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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ELINK

박: 이야기 한 그런 시장의 방식에서 영향을 받았고, 그것이 본인 프로젝트에서 연결이 됩니다. 그러나 알바로 시자는 조건들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시자의 ‘아모레퍼시픽 R&D센터’와 김수영의 ‘FINELINK’를 보면 의식해서 했는지 모르겠지만 ‘FINELINK’가 훨씬 더 경직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모듈과 치수를 보고 그렇게 느꼈는데 ‘아모레 퍼시픽 R&D센터’는 형태, 재료, 공간 그것들을 조율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모듈을 가지고 있지만 모듈이 흩뜨려지는 치수가 중간 중간 보였죠. 그것을 경험하고 ‘FINELINK’를 보면 훨씬 더 잘 모듈을 지키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보였습니다. 6000모듈에서 안에 한 부분만 치수가 다르게 정해진 것을 보면 6000모듈의 형식을 많이 의식하고 있습니다. 훨씬 더 기본 어법이든 치수에 대해서 신경을 써서 진행을 했구나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로 그것이 스스로를 더 경직된 상황으로 만들지는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단면도 마찬가지고요.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그런 형식에 대한 의식이 있었나요?

김: ‘FINELINK’는 숨비에서 지어진 첫 번째 건축물입니다. 그 때문이어서인지 알고 있는 스케일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경직되게 보였을 수도 있죠. 하지만 알고 있는 것들을 숨비의 입장에서 어떻게 현실에 적용될 수 있을까에 대한 실험이기도 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R&D센터와는 모든 면에서 상황이 달랐고, 모든 과정에서 다른 건축적 반응들이 필요했었습니다.

박: 알바로 시자의 표준화된 재료와 관련이 있나요?

김: 알바로 시자의 표준화하는 원리를 따르려고 하였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FINELINK’는 건축비가 낮은 건축물이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표준화된 것을 사용하거나 표준화해서 설계를 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같은 재료라 하더라도 어떤 방식을 취하냐에 따라 비용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재료들을 다루는 방식을 정확하게 알아야만 했습니다.

박: 산업화에 의한 부산물로서의 치수인가요, 공간감에 의한 체득된 치수들인가요?

김: 산업화된 치수들과 공간에서의 치수를 적절히 조절하고 배치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건축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절한 치수들이 찾아지고 적용될 때에 좋은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공사의 모든 과정들이 비용과 연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 공간에 대한 욕심 때문에 건축주에게 부담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꼭 필요한 부분들은 그것에 대한 가치를 건축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받아들여졌을 때 적용하는 방식을 취하기는 합니다.

박: 그것을 찾아낼 수 있나요?

김: 하나의 건축물이 세워진다는 것은 필요한 모든 부분들의 치수들을 찾고, 모아서, 배치하고, 연결하고,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고 한다면 반드시 찾아내야 할 부분입니다. 이를 수행하는 직능이 건축가이죠.

박: 클라이언트의 일반적인 요구 조건은 의심에 여지 없이 받아들이는 편이었나요?

김: 건축주의 요구는 많이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짜장면을 요구하는데 짬뽕을 먹으라 하고 싶진 않아요. 오히려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작업이 많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말도 안 되는 것을 우기는 건축주는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FINELINK’의 건축주는 설계과정에서부터 완공까지 전 과정에서 우리를 전적으로 믿어주셨습니다. 아마도 평생 이런 건축주를 다시 만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말이죠. 다 완성이 된 후에 생활을 하시면서 더 만족해 하셨습니다. 건축가로서 존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매우 행복한 일이죠. ‘FINELINK’에서는 공간의 밀도를 조절해 보고 싶었습니다. 좀 조였다 풀고, 조였다 푸는 방식을 사용하였는데 높낮이의 구성뿐만 아니라 직사광, 간접광, 음영등 건축물이 품고 있는 빛의 밀도들도 조절하고 싶었습니다.

박: 공간의 밀도는 건축의 시퀀스적인 관점인가요?

김: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건축적 체험을 주된 시퀀스에서 드러나도록 하였죠. 화인링크에서는 여러 겹의 공간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겹들은 전체적으로는 연결되어 있지만 각 겹들을 연결해 주는 공간에 의해 나누어져 있기도 합니다.

