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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식_minworkshop

1973년 서울 출생, 1998년 테네시주립대학 미술대학 학사를 졸업하고, 2002년 건국대학교 디자인대학원, 2008년 크랜브룩 예술 아카데미 건축과 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스티븐홀 건축사사무소, ㈜민설계에서 실무를 익혔다. 2009년부터 바우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로 활동하다가 2011년, 민워크샵을 개소하였다.
www.minworkshop.com

스티븐 홀과의 접점

박: 민우식 소장님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민소장님의 작업을 보면서 여러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면서 관심이 더 갔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민소장님과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작업의 방향이라든지 진행해 나가는 방식이나 도구에서 보여지듯이 스티븐 홀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스티븐 홀과의 관계 혹은 영향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요? 언제 처음 만나셨습니까?

민: 첫 만남은 미국 대학원생 시절 제가 스티븐 홀 사무실에 인턴지원을 했었는데 그때 운 좋게 뽑혀 2007년 DDP 프로젝트 팀에서 3개월동안 일을 했었습니다. 사실 그 전부터 저는 자타공인 스티븐 홀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제 작업은 사실 논리적인 프로세스보다 직관에 의존하는 편인데 스티븐 홀은 직관적인 건축의 대가였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그의 모든 작품과 작업에 관심이 많았었습니다. 제가 쓴 건국대 졸업논문도 스티븐 홀에 대한 것이었고요. 크랜브룩 대학원에 진학을 한 것도 그 영향이 있었습니다. 스티븐 홀이 설계한 건물도 있었고 수공예적인 성향도 있는 학교였기 때문에 저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박: 스티븐 홀이 크랜브룩에서 강의를 했던 것은 아닙니까?

민: 스티븐 홀이 강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전 파트너가 크랜브룩의 건축과 교수로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를 통해서 연이 닿은 것은 아니고 제 스스로 여름에 일을 해보고 싶어서 스티븐 홀 사무소에 지원을 했었습니다. 제가 워낙 스티븐 홀의 팬이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서 보여지는 성향도 비슷했을 테고 또 스티븐 홀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 또한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그쪽에서도 그걸 느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하는데요. 그래서인지 결과적으로 메일을 보낸 지 30분 만에 답장이 와서 읽어봤더니 '뉴욕으로 와서 인터뷰를 해보자' 는 내용이었고 바로 가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인턴을 했던 3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하고 많은 것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3개월 후에는 모든 것을 다 경험 해버린 것 같이 지쳤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에 다시 정직원으로 지원을 했는데 결국 직원이 되진 못했고 어쩌다 보니 다니엘 리베스킨트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었는데 그곳은 제가 원치 않아서 거절했었습니다. 원래 제가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그때 목표가 40살 전에 제 사무실을 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한국으로 들어와서 제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박: 스티븐 홀 사무실에서 3개월 동안에 경험한 것은 어땠었습니까? 민소장님이 생각했던 그리고 그려왔던 모습도 있을 것이고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나 관점들 같은 것들이 보여지지는 않으셨는지요?

