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2.3144.3133
60 Jandari-ro, Mapo-gu, Seoul

기능

박: 보여준 사진이 흥미롭습니다. 이야기 해준 것들에서 많은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설계해왔던 것들이 기능 위주의 조합으로서의 결과치를 예상하거나 각론에 의해서 나오는 어떤 정형화, 매뉴얼화된 결과물이었죠. 그러다 보니 모든 건물들이 각론에 의해서 획일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우리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기능에 대해서 새로운 무엇이 제시될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이전까지의 탄탄한 것을 유지한다고 하지만, 그 각론의 틀도 어디선가 원본이 흘러 들어온 것이고 그것이 이제는 우리의 몸에 맞춰져 버렸는데 그것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들과 기회가 상대적으로 빼앗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구체적으로 잘 정돈된 체계 안에서 새로운 시도들이 관입 되거나 부딪힘을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우리가 가진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는 기회의 징표로 보이기도 합니다.

서: 국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설계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problem-solving이에요. 아직까지 그런 것들을 해왔는데, 뛰어 넘을 수 없는 것인가? 학생들한테 그런 것을 가르쳐야 하는 것인가? 그런 의구심이 듭니다. 물론 건축가가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최종의 목표는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컴퓨터예요. 데이터를 대입하고 얻는 값이 더 정확하죠. 그렇다면 건축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는 의문이 듭니다.

박: 여러 가지 방법의 것들이 있겠지만, 기존의 기능에 의한 건물에 사람이 익숙해 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의 우리가 살아 왔던 사회 자체가 그랬다고 생각되는데 그것은 한병철씨가 이야기한 규율 사회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전 시대의 모든 잣대와 판단이 맞나 틀렸나, 되냐 안되냐, 이분법적으로 갈라져 판단되었고 그것이 강요당하는 시대였습니다. 사용자의 매뉴얼 자체가 정답과 오답이 나눠져 있던 규율적인 사회였습니다. 그런 사회를 살아 왔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정답을 요구하는 상황의 반영으로 건축 계획에서 나오는 매뉴얼 같은 결과물의 영역들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부분이 우리를 옥죄고 있었던 한계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젊은 건축가들이 선배들이 가지고 있었던 체계, 각론 계획들을 재해석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봅니다. 한국 기성 건축에서 흘렀던 무거운, 정의감에 차있는 상태였다면, 지금은 훨씬 더 말랑말랑하고 캐쥬얼casual하게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제안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이것은 매 시대적인 상황입니다. 기존에 기능에 의해서 작동되는 건물들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할 수 있는 건축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써왔던, 해왔던 대로는 건축가가 제시하는 제안이나 계획들은 시대의 흐름을 한편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대적인 요구를 빨리 캐치catch하고 제시해야 되죠. 그런데 지금은 여전히 경직되어 있어 보입니다.

서: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건축이 재미없죠. 소장님께서 기능을 보는 태도와 제가 기능을 바라보는 태도가 약간 다르긴 한 같은데, 저는 기능을 이야기 할 때 도넛donuts과 머그컵mug cup의 관계에 빗대어 많이 이야기 합니다. 도넛과 머그컵은 완전히 다르게 생겼지만 위상기하학topology적으로 보면 그 둘은 같은 차원의 도형이에요. 구멍이 한 개 존재한다는 속성만 유지된다면 도넛은 머그컵 말고도 어떤 도형으로도 변형 가능합니다. 기능이 일종의 관계의 속성이라고 본다면 형태와는 무관한 것일 수 도 있다고 봐요. 보통 기능만 최적화하면 형태는 자연스럽게 발견될 거라는 환상을 가지고 열심히 기능적으로 설계를 하는데, 사실 기능이라는 말에 스며있는 합리성을 설계 단계에서 객관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어요. 요즘 학생들이 건축 재미없어 하는데, 더 정확히 말하면 미쳐 버리려고 하죠. 기껏해야 기능을 이야기해야 할 상대가 스튜디오 튜터tutor인데, 사실 선생하고도 기능 가지고 대화가 안됩니다. 서로 생각하는 기능이 틀리니까. 그래서 본인 안이 기능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결국엔 객관적으로 보이는 다이어그램diagram들을 또 만들어야 하죠. 그러다 보면 내가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겠죠. 그러다 보면 지치고 허무해지죠. 다들 아닌 척 하고 있지만 여전히 교육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를 맹신하고 있고, 그렇게 안 하면 도덕적으로 나쁜 사람처럼 되어 있어요. 솔직히 다들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지 평소 한번 해보고 싶은 형태가 있고 어떻게든 거기에 기능을 때려 넣을 생각을 하기도 하잖아요. 당장 여기에 있는 이 스카치테이프 케이스에도 건축의 기능을 넣을 수 있어요. 기능에는 어느 정도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능도 답이 없다고 봐요. 기능 위주로 건축을 이야기 하면 재미가 없죠. 기능을 크리틱 하는 자리에서는 생산적인 것이 나오기 힘들다고 봅니다. 학교가면 화가 많이 나요. (웃음)

