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2.3144.3133
60 Jandari-ro, Mapo-gu, Seoul

http://aroundarchitects.synology.me/files/gimgs/th-81_IMG_2609.jpg

권형표, 김순주_BAU Architects

BAU의 문법을 만들어 나가며

권형표 1973년 서울 출생,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고 김이건축과 부설연구소인 디지털공간연구소에 재직하였다. 이후 현대종합설계에서 4년간 근무하며 2008년 건축사를 취득하였고 2009년 바우건축을 개소했다.
김순주 1973년 김포 출생,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원도시건축에 재직하면서 선경스튜디오에서 활동했다. 2003년 건축사 취득 후 인하대학교에서 건축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09년 바우건축을 개소했다.
바우건축은 2009년 권형표, 김순주, 김형석, 민우식이 함께 설립하였고, 2011년 이후 권형표, 김순주가 운영하며 도시 리서치, 조경, 건축, 가구, 제품 디자인에 이르는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www.bauarchitects.com

디자인 방법론에 대하여

박: BAU는 2011년 이후 이전보다 더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 조경, 주택, 오피스, 근린생활 등등 비교적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작업을 경험하면서 각각의 작업을 시작 할 때 대지와 프로그램에 대한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낯선 장소, 새로운 땅과 만나다.’ 그 곳에서 처음 시작할 때, 영감이라던가 실마리, 어떤 특정한 단서를 가지고 시작하고 있습니까? 알고 있던 장소가 아니라면 건축가에게는 주어진 낯선 장소로부터 시작되는데, BAU만의 대지를 대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권: 저희는 초기의 파트너들이 같은 학교나 회사를 다니던 친구들이 아니라 인터넷 블로그에서 소통하던 관계였기 때문에 실제 프로젝트에서 얼굴을 맞대고 작업을 하는 것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합의되어진 설계과정이라는 것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고. 천안 흥박물관 같은 경우가 좋은 계기였습니다. 분명한 개념과 전략으로부터 전개되었다기 보다는 대지와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가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보편해를 찾았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결국 프로그램을 해석하는 일이었는데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을 양적인 측면에서 세분화하고 이를 다시 통합하는 방법을 통해서 질적으로 새로운 무엇을 찾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이 대지를 만나는 유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것을 유형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당시 초기의 고민에서 건물의 구체적인 형태를 다소 배제하고 싶었던 의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에서 대지가 가진 여러 구체적인 조건들이 단서가 되어줍니다. 이 작업은 결국, 3년동안 네 차례나 대지가 변경되는 과정을 겪었는데 각각의 경우마다 같은 프로그램이 다른 조건의 대지를 만나는 순간을 반복하게 된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프로그램이 대지에 놓여지는 그 순간에 많은 고민을 집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후로도 이런 접근이 내부적으로 상당히 효과적인 전략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각각의 계획안은 전시실이 개별적으로 분절되기도 하고, 전체로 통합되어 들어올려지거나 땅 속으로 들어가는 형식을 가지게 되었던 것 입니다. 결국은 전체적인 도시의 맥락을 읽는 방법이라기 보다는 아주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물리적인 땅이라고 하는 곳에 추상화된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이 부분이 어느 정도 합의가 되면 내부의 공간을 디자인하는 과정이 수월했던 겁니다. 지금은 저희 둘이서 진행을 하지만 그래도 서로의 생각을 넘나들기 위해서는 이런 초기의 진행 방법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 그렇다면 건물이 형태나 주변과의 맥락보다 건물이 물리적으로 땅과 만나는 방식에 대해 프로그램이나 대지를 풀어간다고 하는 것이 맞나요? 그것은 단지 대지 안에서의 해석에 국한되는 것 같습니다. 유럽에 비해서는 서울도 그렇고 동경, 뉴욕 어디든 도시 속의 모습들은 점점 복합적이고 혼성적인 상황들이 만들어가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어쩌면 자유롭고 약간 방임적인 그런 상황이 되다 보니까 사실 농촌이나 도시 주변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이미지가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도시는 지역적이고 전통적인 것과 이국적이고 혁신적인 것의 혼성 사이에서 균형을 통해 성장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단히 혼성과 변형의 인자를 가지고 변화되고 있고, 사실 이 부분들이 지방에서는 문화적 정체성과 더불어 고민하게 되는 부분인데 주변의 역사와 맥락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권: 주변을 어떻게 고려하느냐는 것인가요?