민: 재미난 에피소드들도 많았고 의외의 모습들도 많이 봤습니다. 제가 본 스티븐 홀은 평소에는 옆집 아저씨같이 소탈하고 편안했습니다. 그러나 일에 몰두할때면 놀랄만한 집중력을 보여주었는데, 그 당시에 동시에 진행되고 있던 23개의 프로젝트에 모두 관여했었습니다. 대가들은 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그 역시도 힘 조절에 굉장히 능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저는 학부 때부터 처음의 컨셉 스케치가 발전하여 건물이 되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그런 환상이 조금 깨지는 경험도 했었습니다. 제가 했던 DDP의 경우에는 스티븐 홀도 힘들어했고 고민도 많이 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사실 초기에 스티븐 홀이 생각했던 안이 여러 개 있었는데, 비원에 굉장히 흥미를 느껴서 그것과 연관 지어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모형을 몇 개 만들고 보니 누가 봐도 아닌 그런 결과물이 나왔죠. 결국 팀장들에게 지시를 해서 다양한 제안을 도출해 내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리고 팀장들이 스터디 한 것을 쭉 늘어놓고 보더니 저쪽 구석에 있는 한국출신 팀장님 것을 집어 들고는 큰 틀은 이렇게 가고, 여기서 어디를 다듬고 어디를 더 강조하고 정리해서 이렇게 보여주자 하는 식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순간적인 직관과 판단으로 정해진 안을 진행 시키는 데,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제 상상과는 조금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또 그것 역시 제가 배울 수 있는 부분이었고 또 우리가 대가라고 부르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전략가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박: 건축가가 모든 것들을 다 혼자 할 수는 없으니 어떤 특별한 자신만의 작업방식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흐릿한 것들을 건축가가 던지면 같이 하는 스텝들이 같이 생각하고 다듬고 하는 작업으로 진행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큰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스티븐 홀이 일일이 땅이 어떻고 현상학이 어떻고 하면서 모든 결정을 다 하는 것보다 그런 모습이 훨씬 자연스러운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저 역시도 사무실에서 스텝들과 이야기할 때 구체적인 그림이나 형태를 가지고 스텝들과 이야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단지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의 중점이나 방향, 전반적인 컨셉 등의 러프한 단어들을 이야기하면 스텝들이 또 그것을 듣고 자신의 색이 함께 담긴 결과물을 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민: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대가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은 그런 전략적인 대응을 해야지만 큰 사무실 유지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스티븐 홀의 사무실에도 개인 클라이언트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를 합니다. 심지어 치수의 mm까지 정해주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습도 봤었습니다. 반대로 국제 현상설계의 경우에는 반대의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DDP의 경우에도 자신이 처음 생각했던 아이디어라고 할지라도 가능성이 없으면 빨리 버리고 다른 사람들도 아이디어를 모으도록 합니다. 현상설계라는 것이 안될 것 같은 안을 끌고 가게 되면 안 된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판단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텝들이 아이디어를 가져왔을 그 중에 자신의 색과 비슷하면서 가능성이 있는 안들을 선별하는데 탁월한 눈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정해진 안을 조율하고 보여주는 방법 역시 굉장히 능숙하고 세련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아직도 그렇게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서구적인 사고방식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권위 의식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대가인데 너희들이 감히......“이런 태도가 전혀 없이 스텝이 했는데 자기 것보다 좋으면 바로 너무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박: 스티블 홀 사무실에서 혹시 스텝들의 아이디어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에 대해 스텝들의 불만은 없었습니까?

민: 제가 초반에 한국 스텝이랑 이야기한적이 있었습니다. 스티븐 홀의 작업모습을 보면서 환상이 깨졌다고 하소연하니까 그분께서 그러시더군요. 모든 프로젝트들을 일관된 모습으로 끌어나가기는 힘들다고, 워낙 국제적인 현상 프로젝트들도 많고 사무실에서 맡고 있는 일도 많으니 프로젝트마다 카멜레온처럼 자신의 역할과 진행 방법을 바꿔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거라고. 돌이켜서 제가 이제 사무실을 운영하는 입장이 되니 그렇게 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박: 전체적으로 들어보면 스티븐 홀을 멀리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기도 하고 가까이서 함께 일해보기도 했는데, 실제로 지금 Min Workshop을 운영하면서 관련이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민: 예전에는 좋아하기도 했었고 사실 작업방식을 많이 참고 하기도 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건축가들을 모형을 만들 때 흰색으로 만드는데 스티븐 홀은 재질을 입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코르텐 스틸이 붙는 곳에는 실제로 모형에 부식된 동판을 붙이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 방식들을 저도 해봤었습니다. 그리고 수채화를 따라 그리기도 했었고요. 한때 열심히 그를 쫓아가려고 했었는데 지금은 좀 자유로워 진 것 같습니다.

설계도구로써의 그림

박: 민소장님은 작업을 진행하면서 스케치에 대한 부분은 이전부터 쭉 이어져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부에서 회화를 전공하면서 다른 건축가들과는 다르게 스케치에서는 좀 다른 접근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른 도구보다도 스케치에서는 많은 생각과 작업과의 밀접한 관계가 있을 듯 합니다.

