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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상황과의 관계 맺음

박: 처음에도 말씀 드린 것과 같이 네 개의 연속된 작업들을 보면 위치가 전부 서울입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밀도도 있고. 그렇다면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듣고 싶은데요. 이제까지는 건물에 대한 이야기만 들었지 건물과 도시와의 관계나 도시에 대한 관심과 서울에 대한 관점에 대해 궁금합니다.

이: 음...

박: 그렇다면 옆집과의 관계, 앞집과의 관계를 포함한 동네의 지역적인 관심이라거나 그런 것들에 대해서 들을 수 있을까요?

이: 저희가 진행하였던 프로젝트 대부분이 개인이 건축주인 경우였기에, 적극적인 방법으로 공공을 배려하고 사회 환원적인 제스처를 취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개인의 자본과 자산의 일부를 공공을 위해 기여하게끔 한다는 것이 일반 민간 건축주 에게는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개인의 재산에 대한 활용과 그 욕구를 만족시키면서도 이것이 인접 건물 혹은 컨텍스트와의 관계 속에서 과도하게 치우치지 않도록 (건축물이라는 것이 건축주 개인의 욕망의 분출구가 되어서 이것이 공공에게 폐해를 끼치지 않도록)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곽: 그래서 저희는 저희가 새로 계획하는 건축물들이 주변 환경과 어떻게 하면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으며,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로 건물의 재료나 색상에 있어서 특히 고민을 했습니다.

이: 저의 경우 학부 때 색채수업을 들었었는데 NCS(natural color system)이라고 환경색채에 대한 공부를 하였었습니다. 어떠한 기본 컨디션이 주어지고 여기에 주조색, 강조색, 보조색을 조합하여 전체의 조화를 이루어 내는 것에 대한 공부이기도 하였고, 이러한 것들은 같은 색에서도 그 텍스처에 따라서 다른 결과를 내는 것 등에 관한 것 이였습니다. 의 경우에도 오래된 다세대 빌라와 신축빌라가 혼재하면서 예전의 벽돌이 가진 색감들과 현재의 것까지 전부 사진을 찍어 스와치로 만들고 그 안에서 색감과 materiality에 대한 고민을 하며 선택 하였었습니다.

박: 도심지의 경우에는 주변의 재료와 질감을 고려해서 잘 어울리게 했다면, 강화도 프로젝트 같은 경우, 서울에 비해 밀도도 많이 떨어지고 주변의 요소가 많이 없기도 해서 좀 다른 접근이 필요 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도심지와 그 외 지역의 변화된 환경요소에 대한 대응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곽: 강화도 주택의 경우 아까 말했던 변수가 별로 없었던 경우입니다. 건축주가 저희를 처음 찾아 오셨을 때부터, 마감을 꼭 ‘돌’을 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셨고 이것 또한 저희는 하나의 변수로 받아들이고 반영하여 설계를 진행하였습니다. 산의 중턱에 남북으로 길게 자리잡은 사이트는 북쪽으로는 멀리 저수지가 남쪽으로는 산을 바라보고 있었고 도로가 이어지지 않아 뒷산을 전부 뒷마당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지형적 특징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기타 다른 요소들을 반영하여 설계하고자 하였습니다.

박: 이제까지 말씀하신 것들을 들어보면 비교적 건축주의 의견을 잘 반영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곽: 그것은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어느 정도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몇 번 언급했지만, 건축주의 요구 사항도 저희가 고려해야 하는 여러가지 조건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택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다른 프로그램들 보다 특히 건축주의 의견을 최대한 귀 기울여 듣고 반영해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 이소정 소장이 말했듯이 단독주택의 경우는 특히 더 오트쿠튀르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건축주의 의견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과 철학이 담긴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찌 보면 주택 프로젝트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 주택 이외의 다른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건축주의 요구 조건 보다는 다른 조건이나 변수들이 더 크게 고려해야 할 부분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 앞서 질문 드렸던 것들과 연관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앞에 했던 작업들이 개인 클라이언트고 그 사람의 성향, 색깔, 조건, 변수 등의 구체적인 요구들이 많은데, 법규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풀어가는 과정이 더 간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건축가의 목소리가 아예 없는 것들을 진행하게 된다면 어떻게 접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궁금합니다.