김: 작업의 경우마다 다르죠. 둘 다 접근 가능한 방법인 것 같은데, 흥박물관 같은 경우는 주변에 산새라던가 자연적인 풍경도 있었지만, 천안 삼거리의 역사성에 대한 고려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양평의 펜션 작업 같은 경우는 흥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주변의 난개발로 인한 어수선한 풍경을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가 고민을 집중하는 것은 지역이 가진 문화적 정체성이나 자연이 가진 풍경의 실체이기 보다는 대지에 지어지게 될 건축이 가진 잠재성과 이것들과의 관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의 역사와 맥락은 저희에게 상수이기 보다는 변수에 가까운 조건입니다.

권: 크게 보면, 건축이라는 것으로 인해 물리적인 컨텍스트가 이미 드러나 있는 상황이 있었고, 지방의 프로젝트들은 자연 속에 놓여진 것들이었죠. 후자의 경우, 주변의 물리적인 맥락을 읽어 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맥락, 심리적인 맥락을 추론하고 건축가의 작업을 통해서 이것이 물리적으로 구축되니 주변의 상황을 어떻게 고려했느냐는 해석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상당히 자의적인 해석으로 나타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심에서의 작업이 더 예민하다고 생각해요. 독특한 맥락을 형성하고 있는 판교 신도시가 그렇고, 망원동에 했던 첫 작업이 그런 사례들입니다. 바로 인접하여 물리적인 맥락이 연속하고 있다는 것이 부담이 되는 거죠. 주변과 새 것이 어떻게 관계를 가질 것인지, 정확히는 어떤 의미를 드러낼 것인가 하는 고민입니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저희는 형태나 재료보다는 밀도와 스케일에서 균형을 가지려고 합니다. 재료나 형태를 건축주와의 소통을 통해서 조율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이 부분에서 다소 이질적이라고 하더라도 밀도와 스테일에서 주변과 균형을 가지게 되면 주변과의 관계에서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건축가의 제안

박: 지금 이야기한 것처럼 그 마을이나 동네의 색깔이나 정체성 그런 부분들이 혼성적인 상황에서 주변의 건물들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스케일에 관심을 가지고 진행한다고 하는 접근은 재미 있어 보입니다. 이러한 질문들은 저도 설계를 하면서 마찬가지로 고민이 되기 때문에 물어보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도시는 아주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스케일로 접근한다고 하면 주변 변화 속도에 대한 조절의 개입에 대한 것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클라이언트와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문화적으로 정체성을 만들어주기 위해 시도했었던 프로젝트가 있었나요? 예를 들자면, 클라이언트를 만났을 때 주어진 프로그램 이외에 제안의 시도가 있었을 때, 주변의 맥락을 가지고 스케일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제안이나 이야기를 했었던 사례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그런 부분에서 작은 시도가 두 가지가 있었어요. 정확히 말하면 프로그램의 제안이기보다 판교 신도시에서 드러난 마당에 대한 것입니다. 하나가 첫 주택작업이었던 판교의 파티오 하우스입니다. 담장을 둘 수 없는 판교에서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중정을 만들고 나머지 외부를 조경공간으로 내주었습니다. 건축주가 마지막까지 망설이던 부분입니다. 바깥에 있으니 남에게 빼앗긴 것 같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다른 하나도 비슷해요. 운중동의 주택인데 마당과 주차장이 하나로 합쳐져서 주변과 공유를 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권: 그게 공유가 되려나? (웃음)