박: 그것에서 자신이 의식적으로 의도하거나 얘기하고 싶은 부분들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시적으로 표현되는 것들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그런 것들이 어떻게 구현되는지요? 좋았던 부분은 시퀀스에 대한 부분과 같이 숨비에서 의도한 바가 잘 전달 되는 부분입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입구의 방향을 왜 그곳으로 설정했는가가 궁금했었는데 모듈에서 벗어난 잉여의 사이즈가 모여있는 곳이 입구였고, 직교가 아닌 예각을 입구에 두고 시작을 했던 것이 입구에서 건물 전체에서 주는 경직성을 풀어주었습니다. 건물 내부 안으로 들어와서 건축주의 요구도 있었겠지만 내부 높이가 무척 높고 장방형의 긴 공간 안에서 느껴지는 공간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주 날씬한 기둥 두 개가 버티고 있는 상황들이 그런 공간감을 유지시켜 주었죠. 그 공간에서 다음 공간으로 넘어갈 때는 책을 천천히 넘기는 것과 같은, 계단을 거쳐서 상부에 있는 공간과 연결되는 것도 좋았습니다. 기능이 달라지는 방식과 시퀀스의 변화되는 속도가 계단을 오르며 시간을 늘여줍니다. 여기에서 공간감과 빛에 대한 질감은 상부에서 천창을 타고 오는 빛의 공간과 수평적이고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실내가 만나면서 공간의 대비를 보여줍니다.

배치와 관련해서 궁금했던 부분들은 평평한 인공의 땅에 건물을 계획할 때 주변이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나요? 두 개의 입구와 처음 시작할 때 컨텍스트를 읽어낼 때의 상황을 듣고 싶습니다.

김: 박창현소장님이 너무 정확하게 말씀을 해주셔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FINELINK’는 파주출판도시 2단계 부지에 다섯 번째로 완공된 건축물입니다. 사실 주변의 건물들은 없었지만 마스터플랜에 의해 계획된 도시이기 때문에 건축한계선들로 꽉 짜인 틀이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 단지를 채울 건축물들의 성격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 대략적인 맥락들이 정해진 단지라 할 수 있습니다. 블록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진행 할 당시 중요했던 것이 가로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주요한 가로에 대한 설정이 현재 주 출입구가 있는 쪽이었습니다. 사실 현재는 외부 데크공간과 연결되어 휴식 등 부출입구의 기능을 충실히(?)하고 있기는 하지만 블럭에 다른 건축물들이 모두 들어서게 되면 다른 역할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 맥락에서 주출입구는 외부가 내부와 연결되는 공간으로 건축물의 첫인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전체적인 건축물의 맥락과는 이질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외부와 만나는 부분에 대한 건축물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냥은 들여 보내지 않겠다는 것인데, (웃음) 입구에 대한 고민은 제 성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 건축물은 딱히 메인 파사드라는 면이 없기 때문에 주출입구에 대하여 더 많이 고민을 하였습니다. 또한 내부로 들어섰을 때 시선이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는 가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습니다.

박: 그게 실제로 강한 메시지를 가지고 형태를 만들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 사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주출입문 옆에 있는 기둥도 입구 면에 맞춰 45도 틀어져있습니다. 전체적으로 ‘FINELINK’는 조각으로 보면 소조였습니다. 하나의 매스에서 각 부위별로 상황에 따라 반응을 하거나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는 과정을 통해 현재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가로에 대해서 반응하고 있는 저층부는 주출입구, 부출입구, 하역과 주차 그리고 식당 면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각 면들은 프로그램의 기능과 역할에 따라 덜어내는 방식과 스케일이 조금씩 다릅니다. 또한 상층부는 프로그램과 향에 따라 빛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매스를 구성하는 것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박: 단면에서 보면 이전에 알바로 시자가 했던 건물에서 봤을 때 단면의 유형과 상황들이 다릅니다. 물론 여기서도 적극적으로 반영했는지 모르겠지만, 단면에서 보면 건물 중앙의 중정을 기준으로 대 공간들을 두고 주변의 작은 공간에서는 레벨을 내리고 올리기도 하는 시도 그리고 이런 것들이 공간들이 실제로 전체 공간에서 의도하는 계획적으로 잘 나타날 수 있을까가 궁금했습니다.