이: 저는 그러한 것들이 건축가의 목소리가 아예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요소와 변수를 정량화하고 단순히 대입해서 결과물이 나온다면야 건축가란 직업이 필요가 없겠지요. 그러나 동일한 요소와 변수를 가지고도 천차만별의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습니다. 글쎄요. 아주 쉽게 이야기 하자면 요리에 비유를 하면 어떨까요? 동일한 재료를 가지고도 소스를 어떻게 하느냐 조리 방법을 어떻게 하느냐 얼마나 더 삶고 찌느냐에 따라 음식의 맛이 달라지겠지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단지 저희가 이런 요소와 변수를 대입하고 간결하게 논리적으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건축가와 일반인들과의 시각과 이해의 높이를 맞추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그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요. 그 이후에 이것이 좋다 아니다는 결국 선택의 몫일 테니까요. 예를 들어, 강화도 프로젝트의 경우 모형에서 보시다시피, 서측 입구 부분에서 바라보면 다섯 개의 돌로 된 벽의 레이어가 켜켜이 읽힙니다. 그리고 다섯 개의 벽 사이에는 각기 성격이 다른 4개의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입구에서부터 가장 깊숙이 위치하는 프라이빗 한 공간까지 그 밴드를 관통하는 동선의 축이 존재합니다. 건축주는 일찍이 외국으로 이민을 가셔서 젊을 때 타지에서 고생을 하시면서 사업에 성공하시고 연세가 드신 후 한국으로 돌아와 노후를 준비하시려는 분들 입니다. 건물은 마치 건축주의 20대, 30대, 40대, 50대의 시간의 켜와 이를 헤쳐나가고 마침내 마음 편한 본국으로 돌아와 여생을 준비하시려는 건축주의 삶의 흔적을 닮은 공간입니다. 분명 저희가 진행하는 모든 건물들에는 이렇듯 건축주의 삶과 흔적을 담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것은 매우 감성적이고 주관적인 이야기 일 수 있겠지요. 아무리 이런 이야기 들이 담겨 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주위의 환경과 어울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 이상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저희는 최대한 모두가 수긍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저희의 생각과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주거의 원형

박: 땅의 상황과 건축주가 요구하는 것이 적었기에 OBBA에서 생각하는 주거의 원형, 혹은 프로토 타입이 결과에 많이 반영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진행하는 내용과 연결이 잘 되었나요? 후지모토 소우가 이야기 했던 ‘동굴’과 ‘둥지’ 개념이 생각이 납니다. 누군가가 들어가서 사는 그 결과는 똑같지만, 그 둘의 시작점은 많이 다르다라는 내용이었는데, 동굴은 원래 존재하는 것에 들어가 사는 것이고, 둥지는 기능을 위해서 집을 만드는 거죠. 개념으로 보자면 완전히 정반대 인 것입니다. 기능에 대해 적극적으로 접근해서 만들어 내는 ‘둥지’ 같은 것들이 보통은 많은데, 후지모토 소우가 봤을 때 가능성 측면에서는 ‘동굴’이 더욱 새롭고 가능성이 많다라고 했습니다. 그러한 입장에서 보면 강화의 주택, 이전의 여러 프로젝들은 어떤 관점에서 시작했는지 궁금하고, 나아가 생각해봤을 때, 이제까지 살아왔던 경험, 전통적인 주거와의 연관성을 가지면서 그 속에 특별한 제안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얼마 전에 ‘집’에 대한 저희의 생각에 대해 말을 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는데, 저희가 이야기 했던 것에 대한 반응으로 ‘건축주의 조건을 많이 수용을 하시네요’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건축가는 때로는 good listner로써 때로는 good speaker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에 따라 listener와 speaker역할의 비중이 달라질 수 있을 텐데, 아무래도 주택의 경우 listener의 역할이 좀더 크거나 혹은 작업의 시작 기반을 만들어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박: 강화도 주택의 경우에는 그런 상황 때문에 speaker로서의 위치에서 건축주와 만나게 되었군요.