김: 시각적으로 공유가 되는 거죠. 대지 전체를 건물이 둘러싸는 형식보다는 동네에 숨통이 트이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저만의 판단인가요? (웃음) 저는 그게 좋은 해법이라고 생각해요. 스케일에 대한 고려에서 조금 더 나가서 길과 집 사이에 여백을 생각하는 거죠. 공간적인 여유와 함께 동네의 밀도가 조금은 느슨해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권: 작년에 하월곡동의 동덕여대 앞에 작은 복합건물을 진행했어요. 1,2층은 상가, 3층은 다섯 채의 작은 다세대주택, 4층이 주인집이었습니다. 아주 첨예하게 건축주와 부딪혔던 부분은 저층 상가였어요. 건축주는 그 곳에서 3-40년 동안 아주 낡은 건물로 임대를 했었던 경험이 있던 분이었고, 저희보다 본인이 훨씬 더 이 동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셨죠. 어떤 건물이 임대가 잘 되는지를 오랜 시간 지켜보고 경험하셨으니까요. 1층과 2층의 임대공간을 크게 해서 진행하자는 이야기에 작게 나누는 것이 좋다고 하셨는데, 큰 공간이 항상 임대가 되지 않아서 말썽이었던 기억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런 여러 가지 건축주의 요구들이 진행하는 과정에서 무척 힘들었죠. 이 건물은 계단이 외부에 있었고 건축주가 보기에는 필요 없는 공용공간이 많았던 겁니다. 저희는 이렇게 지어져서 잘 기능하고 있는 여러 사례들을 함께 보러 다니기도 하였고, 임대도 잘 된다고 열심히 설득을 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절반의 실패였습니다. 당초 의도하였던 1층 상업공간의 입면이 거리에서 많이 후퇴하도록 진행되지는 못했거든요. 대신 2층에 발코니를 만들었습니다. 이 거리에는 없었던 유형입니다. 건축주에게 이런 식의 공간이 이해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건축주에게 모든 의도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그 중 한 가지가 상업건물의 입면이 도시와 만나는 경계에 대한 것입니다. 1층을 밀어 넣을지, 2층을 밀어 넣을지 전면의 빈 공간을 유리로 막을 것인지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논쟁이 되었던 부분입니다. 앞의 주택에서나 상업건물에서나 공통된 점은 다분히 사적으로 소유되는 건축이 거리를 만나는 방법입니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건축이 도시를 만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어지지 않았던 새로운 문화적인 프로그램이 제안된 것도 아니고 작은 시도지만 이런 것들이 도시공간에 활기를 준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 당연히 건축주에게는 2층의 테라스가 2층 임대에 도움을 줄 거라고 설득을 했어요. 그렇게 될 거라는 자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구요. 다행히 지금은 맛있는 샐러드바가 들어와서 성업중입니다. 다행이지요.

박: 앞으로도 아마 건축주와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나가는지에 따라서 건물의 결과물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서 방금 얘기했던 ‘내가 여기서 30년 살았기 때문에 이곳은 내가 잘 알고 있어’라고 하는 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자신의 의지를 많이 강요하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상황에서 그런 분들을 충분히 납득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 건물이 이쁘다는 것을 강요하거나 공간이 좋다는 식의 설득은 절대 안되더라고요. (웃음)

박: 그렇군요. (웃음) 앞으로 나이 많고 경험치가 많은 그 분들과도 건축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분들은 이미 경험으로 인해 자신감이 차 있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건축가는 그 동네 살아본 것도 아니고 외지 사람일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데, 무엇인가 구체적 프로그램을 제안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프로그램을 어떻게 읽고 어디까지 제안할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1층의 상가를 2개로 나누냐, 3개로 나누냐? 어떤 건축가는 여기엔 구체적으로 00샵이 들어가야 하고, 누구를 데리고 오고 등의 그런 개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반대로 나는 프로그램에 대해 비워 둘 테니까 알아서 하게끔 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그런 프로그램과 관련된 범위와 제안 또는 제시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또는, 만약 있다면 설득시킬 자신 있는 무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권: 예를 들면, 한 가게가 건물을 새로 지으면 다시 들어오기로 한 가게가 있었는데, 그 가게가 김밥집이었습니다. 아주 그냥 동네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엄마손 김밥집이었죠. 다시 들어와야 하는 이유가 분명했는데, 그게 30년동안 단 한번도 월세를 밀리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엄청난 신뢰가 있었죠.

김: 처음에 우리는 그게 너무 싫었어요. 싫었다가 보다 이전 건물을 김밥 집에서 이전 건물을 사용하는 방법이 싫었던 거죠. 앞 뒤의 외부공간을 증축하여 조리공간으로 활용하는 모습도 그렇고 너무 험하게 공간을 쓰셨으니까요.

