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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U의 성격

김: 저희는 어떤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주에 따라서 땅의 성격에 따라서 작업들이 다른 결과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힘들기는 하지만 항상 그 부분이 설레이는 것 같아요. 누구를 만날까, 어떤 땅을 만나게 될까. 아직 여물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저희만의 건축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일수도 있죠. 그런데 최근에 저희를 찾는 건축주들은 어쨌든 저희 작업이 하나로 읽혀진다고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물론, 형태적인 단순함에서 오는 일관성을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으시죠. 하지만 저희는 아직 과정 중에 있으니 그게 무엇이다라고 스스로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의 작업을 과장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 스스로 만족스럽다고 느끼고 있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박: BAU에서 작업하는 건축적인 어휘, 재료를 떠나서 선호하는 방식들은 있지 않나요? 1층을 안쪽으로 들이는 방식은 많은 프로젝트에서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엄격한 무언가를 선호하게 되기도 한 것 같습니다. 작업의 통일성이나 도시와의 관계를 더 탄탄하고 조직된 계획 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비례 같은 것은 더 건축주와 이야기 할 부분이 아닌 것 같아 재미를 느끼기도 합니다. 어쩌면 일반인들은 시각적인 형태와 재료와 같이 보여지는 것들이 일관되게 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약간의 트랜드나 유행 같이 최근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이 재료나 형태에서 선호하는 조적이나 외단열 마감, 박공 지붕 등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신가요?

김: 그것은 유행보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재료들이 다양하지 않고, 공사비에서도 제한이 있다 보니..

권: 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요.

김: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공사비의 한계와 더불어서 저희를 찾는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평생에 한 번 꿈꾸던 집을 지으시는 만큼 검증된 재료와 구법을 신뢰합니다. 저희 직원들이 실험적인 재료와 구법을 시도하면서 원하는 물성을 다루기 위해서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웃음)

권: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안전하다는 것은 이미 최근에 검증된 방향으로 쉽게 편승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이상을 원하는 건축주는 드물죠. 편승을 할지, 조금 더 적극적인 제안과 시도를 할지는 결국 건축가의 몫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에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는 지적을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그게 뭘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재료와 구법이라는 결론이었어요. 프로그램을 해석하고 대지와의 만남을 고민하다가 나중에 가서는 결국 공사비 때문에 단순히 벽돌, 외단열 마감 이런 몇 가지를 고민하게 되는 거죠. 초기에 재료에 대해서 전체적인 설계진행에 균형을 가지고 연구하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국은 그 정도의 노하우나 역량, 고민의 깊이가 되지 못해서 항상 아쉬움을 남기고 정리하게 됩니다.

박: 그러다 보니 어떤 건축가는 자신을 아마추어리즘 건축가로 소개하는 분도 계신 것 같아요. 그 건축가는 서로 다른 재료와 구법을 매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것을 진행하시면서 그렇게 설명하였는데, 재료나 구법에 대해 연구나 고민의 깊이를 확보하기에는 BAU가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너무 많지 않은가요? 프로젝트가 많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현실을 BAU에서 잘 컨트롤 하고 있는지? 또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런 입장의 정리와 의지는 BAU의 성격을 만들어 가는 갈림길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김: 우리에게 호감을 가지고 오는 건축주들을 거절하지는 않아요. 당연히 설계비가 합의되어야 하고, 감리가 전제되어야 합니다만 특별한 건물이 될 것 같다고 생각되는 작업만을 하지는 않는 거죠. 진행할 수 있는 작업의 수가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저희가 진행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권: 그 생각의 이면에는 조급함이 있었습니다. 그 조급함은 저희들의 실무경험과 관련이 있어요. 저와 김소장은 이렇게 작은 규모의 건물들을 작업하는 것은 BAU를 시작하면서였습니다. 천 평 미만의 건축을 고민하고 만진 경험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죠. 우리는 또래의 다른 건축가들보다는 이런 측면에서 많이 유연합니다. 일년에 두 세 개 정도의 작업을 하면 지금보다는 잘 지을 수 있겠지만 5년 정도는 폭 넓은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또 중요한 한가지는 작은 사무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입니다. 일년에 한 두 개의 만족스러운 작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무실의 운영이라는 측면입니다. 이 두 가지의 적절한 균형이 앞으로도 계속 고민이 될 것 같아요.

