 둘러싸는 벽을 들 띄워서 빛의 반사를 이끌어 내기도 하고, 그 벽 자체가 스크린으로 사용되기도 하죠. 에서는 수직적⋅수평적 들 띄우기를 동시에 했었어요. <반쪽집>에서도 역시 그랬고요. 예전에 했던 전시에서도 이러한 것들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2011, 공간실험전). 의도적 들 띄우기를 통해서 동선에 따른 시각적 프레임의 다양성을 추구했어요. 그리고 그 사이 공간들에 대한 느낌, 감각, 의미들을 담으려는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박: 은 창에 대한 것들을 포함해서 옥상에 대한 것들도 아주 재밌었어요.

오: 옥상에 대한 내용도 역시 들 띄우기와 연관되어 있어요. 수평적으로 말이죠. 그 사이에서 만들어진 내용들이 옥상과 연관되어서 프로그램이 조직되었죠. 그저 우리 사무실처럼 옥상을 만들게 되면 사람들이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우리는 옥상을 복층으로 만들었습니다. 복층으로 계획된 4층에서 바로 옥상과의 연계가 생길 수 있도록 말이죠.

박: 부산이 가지는 대지의 컨디션 중 가장 특이한 것들이 산복도로가 많다는 거죠. 산복도로에 걸쳐진 건물들 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곳과는 다른데 결국 그것이 옥상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요.

오: 맞아요. 옥상에서의 쾌적한 조건을 기반으로, 옥상도 하나의 대지라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진행했죠. 우리 사무실과 같이. 옥상을 건물에 삽입시켜 적극적인 관계가 일어나게 한 것들이 그런 내용입니다.

박: 이건 편견이라고도 생각되지만, 옥상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생각하게 된 이유가 결국 부산의 따뜻한 기후 때문이라고도 생각이 됩니다. 경사지를 활용한 복층형 옥상도 그렇고요. 서울은 추워서 외부와의 관계를 가지기도, 옥상에서의 활동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오: 맞습니다. 우리 사무실의 경우에도 사무공간을 코어에 붙이지 않고, 따로 만들어서 그 사이에 외부공간을 두었는데요. 외부의 개방된 공간이 아닌, 햇살을 담을 수 있는 중정 같은 느낌을 준 것도 따뜻한 기후를 염두에 두고 한 내용들이죠.

박: 제가 2013년 부산대 졸업작품 크리틱을 하러 간 적이 있는데, 주변 동네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아니 이런 대지에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파른 경사들에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들을 많이 보이더군요. 이러한 경사 대지에 계획하는 방법 같은 것들에 대해 내공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오: 동광동의 임대주택, 그리고 2005년 당선되었던 대학교 캠퍼스 계획안 역시 경사지 작업들인데, 이런 반복적인 작업과 스터디가 축적되는 것이 사실이죠. 대학교 캠퍼스의 경우 17m의 단차가 있는데, 이를 의 계단과 같이 조금씩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 단 차가 극복되는 작업들이 있었죠. 사실 그래서 평지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 좀 막막하기도 하죠.(웃음) 경제적인 측면으로는 경사지를 잘 극복하지 못하면 손실되는 면적이 엄청나서 어쩔 수 없이 훈련됩니다.

프로젝트의 진행

박: 공모전도 함께 진행하시나요?

오: 일년에 2개, 그리고 그 중 한 개는 당선시킨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1년에 열 번 넘게 진행했지만, 항상 2등이었어요. 그러다가 2005년 외국어 대학교 현상공모에 당선되었죠. 그 이후에는 횟수는 줄이고, 당선율은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규모는 작게. 왜냐면 큰 규모일수록 우리가 참여 가능한 것들에 대한 한계가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규모를 하자 라는 생각이에요.

박: 완성도나 디테일에 대한 부분들에 대한 욕심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 그런 욕심을 충족하기 위한 방법이 따로 있나요?