김: 이 질문에서 명확하게 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숨비 첫 번째 결과물은 알바로 시자의 작업을 책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숨비는 알바로 시자의 구별된 시선을 가급적 본질적인 부분에서 작업에 반영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것은 앞으로 숨비에서 생산되는 작업에서 장, 단점으로 작용하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숨비가 시자를 통해서 건축을 바라보려 하는 것처럼 외부에서 시자를 통해 숨비를 바라볼 테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시야가 좁거나 경험이 적어서일지는 모르겠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건축을 업으로 시작한 이후 그 누구도 건축의 본질적인 부분을 이야기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알바로 시자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임은 분명하죠. 분명한 것은 숨비를 통해 나가는 건축의 과정은 알바로 시자의 작업에서 본질적인 부분들이라 여겨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따라갈 것입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FINELINK’의 단면은 늘 하고 싶었던 공간이었습니다. 그것이 요구와 맞았을 뿐이죠. 앞으로도 필요한 빛이 담긴 공간을 하려고 애쓸 것입니다.

박: 넓은 공간은 사실 ‘아모레퍼시픽 R&D센터’에서 느꼈던 공간과 거의 같았습니다. 압축되고 수평성이 강한 공간. 그 세가지 공간이 연결되고 변화해서 더 넓어 보이게 조절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김: 사실 6m X6m의 오픈플랜의 공간은 매우 흔한 공간입니다. 또한 이 모듈은 사무공간으로 매우 효율적일 뿐이죠. 화인링크에서 알바로 시자의 언어가 드러나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지만 결론적으로는 시자의 공간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공간이라는 것이 단순히 치수가 유사하다고 해서 같은 공간 일 수가 없습니다. 공간은 빛의 질감, 프로그램의 요구, 스케일 등 건축적인 섬세한 것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집니다. 단순히 마감이 비슷하다고 같다고 볼 수는 없죠. 특히 2층의 넓은 사무공간은 구조, 천정의 높이, 구성방식, 조명방식, 설비방식 등 모든 것에서 ‘아모레퍼시픽 R&D센터’와는 다릅니다. 높고 밝은 빛의 2층 홀 공간을 통과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고 압축된듯한 공간을 연출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숨비건축이 하는 작업

박: 건물에 대한 기능과 성격은 다른 젊은 건축가들이 해내는 작업의 방향이든 기능이든 그 포커스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김: 음, 사실 다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소위 젊은 건축가라 칭하는 집단의 수많은 스팩트럼 중 하나의 입장이라고 보면 될 듯하네요. 왜냐하면 각자 자라온 건축적 환경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모든 것에서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수 많은 스팩트럼 중 어느 것이 좀 더 지속 가능한 작업 방식이냐 하는 것일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박창현 소장의 인터뷰작업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인듯 싶습니다.

박: 특별하게 건축적인 부분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김: 창호입니다. 물론 알바로 시자와 작업할 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시스템창호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내 외부에 미치는 영향도 알게 되었죠. 창호에 대한 사랑은 각별합니다. 숨비에서 나가는 도면에서 가장 많은 장수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히 창호 자체에 관심이 많고, 내 외부가 만나는 부분이기 때문에 창호 주변 디테일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아마도 창호와 창호주변의 퀄리티가 건축물의 퀄리티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숨비표 창호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설계도면에 대한 부분입니다. 참고로 화인링크의 실시도면을 오픈소스로 하여 원하는 사무소에 모든 세트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숨비는 건축물이 세워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도면에 실제크기로 그려 넣으려고 합니다. 또한 숨비의 실시도면의 특징은 엑소노메트릭스를 많이 그립니다. 하지만 아직 시공사들이 도면을 읽어내는 능력이 매우 부족하죠. 그래서 다음 고민은 어떻게하면 시공사가 읽을 수 있는 필요한 도면들을 그려낼까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구법에 대한 도면도 그려넣고 싶고..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설치되는 과정도 잘 드러내고 싶습니다.

박: 방금 이야기 한 내용은 저도 많은 부분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도면의 기본적인 역할이 우리시공사의 환경과 잘 맞게 그려지고 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많은 부분에서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점들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건축가가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시공사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기본 도구인 도면에 대한 방식과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직능이 아닌 한국사회의 건축가