박: 자기가 알고 있거나 경험했던 기존의 기능 또는 해석이 들어가 있는지 없는지 만 보는, 일부의 가르치는 분들도 있는데 아쉽게 생각합니다.

서: 사실 크게 보면 아쉬울 것도 없어요. 저 포함해서 모두가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요. 기능 또한 자신의 경험과 잣대에 의해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주관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수용의 폭이 문제겠죠. 이야기하다 보면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동선이 사람들마다 다 달라요.

박: 그렇다면 기능에 대한 이야기가 더 궁금해집니다. 일본의 후지모토 소우fugimoto sou는 ‘건축에는 답도 없고 자신은 어떤 건축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들을 끄집어 내서 건축으로 표현하고 싶다’라고 말합니다. 그와 관련해서 형태뿐만 아니라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구현해내는 도구로서 건축을 이야기 하지만 기능에서 새로운 부분들을 끄집어 내려는 의도가 많아 보입니다. 그 기능이라는 부분이 구체화되거나 딱딱하게 굳어진 프로그램이 아닌 훨씬 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개방적인 프로그램으로 얘기하거나 관심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것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유연한 건축의 베이스라고 말합니다.

서: 형태적으로도 유연하지 않은 가요?

박: 형태적으로 유연한flexible한 것은 아닙니다. 공간과 기능function이 1:1로 대칭 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이해되었습니다. 서재원씨가 생각하는 공간과 기능을 연결하는 방법이든 생각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앞서 요소element들을 이야기하면서 벽, 기둥, 슬라브, 계단 같은 단어들을 썼습니다. 사실 저는 그게 정해진 단어에 의해서 구체화된 것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데 프로그램으로 얘기하자면 방, 도서관, 식당이라는 이름들이 지어지면서 더 구체적인 기능으로만 고착화 되어진다는 느낌입니다. 훨씬 더 그 공간 안에서 가능성을 끄집어내기 위해서 프로그램이나 기능들을 더 개방적으로 열어 놓고 싶어 무슨 공간이라는 단어 자체를 신중하게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깊은 빛이 들어오는 곳, 천장이 낮지만 습한 곳 등과 같이 현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단어로 접근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 곳의 가능성들은 현상적인 것과 관련되는 기능이 사용자에 의해서 구체화 되어지지 않을까요?

서: 공간으로 예를 들어 말씀 하셨는데 저도 그런 비非결정성이라 해야할까요? 그런 것의 가능성에 동의합니다. 다만 말씀 하신 부분과는 약간은 다르게 접근하고 있는 부분은, 제가 앞서 이야기 한 기둥, 계단, 보, 벽 등의 요소들은 어떠한 다른 요소들 보다도 명백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너무 보편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공간에 특질에 크게 관여하지 않죠. 하지만 보의 형상이 아치arch로 되어 있다던가 기둥이 과도하게 많다든가, 아니면 벽이 어떠한 이유로 과도하게 두꺼워진다면 그 때는 무엇보다도 공간의 특질에 깊게 관여하게 되겠죠.