민: 예전에 이 질문을 받았다면 대답을 못했을 겁니다. 제가 스티븐 홀을 좋아해서 따라 한 것도 있었고 또 저는 건축을 미술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스케치에서부터 작업이 쭉 이어져야 한다는 어떤 강박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건축은 사실 그런 것은 아닌데…… 어떤 때는 초기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서 그림만 그린적도 있었습니다. 사실 스케치가 바로 건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개념을 주는 것도 아닌데 거기에 그렇게 힘을 뺐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전혀 그렇게 강박을 가지고 스스로를 내몰지는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림은 중간에 그릴 때도 있고 프로젝트가 끝나고 그릴 때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림이 이제는 저에게는 도구적인 의미보다 치유의 의미를 갖게 된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그림을 그리면 무념무상이 되기도 하고, 생각이 안 풀릴 때 생각이 없이 따라 그리다 생각이 연결되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오히려 순서 없이 왔다갔다하면서 자유롭게 저만의 그림을 사용하는 법이 생가면서 훨씬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박: 그렇군요. 스케치가 작업과 직접적인 연결보다도 더 좋은 효과를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려왔던 스케치에서는 과거와 현재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고 싶은데요. 일반적인 건축을 하는 사람의 스케치는 단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공간을 묘사하면서 또는 상상하면서 선을 이용해 사물의 바깥 경계를 그리는데 익숙하고 이것을 윤곽선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상황을 설명하거나 상상하기 위해 개략적인 형태를 그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민소장님의 스케치에는 색이 들어가고 농담이 들어가고 더 나아가 어떤 경우에는 질감의 표현까지도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 스케치에는 그 면에서 상상할 수 있는 빛의 변화나 상태도 표현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민: 예전에는 그런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색과 그림자를 표현한 그림들도 많이 그렸었고, 그리는 절대적인 양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이것이 의미가 있나 하는 회의감이 살짝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전부터 스케치는 건축가들의 가장 가까운 도구였습니다. 수채화의 경우에도 예전에 많은 건축가들이 수채화를 그렸는데 지금은 그리는 사람들이 줄고 스티븐 홀이 혼자 남아 그리다 보니 수채화가 스티븐 홀의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이 되어버린 경향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뭔가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그림을 그렸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까 제가 그림을 잘 그리는데만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을 깨달은 다음에는 그런 목표나 방향 없이 즉흥적으로 제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런 방식이 결과적으로 더 좋기도 합니다.

박: 스케치에 있어서도 이전과 다르게 유연한 방식으로 도움이 되고 있어 보입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도구들이 많이 나오면서 건축 작업을 할 때 다양한 도구들을 동원해 작업이 진행됩니다. 어떤 분들은 사용하는 도구가 디자인에 아주 많이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현재 작업하면서 쓰는 툴들은 어떤 것을 주로 유용하게 사용하나요?

민: 전 모형을 좋아하긴 하는데 스터디 모형을 많이 만드는 타입은 아닙니다. 많은 건축가들이 매스모형을 쭉 놓고 스티로폼을 깎고 덧붙이고 하는 경우도 많은데, 저는 모형을 통한 매스 스터디는 거의 하지 않고 큰 틀이 나와서 정리가 되었을 때 비로소 모형으로 진행을 하며 정리하는 타입입니다.

작업의 시작방법과 작업의 변화

박: 지금 일련의 작업들을 보면 형태적인 변화가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몇 작업에는 정형화된 육면체의 단순 박스 형태가 있고, 또 몇 작업에는 빼고 덧붙인 육면체의 형태가 있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땅의 조건이나 제약 조건들이 크게 다르지 않은 프로젝트들임에도 불구하고 결과로 나오는 형태는 큰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은 어떤 접근에 의해 나온 작업인지, 또 프로젝트의 시작을 무엇으로 하기에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듣고 싶습니다.