김: 기본적인 경험은 있지만, 그전에 10년동안 해봤던 작업들과는 과정도 다르고 잘 짓는 방법도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박: 그렇게 방향을 정하고 진행 해보니까 어떠한가요?

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족스러운 작업이 별로 없죠.

권: 다른 사무실에 비해 일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박: 작은 아뜰리에 설계 사무실들은 모두 고민이 되는 사항인 것 같습니다만 사무실 인원과 규모에 대한 어떤 방향과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 그것도 의견이 다릅니다. 권소장은 사무실을 키우고 싶어합니다. 저는 좁고 길게 가고 싶어하고 이 사람은 욕심이 있어요. (웃음)

권: 저는 한 10명 정도의 규모를 유지하고 싶어요. 사실 욕심이라기 보다는 어찌되었든 천 평 정도의 공공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동네에 지어지는 주민센터, 작은 도서관 같은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요. 문제는 이런 작업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죠.

박: 제 질문에 어폐가 있을 순 있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처음 사무실을 시작해서 규모가 큰 건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권: 동의합니다. 하지만 사무실의 규모가 작업의 규모를 한정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김: 그런 기회가 있나요? 별로 없을 것 같은데.

박: 지금 BAU가 생각하는 것처럼 다양한 실무와 관련된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이뤄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근데, 저는 개인적으로 좀 지치는 것 같습니다. 일의 지침이 아니라, 개인 건축주에게 지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되도록 저희의 생각들을 오롯이 구축할 수 있는 공공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려고 하고 있어요. 이제 그 횟수를 늘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BAU의 전환점

권: 2014년이 되면서 BAU를 시작한지 이제 꼭 5년 정도가 되었어요. 이번 여름에 사무실을 이전하게 되는데 장소가 옮겨진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최근 개인 건축주의 일들은 조금씩 줄이고 있습니다. 현장을 포함하여 진행하는 작업이 네 다섯 개가 되니 이제 한계에 온 것 같아요. 이전까지의 상황을 반복할 것인지 조금 다른 시스템을 고민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거지요. 앞으로는 공공의 성격을 갖는 기획 작업들을 진행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어요.

김: 처음부터 고민했던 것이지만 상황이 허락하지 않았었죠.

권: 큰 규모를 다루고 싶다기 보다는 처음부터 의도했던 공공의 공간을 고민하는 건축가가 되고 싶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주어진 조건에서 운신하기 보다는 기획을 통해서 진행 할 수 있는 작업을 생각합니다.

박: BAU에서는 건축으로 무언가를 제시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개인 건축주들은 어떤 면에서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규모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공프로젝트가 한편으로 더 어렵기도 하지만 반대로 제안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됩니다.

김: 오히려 공공프로젝트에서 건축가 혹은 작업들이 존중 받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권: 지어진 물리적인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이 흠이지만. (웃음)

김: 설계단계에 있어서 건축가가 요구하고 제안할 수 있는 여지가 개인 건축주와의 작업보다 훨씬 큰 것이 매력적이죠.

박: 사실 공공 프로젝트는 완성도는 장담을 할 수가 없다는 상황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요즘 추구하는 것이 사진을 찍을 때, 20cm에서 찍은 것과 200m에서 찍은 것이 동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둘 다 좋으려면 설계비와 시공비가 많아야겠지만. 요즘은 이전보다 아크데일리archdaily같은 다양한 인터넷 매체들을 통해 알게 모르게 트랜드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이런 영향으로 지역성에 대한 이야기는 줄어들고 재료와 형태 같은 트랜드에 민감한 부분들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건축에서 평면도 중요하지만 단면에서의 구조적인 해결이라던가, 전기 또는 설비 분야의 기술적인 제안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그렇다면 훨씬 더 건축주를 설득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공감합니다.

박: BAU에서는 디테일이나 재료에 관심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김: 건축가들이면 누구나 가지는 욕망이지요. 항상 아쉬운 부분이고.

박: 어떤 측면에서 건축은 자본에 의해서 통제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건축주가 알려진 젊은 건축가를 선택하는 이유는 원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이 만약 많은 자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훨씬 현실을 기반으로 한 제안을 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런 요구에는 어떻게 대응 하겠습니까? 만약에 돈이 있다면 이미지에 쓸 것인가 디테일에 쓸 것인가? 만약에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어떻게 결정 할까요?