박: 그렇다면 프로그램에 속에서 기능에 의한 공간의 제시가 나오는지, 아니면 반대로 공간이 있으면 그 곳에 끼어들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서: 글쎄요…….의도적이든 우연적이든 공간이 만들어 진후 그 특질에 맞게 기능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전자의 경우도 많습니다. 둘 다 가능하다고 봅니다.

박: 기존의 것들이 새로운 것들과 부딪혀서 가능성이 만들어 지는 조건들은 좋은 것 같습니다. 그것들이 실제로 프로그램으로 요구 받는 것들에 의해서 새로운 기능이 생기지는 않나요?

서: 있어요. 그러나 그것을 미리 감안하여 전략적으로 목표로 삼지는 않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기능들이 나와요. 처음부터 의도하고 작업하지 않습니다.

박: 새로운 요소element들이 개입되면서 기존 공간의 성격과 질서들이 바뀌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프로그램들과 새로운 공간의 이질적인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이분법적으로 섞이게 되는 것의 의도가 궁금했습니다. 그런 것들이 새로운 내용이나 평면을 끄집어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서: 네.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계속 이야기 하다 보니 기능이라는 단어가 서로에게 약간 애매하게 쓰이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하여간 가장 현실적인 부분과 이상적인 것이 어떻게 결합될 것인가를 물어보시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그 두 가지가 만나서 만들어내는 것이 딱 맞아 떨어지면 좋겠지만 오히려 잘 안 맞고 틀어진 상태가 좋을 수 도 있어요. 그러한 과정이 결국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박: 앞서 보여주었던 예시로서의 호텔 내부에서 프로그램을 말한 것입니다. 현실에서 클라이언트와 직접적으로 작업하기 이전에 상황, 조건을 가지고 학교에서 풀어나가는 것들이 나중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서: 이미 그러한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결과가 좋진 않았지만 얼마 전 진행한 H Headquarters Project에서 학교에서의 실험들을 부분적으로나마 구체화했습니다. 어느 회사의 사옥 프로젝트 였는데 기둥과 멀리언mullion이라는 하나의 어휘를 가지고 프로그램과 대응하면서 전물 전체에 대해 어떻게 변형될지에 대한 테스트를 했었습니다.7 그리고 전체 스팬드럴spandrel에 적용한 곡면은 프로그램적 조건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결과적으로 직선적이고 무거워 보이는 입면에 캐쥬얼casual하고 가벼운 느낌을 만들어 내고자 했습니다. 측면에서 보여지는 곡면 벽과 그곳에 떨어지는 그림자가 마치 웨딩 레이스lace나 서커스단 천막 장식의 익살스런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8 뭔가 기이한 초현실적인 느낌도 있고요. 아주 모던한 단추가 달린 검은 정장 수트를 입고 난데 없이 흰 고무신을 신었지만 너무 아름다운 그런 경우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디지털 건축의 교훈

박: 한국의 JINA Architects에서 보여 줬던 담당 작업과 개인적인 작업의 연속성을 보면, 구성적인 생각의 겹들을 구조화시키는 서구적인 그 안에서도 변화되는 모습을 끄집어내는 그러면서도 룰rule들을 자기 나름대로 가지고 있어 보입니다. 디자인해나가는 프로세스 자체가 고전적이면서 한편으로는 단단하고, 구축적인 방법 같은데 그 안에서도 재밌는 가능성은 현상에서의 새로운 개입을 부딪히게 만들어 새로운 상황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대학원 때 디지털 건축을 공부한 것으로 아는데 이전에 관심 가졌던 방식에서 어떤 이유로 변화했는지 궁금합니다. 우연한 계기가 있었는지?

서: 딱히 그렇진 않아요. 프로세스에 치여서 지쳤다고나 할까요? (웃음)

박: 대학원 때 보았던 디지털 건축의 분야는 허점을 가지거나 그 분야를 맹신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서: 그렇습니다. 맹신하는 사람들도 있죠. 저는 프로세스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진 않지만, 한국학부의 교육적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편입니다. 논리의 구축, 생각의 구축을 하는 훈련이 될 수 는 있을지언정 건축물로 도면을 그려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것이 바탕이 된 뒤에 대학원에 가서 디지털 건축을 공부한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해 볼 필요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해 보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학생들한테는 좋은 상황이 아닌 것 같아요. 그것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전위음악이나 현대무용이 계속 개척해 나가는 좋은 예술의 상황들이 있죠. 그런 프런티어frontier적인 면은 건축에서도 중요합니다. 또 하나는 프로세스가 작가의 사고체계를 탄탄하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미치게 만들죠.