민: 아마 시작은 다 비슷할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컨셉에 따라 조금씩 강조하는 부분이 다를 뿐이지. 초기 아이디어는 영감에서도 오고, 대지 분석에서도 오고, 법규나 프로그램에서도 올 수 있다고 봅니다. 저의 경우에는 초반에도 말씀 드렸듯이 직관적이라 어떻게 보면 좋을 수도 있고 독일 수도 있는데, 현장 가서 고민을 하다 보면 뭔가 나옵니다. 조금은 막연하게 여기에는 이렇게 되어야 할 것 같다라고 해서 만지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저는 대부분 주변 맥락보다는 땅 자체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건물의 형태적 변화에 대해서는 박소장님께서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예전에는 빼낸 용적률을 외부로 썼습니다. 틀고 덧붙이면서 발생한 것들을 발코니로 쓰거나 캔틸레버나 천창으로 쓰는 식으로 외형에 좀 집착을 했었습니다. 내부에서 공간을 만들어내기 힘드니까 나오는 것인데, ‘오드코너 하우스’도 그런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프로그램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 요구조건을 다 맞추다 보면 수직적인 공간을 만들기 힘드니 조금씩 틀어서 나오는 공간들을 천창으로 만들어서 아예 빛을 다양하게 만들어 내거나 외부에서 봤을 때 형태적인 특색을 갖추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용적률은 그대로 내부에다 많이 사용합니다. 건물은 그대로 올라가고 내부에서 수직적인 보이드로 공간을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이제는 주택에서의 수직적인 공간감이 아니라 좀 큰 규모의 건물에서 수평적인 공간감이 느껴지는 것도 하고 싶습니다. 한 30미터씩 공간이 쭉 느껴지는 그런... 정리하자면 요즘에는 덩어리를 가지고 만지기보다는 내부 공간에 조금 더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박: 역시 건물의 시작은 영감이나 직관에서 시작한다는 말씀이신데 그렇다면 처음 작업을 시작하면서 그 영감에서는 우연과 필연이 어느 정도 프로젝트에 관여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민: 그것은 우연적인 것이 크다고 봅니다.

박: 그렇다면 분석에 의해서 다양한 내용이 나오는 것은 아닌가요?

민: 그것은 전혀 아닌 것 같습니다.

박: 그렇다면 클라이언트와 이야기 하는 과정은 어떻습니까?

민: ‘Concave lens’를 예로 들면 대지가 삼거리인 조건이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는 반영하되 제가 만질 수 있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모서리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모서리부분을 꽉 채우는 것을 너무 싫어합니다. 사선으로 되어있는 덩어리가 그대로 올라가는 방식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 저의 조형적인 강박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모서리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생각하다 보니 둥글게 처리하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되고 마침 지하층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dry area가 나올 수 있는 쪽으로 설계가 진행이 된 경우 입니다. 건축주도 저의 의견을 충분히 이해한 덕분에 잘 진행되었습니다.

빛과 공간감을 구현하는 방법

박: ‘Concave lens’의 경우 그 안에서 빛이 들어오는 상황이나 내부 공간감이 궁금했었는데 이것과 연결해서 공간감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전에 인터뷰했던 김수영씨가 구현하는 공간감에 대한 방법이 있었습니다. 알바로 시자의 경우에 알바로 시자 만의 치수가 있어서 그것을 기반으로 공간을 구현한다고 하는데 알바로 시자에게서 영향을 받은 김수영씨의 경우에도 김수영화 된 치수가 있어서 프로젝트마다 그것을 통해 공간을 구현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을 줄여나간다고 들었습니다. 치수라는 것은 객관적인 것이니 상황만 맞는다면 확실한 공간 구현 수단이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런 부분에서 직관적인 민소장님은 생각하셨던 내용을 어떻게 자신의 공간감으로 구현합니까?

민: 뻔한 대답일수도 있는데 공간감이라는 것이 그 구체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거기에 빛이나 재료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 것에 저는 중점을 두긴 하는데 그렇다고 치수로 공간을 재단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도 아닙니다. 제가 그렇게 하지 못하지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공간 내부에서 빛이나 재료나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바뀔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설계를 진행할 때 치수들을 결정할 때 생각하는 근거나 기준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민: 그런 치수들은 경험에 의해서 단련이 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제가 지금 많이 하고 있는 주택의 경우에는 그런 감이 생겼다고 볼 수 있는데, 또 스케일이 다른 건물을 진행한다면 다시 쉽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프로젝트들 중에 공장이 하나 있었는데 500평정도의 평소에 해보지 못한 스케일을 다루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스케일 감 역시 타고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버지의 경우에는 정말 타고난 스케일 감각을 가지고 계신데, 여기서 저기까지 몇 미터라고 하시면 정말 줄자로 쟀을 때 오차가 10센티도 안 납니다. 심지어 스케일이 큰 곳에 가서도 멀리 한번 쳐다보시고는 몇 킬로 남았다고 맞추실 정도니까. 그런데 저는 그런 스케일 감은 아쉽게도 물려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경험으로 그것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은데, 그래도 최대한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박: 만들어진 것에 대한 공간감과 계획할 때의 공간감은 약간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경험적으로 체득한 감각과 현재는 없는, 앞으로 만들 공간감을 유추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 같은데 좋은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방법 같은 것은 혹시 있습니까?