곽: 글쎄요. 강화도의 경우에는 명확한 몇 개의 조건들만 있었기에 초반에는 listner로써 그 이후에는 그 키워드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speaker로써의 역할을 취한 것 같습니다.

박: 내부에서 주택이 가지는 형식들, 예를 들어 한국의 전통적 주거, 문을 열고 마당이 있다거나, 시각적으로 긴 뷰를 가지고 있고, 중심공간을 통해 나머지 개별 실들로 연결이 되는 방식은 일본 전통 주거와 반대의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지만 복도를 통해 중심 공간 혹은 개별 실들로 연결이 되고 하거든요. 시각적인 거리, 시야에 대한 처리는 한국과는 많이 다릅니다. 어쨌든 강화도 주택에서 각각의 실들의 배치, 구성, 위계라든지 여기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까?

곽: 강화 말씀 드리기 전에 <작은 집> 홍제동 프로젝트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은데, 여기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저희가 주택의 어떤 원형을 가지고 혹은 그것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지의 성격이나 건축주의 성향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 많이 존재해왔던 주택의 원형, 즉 1층에 주방과 거실이 있고, 2층에 개별 실들이 있고 1층에서 정원을 향유하고 이러한 전형적인 주택과는 다르게, <작은 집>의 경우 대지가 짧게 존재해서 정원을 향유할 수 있는 면적 자체가 별로 없었고, 뒤의 산 쪽 조망이라던가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주방과 거실을 2층으로 올려서 잠만 자는 개별적인 방들은 1층으로 내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설득을 했는데 건축주는 이러한 논리에 수긍을 하셨고 결국 이런 제안이 반영되어 계획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반영 된 이유는 후면 골목길 도로가 1층과 2층 사이를 지나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2층 주방, 거실과의 접근성이 나쁘지 않았기에 할 수 있었던 제안이었습니다.

이: 어떤 원형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지 않을뿐더러, 어쩌면 시작단계에서는 그 주택의 원형을 의식적으로라도 멀리하려고도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도 프로젝트 혹은 변수(기타 상황들)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이전에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비슷하고 단일 할뿐더러, 취향도 단순하거나 혹은 그러한 기호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하여서 흔히 말하는 그 유형이라는 것이 매우 한정 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불확정성의 시대에 예측불가능 상황 (그것이 사이트 컨디션이 되었건 혹은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의 특성이 되었던 간에)속에서 저희의 사고와 그것의 결과물들은 최대한 유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예측성의 시대에서 유연한 건축을 지향한다고 말해야 할까요? 예를 들자면, 어떤 이에게는 거실이란 전혀 필요 없는 공간일 수도 있고, 누군 가에게는15평 주택에서 욕실이 가장 크고 중요할 수도 있고, 또 누군 가에게는 60평 주택에서 주방이란 아주 최소한으로만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이러한 삶의 방식과 몸에 맞는 옷을 지어주기 위해 매 순간 다른 것들을 만들고자 합니다. 물론 어떠한 기존의 원형에서 차용할 수 있는 장점들은 분명히 있기에 이런 것들을 잘 파악하고 적용하는 것 또한 적절히 반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근 작품들

박: 건축주의 요구와 대지의 상황이 충돌하는 경험은 없었습니까?

이: 예를 들어 역삼동에 진행하는 단독주택의 경우 끝에서 끝으로 대지의 차이가 1m정도 나는데 건축주가 어머니의 공간과 본인(아들 내외)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분리하고 싶어 하셨고, 그래서 저희는 레벨을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스킵플로우를 활용한 수직적 공간분할을 하려고 하였으나 건축주가 반 지하 주차에 대해 많은 거부반응을 가지고 계셨었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다른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었습니다.

박: 역삼동의 경우 흥미롭게 본 것 중 하나입니다. 기능이 가운데 햄을 두고 양쪽의 빵으로 조절하는 것같이 보이는데, 2층이 1, 3층에서 어떻게 쓰일지 궁금했습니다. 중간영역에 위치한 부분이 어떻게 쓰일지 그리고 1층과 3층이 만나는 부분이 2층인데, 어떤 가교 역할들이 있었습니다. 외벽이라든지 소리라든지 빛이라든지 동선이라든지 기대가 되는 기능과 공간입니다.