권: 저희의 선택은 후자입니다. 전에 그런 농담을 했었죠. 우리는 항상 왜 정형화된 형태만을 다루는 걸까? 화려한 이미지에 관심이 없기 때문일 거고, 원하지도 않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었지만 우습게도 결론은 할 줄 모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로 끝맺게 되었었죠.

김: 처음에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돈을 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우리가 시도를 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권: 건축주가 건축가를 찾을 때는 물리적인 형태나 이미지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열 분 중에 한 분 정도가 그런 요구를 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그게 되나요? (웃음)

김: 조금은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형태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저희가 설계한 집이 너무 차분하다고 생각하신 분이 직접적으로 조금은 요란한 형태나 사선이 자신은 좋다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의 공간과 괴리된 형태적인 시도들이 가지는 공허함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도록 설득을 했었죠. 물론 진심이었습니다.

사회적인 역할

박: 앞서 이야기 했지만 하고 싶은 것이 많아 보입니다. 게다가 시간에 비해 작업의 스펙트럼도 넓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전 세대의 한국 건축가들이 형이상학적이고 명분을 가지고 건축을 대하다 보니 진지하고 무거워 보이는 분위기 이었다고 하면, 지금 우리 세대는 상대적으로 건축과 관련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연결하고 확장될 가능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다 잘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고,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니까 이것 저것 해보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사실 도시 쪽에 관심이 많긴 하지만 그런 기회가 많지 않아 못하고 있어요. 조경 작업도 했었습니다.

박: 그러고 보면 건축과 관련된 조경이나 리서치, 전시를 했던 것들이 어떤 접점들로 시작되었는지 궁금해 집니다. BAU에서 했던 전시 같은 경우에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작업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권: 부부가 함께 작업을 하며 아이를 키우니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건축이 건축가의 일상과 괴리 되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거죠. 저희는 이전 세대들처럼 건축을 통해서 무엇을 선언해야 한다거나 건축가가 근엄한 태도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관련된 작업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초기에 사무실에 일이 없을 때 했던 놀이 같은 작업이었는데 생각 외로 외부에서 관심을 가져주었습니다. 전시 권유도 있었고, 제품으로 만들어 보자는 제안도 받게 되었었지요. 이런 일들이 저희는 건축가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가져가야 하는 고정적인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건축의 외연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분야들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도시와 관련된 책을 열 권 읽는 것 보다는 리서치를 통해서 우리의 도시를 발로 뛰고 직접 들여다 보는 일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 거죠. 도시관련 리서치 작업이 흥미 있는 것은 건축의 조건들을 고민해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땅에 이 크기로 이런 기능의 건물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가가 직접 도시를 읽고 연구하여 필요한 위치와 규모, 기능 등을 제안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습니다. 전시나 제품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만들어 본다는 점이 건축과 다른 점이죠.

김: 전시나 제품 디자인에서 좋았던 점은 특정 건축주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기획을 하고, 제품을 만들고, 전시를 하거나, 판매를 하는 일련의 과정을 오롯이 건축가가 계획해서 끌고 나간다는 것이 굉장히 기분 좋았습니다. 일상에서의 일탈 같은 기분이었던 거죠. 또 그런 작업으로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저희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신선하고 건강한 자극이 많았습니다.

박: 제가 보는 관점에서 좋았던 것은 일이 없을 때 전시와 관련된 일을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일이 많은 지금도 꾸준하게 다양한 부분에 대해 관심 가지고 진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계속 진행되다 보면 건축가가 할 수 있는 많은 역할 중에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진행했던 내용을 보면 결과적으로 교육적인 목적이 있을 수도 있고 또 사회적으로 건축을 잘 설명하거나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건축가를 너무 한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그 동안 사회와 소통하는 것에 많이 소홀히 해 왔구나 라고 생각됩니다. 다양한 사회적 역할이 본인의 의지에 의해서 시작됐다고 하면 사회적으로 좋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김: 이런 측면에서 저희들의 관심은 놀이터에요.