박: 그렇다면 그것은 작위적인 것인가요?

서: 최초 시작점이 작위적이라 할 수 있지만 과정이 작위적이지는 않습니다.

박: 그 시작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작위적인 시작을 건축주를 어떻게 설득하는지도 의문이군요.

서: 그런 사람들은 건축주를 설득할 일이 없지 않나요? 자하 하디드zaha hadid정도 되면 일이 많이 들어오니 설득을 하는 경우도 간혹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건축의 중요한 포인트는 게임의 룰을 정하고 그것을 엄격하게 지켜내는 과정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박: 저는 그 게임을 룰을 정하는 그 자체가 작위적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 지켜지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것으로부터 시작을 하는 지 설득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시작이 작위적이면 결국엔 프로그래밍만 하는 상황이 되는데 그것은 결과물에 대한 회피가 되는 것이 아닌가요?

서: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잣대로 디지털 건축을 논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그 자체가 말이 되냐 아니냐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끝이 없습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100%소설을 쓰더라도 자기 자신이 그 룰을 얼마나 엄격하게 지키고 있느냐 입니다. 딴 이야기 한참 하다가 갑자기 범인이 떡 하니 잡힐 수는 없어요. 이 사람이 범인이다라고 나오는데 이게 뭐야 하는 경우가 되면 안되죠. 범인이 밝혀진 순간 앞의 이것 저것들이 스쳐가면서 쭉 연결되고 그래서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구나. 이렇게 돼야죠. 소설 자체의 주제가 말이 되냐 안되냐의 문제가 아니라 전개되는 플롯과 스토리가 얼마나 치밀하게 짜이고 사건의 하나하나가 얼마나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지가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디지털 프로세스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 디자인의 프로세스를 설명하는 도구로서 그리고 학생 때 할 수 있는 것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결과물로써 한국에서 현재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형태적으로 특이한 입면을 나타나고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실화 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입니다.

서: 저는 그 반대일 것 같은데요.

박: 그런 건축물이 어쨌든 지어지고 그 사무실들은 경제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요?

서: 몇 개 안되지 않나요? (웃음) 그것은 그런 부분이 특화됐다고 인식되는 특정 사무실에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의뢰하는 것이죠. 그런 것들을 보면 결국 단순 입면의 패러매트릭parametric일 뿐입니다. 사실 그것은 진정한 디지털 건축과도 거리가 멀어요.

박: 정말 그것은 작위적이라 생각합니다만.

서: 작위적인 것을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만 사실 예쁜지 조차도 잘 모르겠습니다. (웃음)

작업의 전환

박: 그렇다면 예전의 작업이 지금의 작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거나 얻은 교훈 같은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서: 근본적으로 저는 건축의 객관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작가가 긋는 최초의 선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나오는 지가 궁금했었고 그것을 찾기 위한 하나로 디지털 건축에 몰두한 이유도 있습니다. 기껏해야 한 작가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의성에 한계를 보면서 그것을 넘는 가능성으로 다이어그램을 맹신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건축가의 내면에서 작위적으로 긋는 선에 의구심을 가진 것이지요. 이러한 프로세스는 근본적으로 건축의 태생을 외부에 두기 때문에 매 상황, 컨텍스트context에 따라 다른 결과물을 객관적으로 만들고자 시도했었습니다. 마치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처럼 한 사람이 한 프로젝트라고 보기 힘든 정도의 다양성을 가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건축은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고 건축가는 일종의 뿌려진 씨앗의 곡식을 수확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러한 태도에는 객관적 합리성도 있었지만 윤리적 사명도 깔려 있었던 것 같아요.

박: 그게 언제쯤 인가요?