권: 우리에게 설계를 의뢰하셨지만 우리가 상업적인 부분까지 제안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제안을 중간단계에서 조심스럽게 드리기는 했었습니다. 하지만 힘든 부분이었어요. 어쩌면 이게 또 하나의 지역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이 건축주 할아버지께서 하월곡동에 30년동안 사시면서 지역과 맺었던, 우리가 설계를 하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관계들이 있었던 거죠. 요컨대 우리는 1층의 아주 작은 공간인 계단 옆에 붙어있는 임대공간이 세련된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거고, 건축주는 그 전에 새 건물을 지으면 세를 주겠다고 약속한 아래 건물의 복사집을 염두했던 거지요. 그런 비슷한 상황들이 여러 번 반복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설계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소통을 시도했어요. 우리가 의도하는 거리와 상업공간이 만나는 공간적인 방식들 중에서 이미 잘 작동하고 있는 거리를 두 세 번 정도 함께 투어를 했습니다. 이렇게 잘 이용되고 있고, 할아버지께서 쓰실 공간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가 젊은 여대생들이 사용해야 하는 공간이니 우리가 접근하는 방식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설득했죠. 건물 전체를 임대하여 전체적으로 일관된 개념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건물을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세련된 브랜드가 들어가고 전에 없던 브랜드샵들이 채워지는 것은 건축가의 우스운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태원이나 삼청동 같은 그런 길이 아니었던 거죠. 오히려 과정에서 저희가 여기는 옛날에 있던 김밥집과 이웃집의 복사가게와 편의점이 들어가야 하는 건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 겁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어떻게 보면 손을 놨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잘 작동될 수 있게끔 하는 아주 보편적인 임대용 상업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정리가 됐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지역적인 맥락을 잘 읽지 못한 시행착오를 겪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는 설계하는 내내 김밥집에 대한 걱정을 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김: 그게 정말 잘못된 생각이었던 거죠. (웃음)

권: 중요한 부분이에요. 건축가가 설계를 할 때 현실을 너무 아름답게만 보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읽지 못했던 주변의 맥락, 그 내면에는 여러 보이지 않는 것들이 들어있었던 셈이죠. 나중에 김밥집 사장님을 만나서 이곳에 다시 들어와 어떻게 사용을 할 것이냐를 상의하기는 했었어요. 간판에 대한 것도 포함해서. 그런데 늦기도 했었고, 이 분들까지를 설득할 수 있는 여력은 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건축주가 당부하거나 관여하지 않는데 저희의 요구나 의논이 터무니없게 느껴지셨을 거고.

박: 사실 그러한 상황들은 최근 사이언스지에서 발표되었던 내용이 기억나는 군요. 서양의 개인적이고 분석적 성향과 다르게 동양의 문화에서는 전체론적 사고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는 특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그런 관계망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크게 나타납니다. 오히려 건축주가 유지해온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망을 좀 더 일찍 알려줬으면 프로젝트에서 더 풀어나가기 쉬웠을 것 같습니다.

권: 아직 미숙했던 거구, 시행착오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 흥미있는 브랜드와 연결이 되기는 했었어요. 브랜드 파워가 있는 경우는 힘든 요구들이 있어서 어려웠던 거구요.

권: 그게 건축가가 할 수 있는 굉장히 흥미 있는 영역인데, 그것까지 조율하기가 확실히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김: 뭐, 예쁜 집에는 꼭 세련된 커피숍이 들어와야 하나? 그 때 그런 것들을 배운 것 같아요. (웃음)

박: 사실 그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건축가의 사고와 관련된 고집스러운 것들이 그 지역, 그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는 기존의 사람들과 안 맞아 힘들게 진행됨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생각 속에 가둬지게 되면 객관적으로 대상을 관찰하고 더 깊게 들여다볼 기회를 막는 큰 벽이 되는 것 같습니다.

권: 그 건축주를 모시고 이태원과 삼청동을 다녔던 것이, 이분께는 이질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본인이 알고 있던 상업건물과의 상당한 괴리감이 있었을 테죠. 사실 나는 그것을 보고 굉장히 잘 작동되는 것이라고 느꼈고 그 어르신이 보기에도 굉장히 장사도 잘되고 괜찮지만, 본인의 건물과 이 건물은 다른 형식의 건물이었고, 이렇게 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저보다 먼저 알고 이해하고 계셨던 것 같아요.

김: 그리고 지금은 대문도 달려있습니다. (웃음) 새벽에 볼 일을 보는 젊은이들 걱정을 하신거죠.