곽: 저희도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 하고 있습니다.

박: <따로 또 같이>의 경우에 역삼동 집과 연결이 되어 있어 보였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난 다음에 공간의 용도가 바뀌는 점에 대한 설정인데, 역삼동 주택의 경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에 1층을 어떻게 사용 할 것인지에 대한 장치가 있습니까?

곽: 네. 2층은 어찌 보면 좀더 고정적인 성격이고 추후 상황에 따라서 1층과 3층의 성격과 상황은 변화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내부 공간을 계획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구조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도록 계획하였습니다. 1층의 뒤쪽 레이어를 제외한 나머지에는 구조벽이나 기둥을 세우지 않았고 가볍게 처리하여 나중에 상황에 따라 유연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박: <따로 또 같이>의 경우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중간 영역이 존재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진행 되었나요? 기존 방에서 살던 아들들이 장성해서 1, 2층의 임대주택을 집으로 주는 상황이었는데. 한 층을 올라오면 세 세대가 같이 쓸 수 있는 거실이 생기는 구조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우리가 이전에 살았던 삼대가 함께 살던 형식에서 그리 크게 벋어나지 안는다고 생각됩니다. 한집에 함께 살아 왔던 기억과 삶의 형식이 지금 와서도 이어지는데 요즘은 상황상 2대 3대가 같이 사는 집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런 가족끼리의 관계가 이전처럼 까지는 아니지만 유교 문화의 연속선 상 2대가 함께 사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도 다시 관심 가지게 된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면에서는 <따로 또 같이>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아 집니다.

이: 네 2층의 거실을 통해 3세대가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독립 이전의 경험들, 그리고 교훈

박: 이전의 경험들이 이러한 작업들에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이전 선배 건축가들은 자신의 출신 사무소나 스승들에 깊은 연을 맺고 끈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 경향이 두드러져 보이는데 대략 1968년생 이후로는 선배들이나 스승과의 관계가 많이 느슨해지기 시작했다고 읽혀집니다. 그러면서 그 이전의 출신 사무실 작업들과의 연계성도 많이 사라진 부분들도 보입니다. 일본의 경우는 많이 다릅니다. 일본은 건축가 계보를 그리면 어느 사무실에서부터 퍼져 나왔는지 그 관계가 매우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물론 거기에 걸리지 않는 수 많은 건축가들이 있겠지만, 어쨌든 ‘Mass Studies’ 에서 경험했던 것들이 지금 작업하는데 있어 어떻게 느껴지고 있습니까?

이: 굳이 연결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도 안 해봤고,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합니다.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건축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부분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제가 ‘OMA’에 있을 때 강한 인상을 받았던 것은 PM이 있고 팀장이 있고 직원이 있고 인턴이 있을 때 어떤 하향식 지시가 아니라, 각각의 파트에 있어 각각의 전문가 개인이 모인 집단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파트에서 그러한 자세를 보이고 공동의 목표점이 있기에 결과물이 잘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결국 개개인에게 욕심을 가지게 하는 것은 무엇이냐 라고 한다면, 결국 좋은 프로젝트인 것 같습니다.

곽: ‘Mass Studies’에서 역시 저희가 작업에 대한 부분에서는 영향을 받았던 것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거기에서 좋은 프로젝트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많이 봤고, 주위의 열정 있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그리고 소장님 자체도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만족하지 않고 계속 달리시는 태도에서 많은 부분 영향을 받았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 계획에서부터 건물이 지어지고 완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일련의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동안 매사에 같은 집중도를 가지고 임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조민석소장님의 경우에는 매 순간순간 높은 집중도를 가지고 임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OBBA만의 CORE