서: 대학원 졸업하고 한참 실무를 하고 있을 때였어요. 그러니까 2006년쯤? 열심히 공부한 것을 열의에 불타 실무에서 확인해보고 싶은 욕망이 한참 있을 때였죠. 심지어는 설계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박: 그것은 대상을 설득하기 위함인가요?

서: 어떤 측면에서는 그렇습니다. 사실 객관화 할 수 없다는 것을 아주 나중에 깨달았어요. 그렇지만 당시에 그런 과정을 통해 남은 것은 논리적 사고와 엄밀한 프로세스예요. 그것은 지금의 사고와 작업에도 많은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봅니다. 주관적이지만 철저한 룰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면서 작업하려고 노력합니다. 예상치 않게 어떤 하나가 바뀌게 되면 전체에 적용하는 룰을 다시 수정하죠. 결국 설계는 객관화 될 수 없고, 객관화 필요도 없다고 느꼈습니다. 건축은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금방 지칠 수 밖에 없습니다. 참으면 언젠간 폭발할 수 밖에 없어요. (웃음)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만족하는 것이 최종목표가 아닙니다. 남을 위해서 살수 없듯이 남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건축을 할 수 없어요. 결국에 제가 그것을 극단적으로 겪어보면서 느끼게 된 것입니다. 요즘 학생들이 좋아하는 BIG건축도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작위적이죠. 저는 그것을 화살표 건축이라고 부릅니다. (웃음) 그것은 고도의 정치적인 건축이에요. 책 이름도 ‘yes is more’ 잖아요. 긍정주의로 다 받아들여 정말 진화한 다양적 종을 만드는 것 같지만 그냥 그들도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예요. 정말 그렇게 하면 정신병 걸려요

박: 그것은 끝이 없는 떠도는 그 무엇과 같다는 느낌입니다.

서: 지쳤습니다. (웃음)

논리의 감성

박: 최근 작업의 포커스는 어디에 있습니까? 최근의 화두는 무엇입니까?

서: (웃음) 라이센스?. 농담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굉장히 이론적일수록 실질적인 것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개념적인 이상을 말하지만 기능이 다 맞춰져 있어야 합니다. 두 가지를 다 놓치고 싶지 않은 상태죠. 글쎄요……. 화두라 한다면 이미 오늘 다 말한 것 같은데…….아주 최근으로 보면 건축의 자의성? 그런것 입니다.

박: 임의성과는 다른 것인가요?

서: 임의성은 그때마다 틀린 일시적이라는 느낌이 있어서 다를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하는 자의성은 작위적인 것을 말합니다. 제임스 스털링james stirling을 좋아해요. 약간 변태적인 조형들이 높은 퀄리티로 통일된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CCA에서 출판된 아카이브archive 도록을 보면 계속 고민하며 변해가는 작가의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요즘엔 또 너무 감상적인 건축에는 약간 경계의 태도를 가지고 있어요. 제가 말하는 감상적인sentimental 것이라는 것은 공간을 시적poetic으로 설명하며 자기만족에 빠져 감정의 오버스러움이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박: 그것이 본인이 말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판단에 의한 것이면 좋지 않을까요?

서: 그러면 좋지만 보통은 모두 건축가들에 의해서 말해지죠. 저는 건축가가 매우 실질적인 부분을 이야기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수학적이고 논리적인데 결과는 감성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집 장수 집과 관련이 될 수 있을 것도 같고요. 아주 현실적인 것에서 나오는 감성적임을 하고 싶습니다. 감성적인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을 말하진 않습니다.

인터뷰어: 박창현
정리: 한수정
날짜: 2014년 7월 22일

http://aroundarchitects.synology.me/files/gimgs/th-84_DSC05565.jpg
http://aroundarchitects.synology.me/files/gimgs/th-84_DSC05561.jpg
http://aroundarchitects.synology.me/files/gimgs/th-84_DSC05566.jpg
http://aroundarchitects.synology.me/files/gimgs/th-84_DSC05576.jpg
http://aroundarchitects.synology.me/files/gimgs/th-84_DSC0557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