박: 그것 말고 그 이외의 다른 관심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건축 바깥을 이야기하거나 발언 할 수 있는 기회나 관심이 있나요? 알바로 시자는 이론적이고 당시의 사회적인 상황에 따른 책임이 자신의 작업에 적극적으로 영향이 있었습니다. 그런 시대적인 상황들을 저버리지 않고, 계속 관심 가지면서 진화시켜 지금의 자신의 것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본은 고베, 후쿠시마 대지진, 원전사고 등 국가 자연재해가 많이 있었죠. 그것에 대해 건축가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서 해결해 나가려고 하고 실천에 옮기는 예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2012년 겨울 ‘한일건축교류전’에서도 그런 부분에 대한 전시를 하며 그것과 관련된 의논하길 원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경우는 제 생각으로는 건축 그 자체 안에서만 의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조성룡선생님은 건축가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실제로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 준비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그런 사건이나 사회적인 변화들을 겪게 될 텐데,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가져야 하는 사회적인 책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김: 사실 그 문제는 정말 많은 고민이 되는 문제입니다. 먼저 우리나라의 건축 베이스는 근본적으로 일본 혹은 유럽과는 다릅니다. 무슨 이야기이냐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건축가가 해야 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건축가의 역할이 어떤 것을 예쁘게 만드는 디자이너 정도라 생각하면 다른 문제이긴 한데, 책임질게 너무 많습니다. 그것은 건축가의 사회적인 책무를 논하기에 앞서 건축을 만들어내는 영역 내에서의 책임과 역할 그리고 소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앞섭니다. 건축 내에서조차도 불분명하고 이야기되지 않는데 건축 외부적인 것을 함께 논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가의 책무 자체도 모호한 상태에서 그에 딸린 수많은 협력업체들은 정말 말할 것도 없죠. 건축가만이 알고 있다 생각하는 건축적인 가치들을 건축주, 시공사, 협력업체에게 이해할 것을 강요하고, 외국건축물 사진을 보여주며 왜 이렇게 못하냐는 물음 자체가 미안할 뿐입니다. 한마디로 건축은 내부적으로 너무 빈약합니다. 건축가가 원하는 건축물의 가치에 도달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고 심지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도 힘들죠. 일본이나 유럽처럼 명확하게 구분된 책임과 역할을 토대로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면서 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외국의 상황과 같지 않기 때문에 불평만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런 상황을 껴안고 가는 수 밖에는 없는데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라도 건축을 직능으로 삼고 있는 건축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한국적으로 다시 규정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건축가를 직능으로 봐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가를 생각해보면 알 것 입니다. 또한 건축가를 직능으로 생각하는 건축가가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것이죠. 이런 건축구조에서 사회의 요구에 대한 반응 혹은 결과물의 질은 매우 낮거나 잘못된 방향을 만들어내곤 하는 것 같습니다. 지속 가능하며 명확한 스텐스를 갖추기 위해서는 건축가 만이 다룰 수 있는 직능을 규정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디자인은 사실상 다음 문제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 사회는 여러 분야에서 건축가의 책임 혹은 소통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려운 건축을 쉽게 표현하는 것도 능력이고 젊은 건축가의 소임이라 하면 좀더 분발해야 할 부분이기는 합니다.

박: 그런 부분들이 예전에는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바뀌고자 하는 분들이 있어서 그나마 최근 들어서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얘기 했던 내용과 연이어서 그전에 제가 들었던 내용 중에 건축가가 일반인에게 어필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생각해 보았나요? 무엇을 가지고 일반인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지. 디자인 같은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을 가지고 탄탄히 해서 전문가로서의 어떤 위치를 다시 만들거나 아니면 다시 잡아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들었던 내용들하고 좀 다른 관점입니다. 숨비에서는 건축에서의 기술적인 부분들에 대해 어떤 관심을 가지고 진행시켜나가고 있나요?

김: 늘 들었던 이야기 이지만 건축가는 지휘자와 비교된 곤 합니다. 사실 나 자신조차 이 의미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지휘자가 각각의 악기와 그것을 다루는 연주자들의 특성, 기질 등 모모든 것 대해 잘 알고, 그것들을 잘 연결해야 하는 것처럼, 건축가들은 재료와 구법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사람을 다룰 수 있는 직능을 수행하는 사람이죠. 사실 이 부분에 대한 교육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축가를 멋진 스케치나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향이 너무 많습니다. 건축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오히려 건축가의 영역을 협소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문하게 됩니다. 요즘은 건축주들이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수준 높은 경험과 취향이 오히려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건축가가 명확한 건축적이 의견들을 밝히지 못하면 끌려가기 마련이죠. 어떻게 하든 건축주의 신뢰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숨비는 그 토대를 기술적인 부분으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술적인 부분들로 엮어진 공간, 그리고 빛 이것이 숨비 하려는 것이죠. 기술적인 판단에 대한 명확함이 소위 말하는 디자인에 대한 신뢰를 획득하게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박: 듣고 보니 많이 공감이 됩니다. 오히려 너무 쉽게 생각하고 넘겨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내가 정말 관심 가져야 하는 상황들을 잊고 그 흐름에 따라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죠.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합니다.