박: 지금까지 진행해왔던 작업들과 앞으로 진행할 작업들을 보았는데, OBBA에서 중점적으로 지키고 싶은 가치나 핵심적인 내용들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혹은 화두라고 해야 하나. 왜냐하면 이러한 최근에 전반적으로 이전에 비해 건축에서도 이미지가 중심이 되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었어요. 인터넷에 노출된 세대이기도 하고, 건축주들이 그런 것들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린 그런 것들을 따라가기도 하고. 우리는 외국에 비해 훨씬 더 중심점이 약하다고 보여지고, 그러다 보니 이미지에 더욱 휘둘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거기에 대해 우리 건축가들이 어떤 생각들이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형태, 이미지, 재료에 대한 것들은 무의식적으로 아키데일리 등에 많이 노출되어 있으니 모두 경향이 비슷해지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무서운 상황이지만 OBBA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지켜나가고자 하는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곽: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희도 저희 나름대로 작업을 해나가면서 정리를 해 나가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머릿속에서 파편적으로 존재하는 몇 가지의 단어와 생각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끄집어 낼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단 앞서도 이야기 하였듯이 불예측성의 시대에서 유연한 건축을 하고자 합니다.

박: 한국의 동시대 건축가들은 다들 지금 우리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약한 것 같습니다. 일본 건축가들은 자기가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단어들을 다들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훨씬 명확해 보이죠. 그런 것들이 계속 바뀔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지는 않을까요? 그런 화두나 내용이 가진 무게감이나 강점들이 확실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강한 만큼 그림자도 강하겠지만, 그런 생각들이 뭉쳐져서 그 집단의 성격을 명확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젊은 건축가상 출판을 준비하면서 저희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들에 관한 키워드를 20개로 추려서 달라 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영역, 경계, 관점, 시각, 불예측성, 불확정성, 유연성 등등의 단어들이 있었는데, 이것은 아마 위에서 저희가 인터뷰한 내용들에 녹아 들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희는 이제 막 저희의 건축 여정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현재의 저희가 어떠한 것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심이 그 자체에 대한 것인지 혹은 아직 인지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것과 정반대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과 근원적으로 어떤 공통분모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그렇다면 그 뿌리는 과연 무엇인가 저희는 저희 스스로 그러한 끊임 없는 질문들을 해 나가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박: 한국에서 지금까지 인터뷰하면서 관심이나 단어를 정확히 대답한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 한 친구가 이야기 했던 말이 작업에 어떻게 표현이 되는지, 그것을 위해 얼마나 밀어 붙였는지에 대해 보는 것이 저에게 있어서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2001년에 이종건 선생님이 질문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조민석씨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었는데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조민석씨는 그러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처럼 OBBA도 기대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자신의 본질, origin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박: 렘 쿨하스가 했던 여러 작품들을 보면, 결국 건축가는 없습니다. 데이터와 리서치라는 재료만을 가지고 건축을 하는데, 이런 재료를 가지고 어떤 요리를 하는지는 사실 건축가의 의지라고 생각됩니다. 중구난방의 재료로도 좋은 요리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제가 보기에는 어떤 면에서는 재료 보다는 요리사가 더 중요 하다고 생각됩니다.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봐도 재료(요소)만 이야기하고 있지 건축가는 없었습니다. 네덜란드의 데이터 스케이프가 자본주의에 잘 편승해서 나가고 있는데, 저는 좀 다른 생각입니다.

이: 저는 약간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베니스비엔날레에 대한 의견에 대한 부분은 아니고, 앞서 인터뷰 내용 중에 저도 요리와 비유하여 이야기한 부분이 있는데, 저는 각각의 요소 즉 요리를 위한 재료들과 그 재료의 상태도 중요하지만, 결국 거기서 차이를 내는 것은 이것을 어떻게 조리하며 어떤 소스로 요리를 할까가 중요하다 라고 말했었습니다. 즉 건축가의 역할을 요리사의 역할에 비유하여 이야기 하였었지요. 그렇기에 저희의 작업을 완성된 요리로 본다면 같은 재료(요소, 변수)를 가지고도 다른 요리(결과물)을 도출해 내었고 그렇기에 저희가 요소, 건축주의 요구나 기타 변수들을 반영한다 해서 건축가의 목소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재료만 주었지 그것을 요리하는 것은 저희의 몫이니까요.

박: 방금 말씀 하신 대로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좀더 구체적인 음식 이름과 레시피를 기대한다는 이야기 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인터뷰어 : 박창현
정리 : 정연재, 김승택
날짜 : 2015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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