권: 건축작업을 제외한 저희들의 다양한 시도들을 돌아보면 아이들, 놀이, 랜드스케이프, 도시, 공공 이런 화두들입니다. 그래서 이런 시도들을 통해서 고민하고 싶은 것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초등학교 운동장에 버려진 놀이터입니다. 작년에 저희가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라는 작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인데 학교 내부공간만을 다루고 있어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박: 최근 우리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교피아’, ‘관피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한 사회에서 나쁘게 작동되고 있는 시스템들을 부정하고 싸울 것이냐 잘 헤쳐나갈 것이냐에 대한 태도가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 저는 싸운다고 대수는 아닌 것 같아요. 그 사회의 구조가 무조건 부정해야만 하는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가 많긴 하지만 어느 부분을 받아들여야만 다음으로 나갈 수 있죠. 무조건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타협점을 찾고 그 안에서 좋은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저는 진정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권: 하지만 매일 분노하고 좌절합니다. (웃음)

김: 분노할지언정. (웃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박: 건축가로서의 사회적인 관점이나 자세, 관심들이 우리들에게는 너무 멀리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에 지켜보기만 했지, 건축가가 그것에 대해 어떻게 대응 해야 할까에 대한 부분은 마음 졸이는 것 외에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까지 거리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부분들에서 나도 준비가 안되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조성룡 선생님은 직접 세월호의 배 구조를 알 수 있게 만든 모형을 만든 행동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사회적인 관심, 역할에 대한 부분들에 대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BAU가 하는 어린이에 관한 Play 시리즈들이 재미있기도 하고 계속 연결이 되어서 사회적인 역할을 잘 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권: 도시는 항상 문제가 생기고, 이슈가 만들어지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정치, 경제, 문화적인 어떤 상황에서 건축가가 참여하여 기여하는 경우가 국내에서는 거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가가 불려지는 때는 이미 판이 짜여진 상황인 경우가 많아요. 건축가들 스스로에게나 사회적으로 이런 경험이 전무한 거지요. 요구 자체도 없었고. 그러다 보니까 그것을 건축가 개개인이 의미를 찾으며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게릴라전을 각각 진행 하다 보니 지쳐가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좋은 선례를 통한 사회적인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박: 지금 이야기 한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해야 된다고 얘기해봐야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지금은 좋은 선례를 남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선유도 공원’이 그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 이렇게 행동하고 좋은 선례를 여러 명이 다양하게 만들어내면 언젠가는 그 것들이 쌓일 것이고 기회가 생기게 되지 않을까요?

권: 근데 그게 너무 어려운 거죠. (웃음) 일전에 사석에서 조성룡 선생님을 뵈었었는데 ‘너희는 그런 것을 할 수 없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서운한 말처럼 들렸는데 긴 설명을 듣고 보니 현재의 사회 시스템이나 조건이 그렇다는 것이었어요. 여러 차례 경험을 통해서 이 과정이 너무 어렵고 힘든 과정이어서 ‘너희가 아무리 애를 쓰고 욕심을 내더라도 좋은 선례를 만드는 것은 현재의 시스템 안에서는 힘든 일이다. 그래서 우리 세대가 그 것들을 해내야 하고 애쓸 것이다.’ 라는 말씀을 하셨던 거죠.

박: 저도 완전히 공감합니다. 그러나 각자의 연륜과 각자의 사회적 위치에서 해야지 될 역할들은 조금씩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연배나 경험이 많고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건축계의 선생님 같은 분들은 그런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건축 정책 위원회’ 같은 곳에서 이런 것들을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젊은 건축가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행동 할 수 있는 역할들이 또 있을 것입니다. 다만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음 좋겠다는 생각이며 더 좋은 환경을 후배들에게 물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건축

박: BAU는 인천에 있는 인하대 구영민 교수님과 함께 ‘ICON PARTY’라던가 ‘인천건축재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떤 관점을 가지고 인천에 관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의 건축계가 가지고 있는 한계 중에 하나는 너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지역을 바탕으로 한 지역건축가들이 그 지역을 더 잘 읽어내고, 지역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 지역에서 좋은 건축을 지을 수 있는 여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한국의 지역 젊은 건축가들이 잘 드러나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BAU의 경우 출신 학교도 인천이고 지금 인천과 관련된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 건축에 대한 희망 혹은 의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권: 건축재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박: 건축재단은 뭐 하는 곳인가요? 아이콘 파티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만.