민: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아직 그런 것에 대한 감도 없고 경험도 많이 없고 부족한 것이 많기 때문에, 교과서적인 답변일 수도 있지만 현장에 한번이라도 더 가려고 합니다. 이번에 진행했던 주택의 경우에 원래 지하에서 올라오는 계단의 난간을 매스로 처리해 하얀 솔리드가 되도록 계획을 했었는데 막상 현장에서 보니 솔리드로 그 부분을 막으면 안되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유리난간을 별로 안 좋아함에도 유리난간을 썼는데 지나고 보니 굉장히 잘한 결정이 된 경우였습니다.

판교에 대하여

박: 판교에 프로젝트를 많이 하셨는데 판교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봅시다. 지난번에 재료 때문에 시공사와 이야기를 하다가 판교에 시공이 끝난 사례가 있다고 해서 오랜만에 가봤더니 온갖 재료뿐만 아니라 건물들도 너무 다양하게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얼마 전 ‘공간’잡지에서도 판교에 대한 이야기와 분석이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1970~80년대를 지나면서 분당에 단독주택 필지로 구획되어 있는 도시계획 필지들이 개발에 의해 나오기 시작했었는데 그 이후에 일산에 나왔던 것은 전반적으로 접근이나 색채가 약간 달랐었습니다. 역시 조금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만 그 후 2000년대 초에 헤이리로 이어지고 그것이 지금은 판교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각각의 지자체들에서 내놓는 한계들도 있고, 색깔도 있을 텐데 실제로 프로젝트들을 해보면서 어땠습니까?

민: 판교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욕망의 분출구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건축가에게는 처음 볼 때는 매력적인 시장임에 틀림없습니다. 우선 기본적인 건축비가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학군이 좋다 보니 강남에 살거나 혹은 살려고 계획을 하는 사람들이라 젊은 전문직의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사비에 대한 걱정이 적어서 건축가의 욕망이 더 발현되기도 하고 또 커뮤니티가 굉장히 발달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그들이 정해놓은 건축가 블랙리스트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성의 없이 하거나 잘하는 건축가인데 너무 작가주의적인 성향을 띄는 경우에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각각 건축가가 요구하는 설계비나 시공사 리스트까지 다 공유되고 있습니다. 또 법규 지구단위 계획 등도 건축주들이 기본적인 건축법을 다 꿰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 건축가들의 각축장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박: 판교에서 건축주가 원하는 특별한 방향이나 선호하는 내용이 있습니까?

민: 다른 지역에 비해 판교에서 그런 것이 뚜렷한 편입니다. 크게 분류하면 두 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그냥 모던하고 세련된 집을 찾는 사람들과 또 나머지 하나는 좀 임팩트 있는 작품을 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크게 나눠진 시장에서 구체적으로는 좀 더 설계비가 경쟁력이 있고 튼튼하게 하자 없이 잘 지어줄 사람을 찾는 식입니다. 그래서 지금 하시는 건축가분들 중에는 가격 경쟁력으로 접근하시는 분들도 있고 타협하지 않고 높은 금액을 고수하시면서 높은 설계비를 유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현재 판교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시는데 사실 판교의 지구단위 계획이 그리 잘 된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판교에 대한 판단은 한 5년후로 미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박: 지금까지 판교에서 작업을 해오면서 취하고 있는 Min Workshop의 입장, 자세는 무엇입니까?

민: 지금까지 몇 년 동안 판교를 포함한 일을 해오면서 느낀 것은 내가 뭔가를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판교 주택들의 경우 소개도 없이 그냥 딱 저랑 하겠다고 오신 분들이 전부인데요. 아무래도 제가 인테리어 출신이다 보니 보통의 건축가들과는 내부에서 조금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셔서 찾아오시는 분들과 지금 작업을 하고 있고, 과거에는 좀 저와 안 맞는 분들과도 억지로 작업을 끌고 나간 적이 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던 적이 많아서 지금은 그런 경우를 조금 피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