오: 저는 졸업 이후 사무소를 오픈 하기 전에 3년 정도 현장에서 실무를 쌓았어요. 그래서 그 감은 있는 편이고요. 지금도 되도록 현장을 자주 가려고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시공하는 분들과의 힘겨루기가 발생하는데 한 두 달 있으면 그분들도 저를 인정하는 것 같아요. 그 분들이 말씀하시기를 ‘그래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임기응변으로 디자인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그래도 부산에서 오신욱이다’ 라고 말씀 하시기도 하죠.(웃음) 매주 토요일 현장을 도는데 그때마다 생길법한 문제에 대해 지시를 내리고 소통을 하죠. 디자인 감리자로서 협상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부분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써주면 다른 곳에서 편의를 봐주겠다는 식으로요. 현장은 제가 건축가의 감을 유지하기 위해 꼭 가봐야 하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건축가의 역할

오: 시간이 지나고 이제 제가 주목을 받으면서 하는 생각은, 건축가의 역할에 대한 것들입니다. 직접적으로 공공성을 띈 뭔가를 못하더라도 건축가로의 역할만 충실히 한다면 그런 것들을 간접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HOPE 주택(House of people’s empowerment project)' 이나 '아토피를 겪는 건축주를 위한 주택' 등은 거의 재능기부 형식으로 하고 있기도 하고, 예전에 제가 사무실로 있었던 공간을 젊은 예술가를 위한 갤러리로 기부하기도 합니다. 현재 사무실도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갤러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지역 건축가로서 내 작품만 신경 쓰는 작가가 아니라 사회적 역할도 함께하는 건축가를 지향합니다. 사실 작품으로도 공공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지만, 공모전에 당선되지 않으면 힘들고, 당선이 된다 할지라도 작품으로 결과가 나오기가 힘들더라고요. 대신 개인적으로 재능기부라든가,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들이 이 도시에서 필요한 공공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HOPE' 주택을 포함해서 공모전에서는 많은 부분 시도한 것들이 있는데, 공무원들이 싫어하더라고요. 끊임없이 소리 내도 실현되는 것들이 아직 없고요. 아직까지 많이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웃음)

박: 저 역시 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유 중 하나가 후배 건축가를 위한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작품만 하지 말고 주위를 둘러봐라 라는 의미로. 선배들이 하지 못한 것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이제 본인 스스로도 선배가 될 것인데, 그 때 할 수 있는 것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습니다. 그렇다면 부산의 근대건축물이라든가 부산의 가치 있는 건축역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 부산에도 근대건축물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조사하고 계획하는 전담팀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들에 대해 반대의 입장에 있습니다. 학자로서의 관심은 관심이고, 저의 입장에서는 작업의 배경이 근대면 근대에 맞춰, 그리고 현대면 또 현대에 맞춰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전에 제가 사무실로 사용하려고 사두었던 공간을 갤러리로 리모델링을 하게 되어 그 천장을 뜯어내니 그 대들보에 상량문이 써져 있더라고요. 아주 오래된 건물이었죠. 이후 그 지역의 역사를 잘 찾아보니 조선시대부터 사람들이 모이고 활동하던 유서 깊은 지역이었어요. 그래서 그 프로젝트는 그런 역사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죠. 그리고 부산 전체의 역사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또 예를 들어, 의 근처 동네의 경우, 깊진 않지만 역사들이 존재했어요. 하지만 그런 것들에 대해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것 역시 역사가 될 것인데, 가끔은 또 색다른 어휘가 들어가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가가 역사에 대해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결국 ‘역사학자들이 생각하는 역사와 건축가들이 생각하는 역사는 달라도 된다’ 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합니다.

박: 앞으로의 작업이나 행보에 대해 많은 기대가 됩니다. 현재 이루신 중요한 위치는 결국 많은 책임감과 역할에 대한 숙제를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배 건축가들을 위해 해주실 말씀이 있습니까?

오: 누구나 하는 말들이 있죠. 즐겨라 버텨라 라는 말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 입니다. 제가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는데, 1학년 학생들에게 많이 하는 말입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그런 생각이 아니면 건축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네요.

박: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어 : 박창현
정리 : 정연재, 김승택
날짜 : 2015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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