권: 인천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건축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건축과 교수도 있고, 건축가도 있고, 조각가도 있습니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지역활동가도 있죠. 만들어진 이유는 말씀하신 대로, 서울에서 대부분의 건축이 이루어지고 있고, 인천의 송도나 구도심 개발에 대해서는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콘 파티는 인천건축재단에서 진행하는 여러 사업 중의 일부분입니다. 여러 강사들이 짧게 자신의 작업이나 관심사를 이야기하고 객석과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서울에서 열리는 포럼들 보다는 훨씬 흥미 있습니다. 인천지역 건축사협회의 젊은 건축가들과도 함께 하고 있고, 다양한 관계망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박: 기회가 있다, 없다를 떠나서 계속 인천에 관심을 유지하고 있는지요?

김: 아쉽지만 어려운 일입니다.

권: 저희에게 인천 중구 일대의 리서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적이 있는데 오히려 지역을 근거로 활동하고 있는 조직에게 연결을 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저희의 지역적 활동 무대를 인천으로 보지 않고 지금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이 곳 양재동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편이지요. 최근 이 곳에 LH공사의 아파트 건립으로 양재천의 둑방 숲이 없어질 뻔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주민들이 치열하게 반대를 했었어요. 아파트가 들어서니 도로가 넓어져야 해서 숲을 없애겠다는 논리였던 거지요. 이런 장소의 주변에 있으면서 이런 상황과 장소를 지켜보며 들었던 저희의 생각과 고민을 김해의 클레이아크 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8월 중순 전시가 끝나면 그 전시의 결과를 정리해서 서울시나 서초구와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주변의 사소한 공공 장소들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의미를 되돌아 볼 수 있도록 하고 싶고, 실제 사업을 고려한 건축적인 제안도 가능하다면 진행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박: 그곳에서 전시하고 있는 것이 플레이 스케이프 인가요?

권: 예, 저희가 전시한 놀이의 풍경이 있고, 한 섹션이 양재천 둑방 숲에 대한 작은 설명입니다. 300작품 정도가 미술관에서 진행되었어요. 아이들에게 이런 작은 공공의 공간을 고민해 볼 기회를 주었고 직접 그려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양재천 인근에 건축가들이 많기 때문에 공동작업으로 이슈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 지역이던 작은 동네던 건축가들을 뭔가를 제시하거나 읽고 하는 작업들이 더 많이 필요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포커스를 인천으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권: 지금 저희에게 인천에 대한 생각은 미안함 같은 것이죠. 끊임없이 교감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으니.

박: 사실 한국에서 건축가가 해야 될 일들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외국과의 비교를 하게 되는데, 안 좋은 상황이긴 하지만 언제까지만 상황 탓만 하고 빗겨서 있어야 되는가 싶습니다. 의식해야 되고, 작은 것이라도 준비가 되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 당연히 동의합니다. 우리가 해야 되는 일이 좋은 선례를 만드는 것이지요. 실제로 구축된 좋은 선례가 많아져서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 그룹 안에서 인식되면 그게 변화하고 바뀌는 큰 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다음 세대 건축가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많아지게 될 것이고, 운신의 폭이 넓어지겠지요. 어쩌면 우리가 주저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은 이미 자리잡은 사회적인 시스템에 대한 패배감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최근의 화두

박: 앞으로 BAU가 가지고 갈 고민, 혹은 최근의 화두는 어떤 것인가요?

권: 앞서 이야기한 작업들을 힘있게 끌고 갈 수 있는 전문적인 기술에 대한 것들입니다. 건축을 할 때 초기 생각들을 접근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재료와 디테일에 대한 고민과 기계, 전기, 구조와 관련한 기술적인 부분을 관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현재의 방식들을 극복하고 싶습니다. 잘 짓기 위한 일련의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완성도에 해한 관심입니다.

박: 기술적인 부분을 젊은 건축가끼리라도 공유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하시는지요?

권: 함께 공유하면 당연히 더 좋은 거죠. 재료와 재료가 만나는 경계, 현장에서 공정과 공정이 만나는 순간 들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그 결과들이 정리되어 공유하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오는 기술적인 고민인데 항상 혼란스럽습니다. 저희들의 시행착오들에 대해서 누군가가 또 다시 기회비용을 지불 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요.

박: 전반적으로 사회 전체에서 그런 디테일에 대한 욕구가 있는 것 같습니다. BAU에서 고민하고 관심 가지고 있는 것은 건축가의 사회적인 역할 그리고 건축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잘 짓기 위한 디자인과 기술적인 방법 그리고 그것의 사회적인 공유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BAU의 이야기는 다시 시간이 지난 뒤 연이어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인터뷰어: 박창현
정리: 한수정
날짜: 2014년 7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