김: 우려가 되는 것은 건축가의 빈약한 위치가 학생들한테도 나타납니다. 저 조차도 학생들이나 건축 초년생들이 건축가의 길에 대해 물어올 때 어떤 이야기를 해야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똑같은 얘기를 하는데, 지어지는 일이 많은 곳에 가서 건축물에 대한 전체적인 경험을 하라고 말합니다. 물론 좋은 건축물을 만들려고 애쓰는 아키텍트가 있는 곳에서.. 꾸준히 자기 스스로가 만들어낼 수 있는 근육들을 키우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근데 지금 현실은 그런 게 어렵습니다. 늘 전문가적 직능을 다루는 사람이 건축가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지난한 과정을 겪기가 그리 만만한 것 같지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첫 직장이 숨비인 세 명의 직원들 보며 희망은 얻기도 합니다. 방향만 잘 설정해준다면 매우 빠르게 작업을 익히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하게 됩니다. 사실 감각적으로 보면 나보다도 훨씬 뛰어나고 또한 관계에 대한 유연함도 나보다 낫죠. 내가 자라온 배경 탓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잘 숙련돼서 건축가로서 좋은 입지를 점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박: 어쨌든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고 그 부분들은 회복해야 되는 중요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무실을 하면서 처음에 일이 많지 않을 수 있는데 이때 어떤 일이 들어왔을 때 그 일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지가 뭔지 궁금하고, 처음에 일 들어오면 ‘무조건 다해야지!’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일이 있을 땐 정신 없어 재미있고 시간도 잘 가지만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없을 때 그 시간을 사무실에서 어떻게 보내는지가 다른 관점에서는 점핑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무실에서 일이 없을 때 뭐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김: 아직 일을 선택 할 만큼 풍족하지 않아서.. (웃음) 굳이 기준이라 하면 1. 지어지는 것인가? 2. 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3. 이 일을 통해 성장이 가능한가? 정도.. 1,2,3이 모두 연결되는 것 같은데.. 모든 사무실이 비슷한 거 아닌가요?! 아, 또 있습니다. ‘돈이 되는가?’ 사실 맨 마지막이 가장 큰 거 같습니다. (웃음) 작은 사무실이다 보니 일이 연속적으로 있지 않고 중간 중간 여유가 생깁니다. 이제껏 그 시간들은 좀 다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짧은 기간 현상을 했습니다. 또한 숨비에서 기획하고 있는 책을 만드는 시간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책을 만드는 일은 워낙 방대하고 긴 시간을 요하는 것이라 긴 호흡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숨비가 하는 일

박: 다음 책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 가제가 「Manufaturing」이란 기록입니다. 「Constructing」이 알바로 시자의 건축물이 구축되어가는 큰 그림을 주제로 삼았다면 다음 서적은 작은 부분에서의 구축을 말하고 싶습니다. 재료와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에서부터 현장에서 시공되는 과정을 숨비의 작업을 가지고 이야기 하고 싶은 책입니다.

박: 마지막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서울에서는 많은 국제적인 스타 아키텍트들이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대 자본을 가진 기업들로부터 대학교, 관공서의 공무원까지도 스타 아키텍트 쇼핑을 하는 것 같습니다. 국내 적으로는 찬 반의 의견이 있기도 하지만 일본의 버블 시대의 상황과 많이 흡사하게 보인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 솔직한 심정은 소위 스타 아키텍트라는 사람들이 한국적인 상황들을 잘 인식하려고 하고, 그들과의 작업이 협업이라는 테두리에서 컨트롤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찬성입니다. 최근에 접했던 국내 사무소에서 설계된 대규모 공공시설들을 보고 있자면 참 할 말을 잃게 됩니다. 물론 턴키라는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이 만들어냈다고는 하나 좀 심한 것 같습니다. 근본적으로 국내 건축가에 대한 발주처 측의 신뢰도 많이 부족한 것 같고.. 이유야 어쨌든 건축적으로 기준이 될 수 있는 좋은 건축물이 세워지면 좋겠습니다.

박: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숨비에서 관심 가지고 있는 방향과 호흡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게 됩니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관심 가지고 관찰하는 태도에서 숨비의 생각들을 앞으로 더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긴 시간 동안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하며 이야기 나눴던 내용 잘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어: 박창현
정리: 한수정
날짜: 2014년 7월 10일