박: 지금과 같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책상에 앉아 해 오던 방식과 내용으로 도면 그리고 넘겨주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누적되어 있는 이야기들을 귀담아 듣고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또한 궁극적으로 설계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김: 건축주의 요구사항에 편하고 순조롭게 대응하다 보면 이 건물이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그 조율을 적절하게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박: 저는 최근 기능에 대한 제안을 하면서 전체 규모나 내부 영역의 새로운 제시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어떻게 잘 풀어나가느냐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역적인 부분을 포함해서 그 주변의 사람들이 살아온 관계망에 뛰어들 것인가 말 것인가는 태도에 대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권: 그렇죠. 의뢰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우리도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에 능숙하지 않은 부분들입니다만 당연히 그 관계망 안에서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행의 근거들

박: BAU에서 건축적으로 제시하는 판단들이 어느 정도가 결과물에 개입 되는지 궁금했었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BAU에서는 프로젝트들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었는데,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이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자면 제가 이해하기로는 건축에서의 프로그램을 더욱 깊이 의식해서 그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받아 들였습니다.

권: 그렇습니다.

박: 진행하면서 최초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체화시켜 나가는지 궁금합니다. 구체적인 요구에 의해서 나온 프로그램을 가지고 할 수 있고, 반대로 몇 가지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는 알아서 해달라는 등 상황들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프로그램들의 조합 또는 결정시켜서 구체화시키는 어떤 근거, 힘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권: 아주 여러 가지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초기의 방법은 같습니다. 건축주가 아무리 촘촘히 제안을 하더라도 첫 제안은 우리들이 해석한 것들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제안을 합니다. 물론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수정을 거치게 되지요. 경험으로 보면 최초 건축주가 요구했던 내용이나 그 것에 대한 확신은 진행하면서 상당히 많은 부분 변경이 됩니다. 요컨대 주택을 설계할 때, 건축주가 방 둘, 거실, 주방, 다락이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저희는 이 분들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 집에서의 일상적인 행위들을 세분화합니다. 거실 같은 식당을 계획할 때도 있고, 식당 같은 거실을 계획하는 경우가 그 것입니다. 이런 세분화된 행위들을 통합적으로 해석하여 공간의 유형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지를 고민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살고 싶어하는지 묻습니다. 구체적인 요구는 미뤄놓고, 아주 구체적인 상황의 질문으로 유도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분들이 놀러 와서 자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라던가 이런 구체적인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나름대로 각각의 공간이 쓰여지는 방식을 고민하게 되고 이들의 관계를 정리한 공간을 제안하게 됩니다.

박: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 시작에서는 건축주와의 대화를 통해 많은 정보들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이해 되는데, 건축이라는 것 자체가 정보나 데이터만의 누적에 의해 조합되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분석을 바탕으로 연역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김: 저희는 여러 대안들을 검토하지만 건축주와는 하나의 안을 의논합니다. 건축주가 선택하는 상황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여러 대안들을 선택하는 방식으로의 진행은 굉장히 힘들더라구요.

권: 맞아요. (웃음)

김: 말씀하신 것처럼 논리적으로만 절대 진행되지는 않지요. 이런 소통의 과정에서 분명히 개입하게 되는 것이 직관적인 작업입니다. 땅을 대하고서 불현듯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기도 하고, 스케치를 하던 중에, 건축주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문득 떠오르는 무엇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직관적인 작업도 결국은 논리적인 것과 균형을 이뤄야만 구축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박: 공감가는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그것이 프로젝트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열려있는 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주변 조건에 의해 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는 설계를 진행하면서 어떤 한 부분에 대해 그 결정을 유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른 새로운 것이 개입이 되는 시점이 되면 이전에 유보되었던 내용과 합쳐져서 영향을 받게 되어 또 다시 변형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유보된 결정들이 모여 어느 시점이 되면 전체를 보고 마지막 하나의 결정이 되면 완성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끝은 아니지만요.

김: 그것의 결과에 항상 만족하는지요?

박: 그 상황에서는 저의 만족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신 건축주의 의지 욕구, 진행하는 스텝의 욕구와 의지, 시공사의 개입 등등이 골고루 들어가 만들어지면서 어떤 하나를 같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선호 합니다. 그래서 대상에 따라 결정의 순간 전까지는 건물들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의 개체라고 생각하고 진행합니다. 그리고 공간을 일컫는 단어도 예를 들면 우리가 ‘방’이라는 단어로 명명하는 순간, 그 공간은 정말 ‘방’으로만 한정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 공간이 사용되면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건축가가 제안하거나 제시해서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웃음)

김: 어느 순간엔 결정을 해야 되지 않나요?

권: 저도 비슷합니다. 그 결정을 유보할수록 건축가와 클라이언트가 훨씬 더 만족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죠.

박: 그런 방법적인 것 때문에 두 분이 많이 싸우시겠네요? (웃음)

권: (웃음) 어느 순간 일을 나눠서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